[페로칼럼] 철강 MTC 도입의 타당성과 보완점

2026-08-06     정하영

한국철강협회가 철강수입 승인시스템(MTC : Material Test Certificate) 제도를 도입한다. 말 그대로 철강재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증명하는 문서다. 기존 밀 시트와 다른 점은 단순히 제품의 제조메이커, 규격, 강종 화학성분, 기계적 성분뿐만 아니라 조강 원산지(Melt & Pour) 즉 제조사와 제강공장, 쇳물 번호(Heating Number)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는 품질관리와 공급망 투명성 확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배경은 중국산 우회 수입 차단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생산된 반제품(슬래브, 빌릿)이나 열연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압연을 하거나 일부 가공을 한 뒤 한국으로 수입되는 사례가 많았다. 원산지는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지만 조강(Melt & Pour) 기준으로 보면 중국산인 셈이다.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행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우회 수입 방어 수단으로 원산지 규제(Melt & Pour Rule)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본다면 향후 CBAM(탄소국경조정)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는 탄소배출량도 조강국 기준으로 계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MTC는 탄소와 ESG, 원산지, 공급망 관리를 위한 기본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MTC는 필요한 제도이며, 도입을 찬성한다. 그러나 MTC 하나만으로는 한국 철강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와 협회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국내 업체를 무조건 보호하는 것도, 반대로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는 40년 넘게 이어진 자유무역을 버리고 각자도생 방식으로 가고 있다. 당연히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무역규제의 벽은 더 높아질 것이고, 이를 피하기 위한 우회 덤핑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덤핑제도의 속도 개선이 필요하다. 조사부터 최종판정까지 시간이 길어지면 시장은 무너진다. 따라서 조사 기간 단축부터 예비판정의 신속한 적용, 우회 덤핑 조사 강화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협회는 통계 제공 기능과 시장 감시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실수요업체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MTC 때문에 통관이 늦어지고 납기가 늘어나고 비용이 증가하면 국내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자 MTC, 사전등록 제도, 신뢰 기업(Fast Track) 제도, 위험도 기반 차등 심사 등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만 보는 것도 위험하다. 현재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동의 생산능력 증가를 감안할 때 2030년 이후에는 중국보다 이들 국가에서 수입되는 저가재가 더 큰 변수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국가별 공급 능력과 수출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철강사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보호해도 경쟁국 가격보다 비싸다면 언젠가는 시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 탄소 경쟁력, 고부가제품 개발 등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MTC 못지 않게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생산부터 수입, 유통, 최종 사용까지 하나의 디지털 체계로 연결하는 <철강 공급망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관부터 산업부 한국철강협회 시험·인증기관 수입업체 철강사가 동일한 플랫폼에서 수입품에 대한 모든 자료(MTC와 원산지 Heat No. 탄소배출량 품질인증 여부 등)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조가 어려워지고, 통관은 오히려 빨라지며, 실수요업체의 행정부담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MTC는 ‘보호무역 수단’이 아니라 ‘공정무역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국내 철강사를 보호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 수요산업의 비용이 커지고 통상 마찰도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추적성(Traceability), 디지털화, 위험기반 관리, 신속한 무역구제, 실수요업체 편의까지 함께 설계한다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불공정 무역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균형 잡힌 제도가 될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과 AI 시대다. MTC 제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조강국(Melt & Pour) 의무 표시 ▲QR코드 기반 디지털 MTC ▲탄소배출량(CO₂) 인증 ▲디지털 제품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등과 연계되어야 한다.

차제에 이 제도가 유럽의 DSP처럼 철강의 이력관리(Traceability) 체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