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U 유럽국민당, 탄소배출권 규제 완화 추진
ETS 감축 속도 지연 및 무상할당 축소 속도 완화 요구 2031~2035년 배출 감축률 기존 계획 대비 1%p 이상 낮춰야 CBAM 시행 앞두고 유럽 제조업 경쟁력 보호 움직임 확대
유럽연합(EU)의 유럽국민당(EPP)이 산업계의 탄소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역내 철강 등 탄소집약 산업의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PP는 EU의 탄소 감축 정책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출량 감축 속도를 늦추고 산업계에 대한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PP는 최근 작성한 내부 입장문 초안에서 “산업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조정이 필요하다”며 ETS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7일 ETS 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이후 회원국 정부와 유럽의회 간 협의를 거쳐 최종 개편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 EPP, ETS 감축 목표 완화 요구…2031년 이후 속도 조절
EU ETS는 발전 및 산업 부문 기업들이 배출량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매년 배출 허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탄소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ETS 배출량 감축률은 연간 최소 4.3% 수준이며, 2028년부터는 4.4%로 강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EPP는 2031~2035년 기간 동안 연간 감축률을 기존 계획보다 최소 1%p 낮추고, 2035년 이후에는 추가적인 완화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등 역외 경쟁국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제조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특히 철강·시멘트·화학 등 탄소 배출량이 높은 산업은 ETS 비용이 생산원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만큼, 규제 속도 조절 여부가 향후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무상 탄소배출권 축소 늦춘다…2030년 최대 30% 감축 제한 제안
EPP는 산업계에 제공되는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축소 속도 완화도 요구했다.
EU는 역내 기업들이 탄소 비용 부담이 없는 해외 경쟁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배분해 왔으며, 향후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그러나 EPP는 무상할당 축소 일정을 늦추고, 2030년까지 최대 감축 폭을 3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EU의 무역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무상할당 폐지 절차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CBAM과 관련해 역외 철강재와 경쟁해야 하는 유럽 산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 ETS 수익, 탈탄소 투자 비중 높여야
EPP는 EU 회원국들이 ETS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산업 탈탄소화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TS는 2013년 이후 약 2600억유로(약 449조 원)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대부분은 각 회원국 정부 재원으로 귀속됐다.
EPP는 이 가운데 더 많은 자금이 탄소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산업 분야의 탈탄소 전환 지원에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산업계에서도 ETS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산업협회 콘핀두스트리아(Confindustria)는 최근 EU의 탈탄소 목표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ETS 운영 방식이 유럽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 CBAM 앞둔 글로벌 철강시장 영향 주목
이번 ETS 완화 논의는 글로벌 철강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U는 CBAM을 통해 수입 철강재에도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한편, 역내 철강업체에는 ETS 비용 부담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철강업계는 탄소 감축 투자와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왔다.
EPP의 제안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경우 유럽 철강업체들은 기존보다 긴 시간 동안 무상배출권 혜택을 유지하면서 탈탄소 설비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환경단체와 일부 회원국에서는 ETS 완화가 EU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 발표되는 EU 집행위의 공식 개편안과 더불어 유럽의회 및 회원국 간 협의 결과에 따라 유럽 철강산업의 탄소 비용 구조와 글로벌 경쟁 환경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