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스틸 DX혁신①] 철강 유통도 '내일 도착' 시대 열었다

24시간 주문·30초 자동배차·실시간 배송 안내…특수강 유통의 로켓배송 실험 1000여 개 고객사 현장정보 데이터화…초임자도 배차 가능한 시스템 구축 용차비 부담은 고객에 전가하지 않아…“목표는 재고 부담 줄이는 상생 물류”

2026-07-30     최유미

철강 유통에도 ‘오늘 주문, 내일 도착’이 가능할까.

부산의 특수강 유통가공 대형업체 신한스틸이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을 내놓고 있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이 감으로 하던 일을 데이터가 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신한스틸은 자체 온라인 주문 시스템 E-BIZ에 자동배차 시스템을 연계해 주문부터 출하, 배송까지 이어지는 물류 흐름을 디지털 방식으로 재설계했다. 고객은 24시간 원하는 시간에 소재 재고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으며, 주문된 소재는 자동배차 시스템을 거쳐 익일 배송을 목표로 움직인다. 기존 초안에서도 신한스틸은 E-BIZ를 통해 고객이 24시간 주문하고, 최적 배차를 통해 다음 날 배송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철강 유통에서 납기는 곧 경쟁력이다. 고객사가 필요한 소재를 하루 늦게 받으면 생산 일정이 밀리고, 재고를 많이 쌓아두면 자금이 묶인다. 그래서 철강 유통의 진짜 승부처는 ‘얼마나 싸게 파느냐’만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빨리,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공급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신한스틸이 물류 혁신을 단순한 배송 개선이 아니라 고객사의 재고 부담과 현금 흐름까지 연결해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더 똑똑하게! 신한스틸 AI 자동 배차

30초 만에 배차 끝…베테랑의 머릿속을 시스템으로 옮기다

자동배차 시스템의 핵심은 배차 담당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바꿨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숙련된 담당자가 고객사별 납품 조건, 차량 진입 가능 여부, 하차 예상 시간, 차량 운행 일정, 적재 중량 등을 하나하나 확인해 배차 계획을 짜야 했다. 고객사가 많아질수록 업무는 복잡해지고, 특정 담당자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신한스틸은 이 과정을 시스템 안으로 넣었다. 1000여 개 고객사의 현장 정보와 차량별 운행 시간, 적재 중량 등을 데이터화해 자동배차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제 배차 전문 지식이 많지 않은 직원도 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운행 코스와 납품 예상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시스템은 주문 정보를 바탕으로 약 30초 내외에 배차 코스와 예상 시간을 산출한다.

이로 인해 업무 숙련도와 관계 없이 신규직원도 배차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단순 반복성의 전화 확인 절차와 배차 오류가 대폭 줄어들면서 현장 직원들은 고객 CS 대응이나 현장 품질 관리와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철강 유통업계에서 이 변화는 작지 않다. 그동안 배차는 ‘전화’, ‘메모’, ‘경험’, ‘눈치’가 결합된 고난도 업무에 가까웠다. 어느 고객사는 오전 납품을 선호하는지, 어느 현장은 대형 차량 진입이 어려운지, 어느 지역은 특정 시간대에 정체가 심한지 같은 정보가 담당자의 머릿속에 쌓였다. 신한스틸은 이 머릿속 지도를 시스템 지도로 바꿨다. 사람의 감각은 살리되, 반복 업무는 데이터가 처리하는 구조다.

“내 주문 어디쯤 왔나”…철강 배송에도 실시간 확인

고객이 체감하는 변화는 배송 확인에서 더 분명해진다. 배차가 확정되면 고객에게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배송 정보가 전달된다. 고객은 E-BIZ를 통해 내 주문이 몇 번째 배송 순서인지, 언제쯤 도착할지 확인할 수 있다. 운송 업체도 자체 모바일 앱을 통해 상차 위치와 정보를 보다 정확히 안내받는다. 이를 통해 현장 입고 준비가 한층 수월해졌으며 생산 일정 관리 효율성도 크게 향상됐다.

소재 주문 담당자 입장에서는 “차가 언제 오느냐”를 반복해서 묻지 않아도 된다. 현장에서는 도착 시간을 미리 알고 하차 준비를 할 수 있다. 운송 기사 입장에서도 상차 위치와 하차지 특이사항을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전화와 확인, 재확인의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현장의 피로도도 낮아진다.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시스템 도입 이후 올해 신규 고객사가 77개사나 늘어났으며, E-BIZ의 월간 사용 횟수는 기존 200건에서 700건으로 3.5배 이상 급증했다.

시스템 구축 이후 기존 고객사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특히 과거처럼 불필요하게 많은 재고를 쌓아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이전에는 납기의 불확실성 때문에 여유 재고를 과도하게 보유하는 관행이 있었다. 다만 ‘익일 배송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필요한 시점에 맞춰 주문하는 유연한 재고 관리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스틸은 자동배차를 물류 시스템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요일·시간별 정체 구간, 폭우·폭설 등 기상 상황, 고객사별 과거 주문 패턴까지 반영해 납품 예상 시간을 더 정교하게 만들 계획이다. 또 차량 진입 제한, 하차지 특이사항, 현장 애로사항 등을 모바일 앱 기반 커뮤니티로 축적해 데이터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야드관리·QR서류·전자서명까지…물류가 곧 플랫폼이다

신한스틸의 다음 목표는 야드관리시스템(YMS)과 자동배차의 결합이다. 차량이 들어오면 어떤 소재를 어디서 상차해야 하는지, 크레인 동선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까지 시스템이 매칭하는 방식이다. 차량 대기 시간을 줄이고 공장 내부 작업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상차 차량이 야드 근처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미리 소재를 준비하는 지오펜싱(Geofencing)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서류도 바뀐다. 신한스틸은 상차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QR코드로 확인·출력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 인수증과 디지털 서명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납품 완료 후 고객사가 운송기사의 스마트폰 화면에 서명하면 해당 데이터가 E-BIZ에 실시간 반영되고,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구조다. 거래명세서와 품질검사원(Mill Sheet) 등 종이로 주고받던 서류도 PDF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카카오톡 알림톡과 연계할 계획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종이 줄이기’가 아니다. 주문, 배차, 상차, 납품, 확인, 서류 발급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철강 유통이 더 이상 창고와 전화만으로 움직이는 사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비용보다 신뢰…“고객 재고 부담 줄이는 것이 목표”

시스템 도입 초기에는 성장통도 있었다. 자동배차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임시 용차 사용이 늘었다.

그만큼 물류비 부담도 증가했다.

하지만 신한스틸은 늘어난 비용을 고객사에 전가하지 않고 자체 부담했다. 당장의 마진보다 고객과의 신뢰를 우선했다는 설명이다.

신한스틸 측은 “자동배차 시스템 및 전산화 구축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사의 소재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자동배차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추가 개발을 통해 더 나은 시스템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유통은 오랫동안 무겁고 느린 산업으로 인식돼 왔다.

신한스틸의 시도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특수강도 플랫폼에서 주문하고, 카카오톡으로 배송을 확인하며, 데이터가 배차를 짜는 시대다.

신한스틸이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한 자동배차 시스템이 아니다. 철강 유통의 속도와 신뢰를 다시 설계하는 새로운 운영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