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철강업계는 반도체 투자가 마냥 반갑지 않다

2026-07-21     남영준
남영준

요즘 신문을 보면 숫자가 감당이 안 된다. 삼성이 반도체와 AI에 2,655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SK도 1,100조 원, 현대자동차도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조 단위가 몇 개나 이어지는지 손가락으로 세어봐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투자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전기를 엄청나게 먹는다는 것이다. 이번 투자로 필요해진 전력만 15GW가 넘는다.

여기에 전국에 새로 들어설 데이터센터 150곳만 추가로 9.36GW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투자만 현재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의 3.6배다. 원전 예닐곱 기를 더 돌려야 감당할 양이다.

문제는 이런 투자가 전기를 원한다고 해서 전기가 뚝딱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데이터센터는 발표 후 단기간에 전력을 연결하고 싶지만, 송전선로와 변전소는 인허가만 몇 년이 걸린다.

이 시차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망 투자비 증가다.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더 빨리, 더 많이 지어야 하니 투자비가 커지고, 이는 전기요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공급 부족과 혼잡 비용이다. 투자가 집중된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데 송전망 확충이 늦어지면 계통 혼잡이 생기고, 이를 풀기 위한 보강설비 비용이 올라간다.

셋째, 비효율적인 급전이다. 수요를 제때 맞추려면 단가가 높은 LNG 발전 등 단기 대응 전원을 더 쓰게 되고, 이것이 전력가격을 밀어 올린다.

실제로 미국에서 전기로를 쓰는 철강회사 메탈러스의 전력비가 2024년 이후 70%나 뛰었다고 한다. 연간 1500만 달러가 고스란히 더 나갔다.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아예 제동을 건 곳도 나왔다. 뉴욕주지사 캐시 호컬은 전력 사용량 50메가와트 이상인 신규 데이터센터의 인허가를 1년간 중단시켰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 모라토리엄을 건 사례다.

미국 최대 전력시장인 PJM 권역(동부와 중서부 13개주)의 올해 1분기 도매 전력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나 뛰었다고 하니, 뉴욕주의 결정이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이면 9.5~15.3%까지 오른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도 이 흐름을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력 수요 전망치를 기존 잠정안보다 높여 700테라와트시(Twh)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늘어날 수요를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2025년 전력 수요가 549Twh였다.

다만 계획을 올려 잡는다고 전기가 곧바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 대목에서 철강업계가 걱정이다. 원가에서 전력비의 비중이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SK, 현대차가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같은 전기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철강업계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국가적으로 반가운 투자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돌아오는 역설이다.

그렇다고 반도체와 AI 투자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가가 미래를 걸고 밀어붙이는 정책이니 철강업계 사정을 봐가며 늦출 리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다. 오르는 전기요금을 어떻게든 견뎌낼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다. 전력을 자체 생산하든,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든 말이다.

거대한 자본이 전기를 향해 몰려가는 지금, 그 그늘에 놓인 업종이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준비는 언제나 여유가 있을 때가 아니라,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에 해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