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AI와 다극화, 철강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나?
최근 화두는 단연 이란전쟁이다. 관심사는 무엇 때문에 전쟁을 시작했는지가 아니라 언제 끝날지,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이 어떤 경로로 미칠지 등이다. 유튜브에는 이란전쟁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이란 전쟁과 러-우 전쟁을 보면서 국제정치의 룰이 바뀌었고, 이것이 철강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전쟁의 목적이 바뀌었다. 2차 대전 이후 굵직한 전쟁은 이념전쟁(중국 국공내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이거나 종교적, 민족 간 갈등(중동전쟁, 코소보 내전) 때문이었다. 그러나 러-우 전쟁과 이란전쟁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 미국이 전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압도적인 군사력 때문이다. 미사일과 항공기, 항공모함 등 압도적 화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강력한 ‘전쟁억지력’으로 작용했다. 대신 미국은 매년 GDP의 5%에 달하는(한화 1,000조원) 천문학적인 돈을 국방비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 러-우 전쟁과 이란 전쟁에서 드론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부상했다. 드론이 왜 게임 체인저인가? 단순히 경제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내린 결정을 구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쟁의 승패는 항공기, 미사일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인공지능과 접목된 소프트웨어가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 번째는 단일패권(미국) 시대가 몰락하고 각자 도생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이념이 아닌 각자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시대, 국제 규범이 무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트럼프는 대놓고 “G7대신 Core5(미, 중, 러, 인도, 일본)가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 중국을 필두로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네 번째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말 바꾸기와 동맹을 무시한 밀어붙이기 정책은 그동안 동맹으로 여겨온 유럽이나 중동, 동남아는 물론 제3세계 국가에게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실제 중동과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전략적 파트너로 미국보다 중국을 선택하겠다”고 한 대답이 더 높았다.
동맹의 개념이 사라지고 힘의 정치로 밀어붙이면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환율과 에너지 가격, 주식시장은 트럼프의 말 한마디, 이란 사태 전황(戰況)에 따라 널뛰기를 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상시변수’가 됐다. 여기에다 AI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이 일상화됐다. 머지않아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의 일터를 대신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철강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철강은 소재산업이다. 특히 건설과 제조업 의존도가 크다. 그런데 불확실성이 커지면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철강소비 감소와 같은 의미다. 특히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투자 및 소비위축이 더 빨라진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위 선진국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폭적인 감산이 없는 한 수출밖에 없다.
더욱이 3D기술과 인공지능의 범용화는 대량생산방식에서 소량 주문형 생산 요구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대량생산에 의한 원가절감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원론적인 얘기지만 외형보다 내실 위주로 가야 한다. 한국 철강산업은 단위 설비가 너무 크다. 더 큰 문제는 세상이 변했는데도 거래방식, 문화, 마인드는 40년 전 그대로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외형 중심, 공급자 중심 구조다. 제조업이나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전통 제조업에 AI를 접목한 AI+로 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원가 면에서는 경쟁력을 잃었다. 핵심기술과 전략제품이 있어야 살아 남는다.
세 번째는 철강 메이커에서 유통, 실수요가에 이르는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철강산업 하나의 시각에서 보면 안된다. 유통은 공급자보다 수요가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고객의 원가를 절감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
정부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함께 고용을 위한 병역특례, 기술보호, 임금격차 축소, 납품관계 정리는 시장에만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이 정치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전환기임에는 틀림없다. 더불어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이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이에 필요한 에너지(전력)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현재 상황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