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92.2% 찬성…“파업 목적 아니야”
투표율 97.1%·찬성률 92.2%…역대급 참여 속 가결 노조 “물적분할 후 철강은 캐시카우 역할, 노동자 희생만 강요” Next 50년 준비하려면 사람과 기술에 투자해야
포스코 노동조합이 2026년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포스코노조는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97.1%, 투표 조합원 찬성률 92.2%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결과가 단순한 찬반 투표를 넘어 물적분할 이후 누적된 현장 노동자들의 박탈감과 회사 경영 방식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역대급 참여율과 높은 찬성률은 더 이상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의 강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회사가 ‘1995년 이후 역대급 경영위기’를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 판단 기준은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포스코홀딩스로 이전되는 배당금은 기준 없이 상향되고 있으며, 지난해 교섭 과정부터 관련 기준 공개를 요구했음에도 회사가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경영위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기준 없이 홀딩스로 배당되는 금액부터 조정했어야 한다”며 “노동자에게만 위기를 이유로 희생을 요구하는 현재 방식은 현장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경쟁력 강화와 직원들에게 투자돼야 할 재원이 홀딩스로 이전되는 데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직원들의 관련 문제 제기에는 ‘별개의 회사’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며 경영 논리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노조는 “이러한 이중적인 기준이 반복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현장 불만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회사가 진정으로 철강 경쟁력을 걱정한다면 가장 먼저 현장의 신뢰 회복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원들의 임금 반납과 관련해서도 현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기 때마다 임금 일부 반납을 발표하지만 이후 지급되는 성과보상은 현장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에게는 위기를 강조하면서 임원에게는 보상이 이어지는 구조가 회사 발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이러한 괴리가 현장의 박탈감과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포스코가 ‘Next 50년’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래 경쟁력의 핵심인 인력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노조는 최근 반도체 등 타 산업의 높은 처우로 우수 인력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장치산업인 철강업에서는 숙련된 현장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잃으면 기술력이 무너지고, 기술력 약화는 결국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수익성 개선 과정에서 부담은 지속적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몫이었다며 “회사를 살리는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의 손끝이며, 위기 극복 역시 노동자의 기술과 헌신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조는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이 파업 자체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노조는 창립 이후 무파업 전통을 이어오며 노사 화합을 통해 회사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으며, 철강산업의 어려운 현실과 노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현장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구성원의 사기가 무너진 조직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현장 노동자들의 신뢰와 자부심을 회복하는 것이 회사가 우선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회사의 태도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조속한 해결을 위해 2주간 집중교섭을 제안하고 성실한 대화를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회사가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노력보다 교섭을 지연시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하면서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제시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이번 역대급 투표율과 압도적인 찬성은 파업을 원해서가 아니라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현장의 절박한 경고”라며 “노동자들은 회사를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의 희생으로 위기를 버티고, 노동자의 헌신으로 성과를 만들면서도 그 가치와 존중을 외면하는 경영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포스코가 진정으로 Next 50년을 준비한다면 가장 먼저 사람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쟁의행위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회사가 불성실한 교섭을 이어갈 경우 쟁의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단계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