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총이 멈춰도 상처는 남는다
이란 전쟁이 언젠가는 끝난다. 미국과 이란이 한없이 끌고 가기에는 무리다. 핵 포기 문제로 밀고 당기고 있지만, 양국의 사정이 오래 끌기에는 어렵다.
끝나면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
경제학자들은 ‘비대칭 회복’과 ‘흉터 효과’라는 말을 쓴다. 전쟁이 준 상처는 종전 이후에도 오래 남는다는 뜻이다. 총알로 뚫린 구멍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에 달하며, 거의 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전쟁 기간 내내 이 해협은 세계의 목줄이었다.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섰고, 이를 본 BBC 경제에디터는 “20분 만에 이렇게 급등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종전이 되어도 유가가 바로 폭락하지는 않는다. 투자 심리는 더디게 돌아온다. 공급망은 한번 꼬이면 풀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회복의 속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에너지 독립국인 미국은 유가 급등의 수혜를 챙겼다. 반면 걸프 연안 국가들의 경제는 치명타를 입었다. 에미레이트 항공, 에티하드 항공 등 환승 허브로서의 매력이 급감했고, 중동 재건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세계 경제는 이처럼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뛰지 않는다. 강한 자가 먼저 뛰고, 약한 자는 아직 일어서는 중이다. 이것이 비대칭 회복이다.
한국은 어정쩡한 자리에 있다. 피해자이면서 기회를 노려야 하는 나라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수출입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리라 본다. 유가 10% 상승만으로도 제조업 평균 생산비용이 약 0.71% 오른다. 석유제품 산업은 6.30%, 화학제품은 1.59%의 비용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중소기업과 내수 기반 산업은 더 취약하다. 이것이 흉터 효과다. 전쟁이 끝나도 비용 상승은 기업의 투자 결정에 남고, 소비자의 지갑을 오그라들게 만든다.
그러나 반전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이란 전쟁이 2분기 중 끝나고, 올여름 전후로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경우,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은 살아있다. 중동 재건 수요는 한국 건설과 플랜트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쟁이 남긴 폐허 위에 새 시장이 열린다.
문제는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느냐다. 3가지를 고려하면서 미리 준비하자.
첫째, 빠른 정상화를 믿지 마라. 종전 선언은 하나의 사건이다. 그러나 경제 회복은 과정이다. 주가가 오르고 유가가 내린다고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다. 흉터는 보이지 않는 곳에 남아 있다. 소비자 심리, 물류비용, 금융 조달 환경, 거래처의 재무 상태. 이 모두가 아직 회복 중이다. 섣불리 비용을 늘리거나 재고를 쌓는 기업은 뒤늦게 대가를 치른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한국이나 기업에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온몸으로 가르쳐 줬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보장이 없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대체 원자재 확보, 물류 루트 분산. 귀찮고 돈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이 귀찮음이 다음번 위기를 버티는 힘이 된다.
셋째, 전쟁 뒤에는 반드시 재건이 온다. 이란의 인프라, 걸프 국가들의 항공·물류 시스템, 에너지 생산 설비, 방산 등. 한국의 기업에 이것은 선점의 게임이다. 늦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총이 멈춰도 상처는 남는다. 비대칭 회복의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다. 남보다 빨리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어서는 것. 흉터를 살피며 다음을 준비하는 기업이 결국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