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일의 경계를 잘 설정하기

2026-07-29     김진혁
김진혁

“시장이든 기업이든 경제조직의 형태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선택된다.”— 올리버 윌리엄슨( 카네기 멜론대 교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된다. “이 일은 내가 직접 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업무 분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기업의 성과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대로 현명하게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올리버 윌리엄슨은 이러한 문제를 ‘기업의 경계(Boundary of the Firm)’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의 거래비용이론(Transaction Cost Economics)에 따르면 기업은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비교하여 선택한다.

“직접 할 것인가? 맡길 것인가?”라는 일 처리하는 방식의 장단점은 두 가지다.

첫째, 직접 수행하는 경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통제 아래에서 완성할 수 있다. 품질을 유지하기 쉽고, 중요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도 적다.

둘째, 외부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전문기술이 필요하거나 반복적인 업무라면 외주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업들이 회계, 법률, IT 개발, 디자인, 물류 등을 외부 전문기업에 맡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대로 기업의 핵심 기술이나 고객정보, 연구개발처럼 보안과 신뢰가 중요한 분야는 직원을 직접 채용하여 내부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거래비용과 추후 발생될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조직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디까지를 우리 조직이 맡고 어디부터는 외부와 협력할 것인가”라는 경계를 잘 설정하는 조직이다.

직장인에게도 ‘일의 경계’는 필요하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많은 직장인이 업무를 잘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을 일에 투자한다. 퇴근 후에도 업무 메신저를 확인하고, 주말에도 이메일을 열어보며, 휴가 중에도 일을 걱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번 아웃(Burnout)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삶 전체는 아니다. 경계가 없는 업무를 지속할 경우에는 일의 효율도 떨어뜨린다. 충분한 휴식이 없을 경우에는 집중력이 감소하고 창의력이 낮아지며 작은 실수도 반복하게 된다. 반대로 적절한 휴식과 재충전은 업무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판단을 가능케 한다.

좋은 직장인은 오래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방해요인을 최소화해야한다. ‘아니오’ 라고 말할 용기도 필요하다. 경계를 만든다는 것은 무조건 일을 거절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직장생활에서는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 반드시 좋은 직원은 아니다. 자신의 핵심 업무와 불필요한 일을 구분하고 일과 삶의 균형 유지가 성공을 여는 열쇠이며 조직에 더 큰 가치를 만든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효율성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고, 효과성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바쁜 사람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조직을 성장시킨다. 일과 삶에도 ‘거래비용’이 존재한다. 우리는 종종 돈으로만 비용을 계산한다. 그러나 인생에는 보이지 않는 거래비용도 존재한다. 매력적인 인센티브가 전부는 아니다. 과도한 야근으로 잃어버린 가족과의 시간, 건강 악화, 인간관계의 갈등, 번 아웃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잠시 쉬지 못해 얻는 작은 성과보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오래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큰 자산이다. 그래서 일의 경계는 시간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가치를 선택하는 문제이다.

“직업에서 행복을 찾아라. 아니면 행복이 무엇인지 절대 모른다”- 엘버트 허버드

행복한 직장생활의 기준이 필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은 더 이상 복지가 아니라 경쟁력이다. 퇴근 후에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독서를 하며, 운동과 산책을 즐기고, 자신만의 취미를 가질 때 다음 날 더 높은 집중력과 창의성을 발휘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일시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좋은 삶의 지속적인 실천’이다. 칸트는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도 결국 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일이 인간을 지배해서는 안 되며, 인간이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는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다른 국가는 가난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제도의 질이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결정한다고 설명하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조직은 일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조직이며, 좋은 직장인은 삶의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서 있다. 직접 해야 할 일과 맡겨야 할 일을 구분하고, 일해야 할 시간과 쉬어야 할 시간을 구분하며, 성과와 행복 사이의 균형을 세우는 사람이 결국 오래 성장한다.

슬기로운 직장생활은 더 많은 일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삶의 경계를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