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향후 글로벌 철강제품 무역 마찰 심화 우려
최근 유럽연합 의회는 외국산 철강제품의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통과시키고 향후 회원국의 최종 승인을 거쳐서 7월 1일부로 시행할 예정이다.
핵심 내용은 철강제품 수입 관세를 기존의 두 배 수준인 50%로 올리고, 관세 적용 전 허용되던 무관세 수입 물량도 47% 축소하는 안을 찬성 606표, 반대 16표로 통과시킨 것이다. EU의 이번 관세 인상 조치는 세계 철강공급 과잉 지속으로 시장 균형이 깨졌다고 보고 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는데 있다.
이미 세계 철강시장에 중국산 제품 범람으로 미국 등 주요국들이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4,000만톤 이상의 철강제품을 역외에서 수입 중인 EU의 이번 조치는 향후 세계 철강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 마찰도 심화시킬 전망이다.
금년 1~4월 세계 조강생산량은 전년동기 대비 2% 감소하였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에 한참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공급과잉 유발 국가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 생산량이 4.1% 감소하였지만 최대 철강 수입 초과 국가인 미국 생산량이 6.6% 증가하였고 인도 9.4% 증가, 베트남이 8.4% 증가하는 등 글로벌 철강재 수급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무역 마찰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철강업계는 ’구조적 과잉생산‘ 301조 조사에서 한국을 대표적인 과잉생산 국가로 지목하고 수입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산 철강제품이 한국에서 가공되어 미국시장으로 유입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오스트리아, 대만 및 UAE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서도 미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고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를 본격화하기로 했는데 이미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 제품에도 간접적인 파급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국 정부는 한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데, 관세율은 최대 22%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중국산 선재 제품에 대해서 신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가운데 한국 등 4개국산 도금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하였으며, 브라질 정부는 중국, 인니, 인도산 STS HR 제품에 고율의 덤핑률을 예비 판정하였다.
한편 각국 정부는 이러한 직접적인 무역규제 조치와 함께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간접적인 지원 정책도 도입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공공 프로젝트에는 자국산 철강재 사용 의무화 제도를 개시하는 등 철강산업 보호 조치를 강화 중에 있으며, 캐나다 정부도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한국 등 FTA 국가를 대상으로 ‘철강 저율 할당관세(TRQ)’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의 고율 관세로 피해를 입고 있는 철강산업을 포함한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1조원 이상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글로벌 철강무역 환경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서 우리 철강업계 및 정부도 직접적인 수입 규제 조치와 함께 간접적인 철강산업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등 적절한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미 우리 정부가 중국 및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덤핑 방지 관세부과 규칙 제정안‘을 공식 입법 예고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이러한 직접적인 수입 규제 조치 이외에도 철강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한편, 공공 프로젝트의 국산 철강재 사용 의무화 강화 및 수출 대상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따라 피해를 입은 철강업계에 대한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