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간담회⑤] 美, 철강을 ‘안보’로 바라보다…“국가 정책 방향성이 중요”

美 철강산업, ‘안보자산’으로 다뤄온 역사…韓 정책 의식변화 必 中, 대학 내 데모플랜트 건설…자체 엔지니어링으로 미래기술 선점 벨기에 기업 공동연구소…잠재적인 파이프라인으로 지속가능 체계

2026-05-13     최유미

목표와 수단은 비례적이다. 철강산업의 중요성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도 달라진다. 인구문제, 탄소중립, 인공지능 전환 등의 과제는 개별 기업이나 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에 미국 사례를 바탕으로 철강 산업을 국가 안보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국가 정책의 근본적인 의식변화의 당위성을 살펴봤다.

홍정의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상무(오른쪽 사진)는 미국이 시작부터 끝까지 철강을 ‘안보’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철강 노조가 파업에 나섰을 때 행정명령으로 6개 고로사를 국유화하고자 했다. 결국 대법원에서 6대 3으로 패소하며 마무리됐지만, 그만큼 철강산업이 미국에서 어떠한 의미인지를 보여준다.

케네디 대통령은 철강업계가 열연가격을 6달러 인상하겠다고 나서자 긴급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어 72시간 내 처리하지 않는다면 철강업계는 국가의 반역자가 될 것이라고 여론전을 펼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각 철강사에는 FBI, IRA, 국세청을 포진시켜 압박하는 등 철회하도록 조치했다.

홍 상무는 “당시 미국 철강산업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있고, 다른 나라는 신경쓸 것 없이 국가가 철강산업을 적극적으로 통제했다”며 “다만 이후 경쟁력이 사라지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무용지물이 되자 트럼프가 안보를 근거로 50% 관세를 부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철강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에서의 여러가진 변수들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인과관계에 얽혀있다. 과거에는 비용 측면만 고려해도 됐다면 지금은 시장의 접근을 어떻게 통제하고 확보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주어지는 가격이 매우 달라진다.

◇ 철강, AI, 탄소중립 전환의 시기…국가 산업정책 방향성 중요

우리나라는 중국 저가 철강재를 반덤핑으로 막고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제적인 대응으로 소재 제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단순 반덤핑에 더해 탄소중립 등으로 시장 진입자체가 가격이나 품질을 넘어 인증된 정보로 검증되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는 AX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다만 AI 산업의 경우 CEO 관점과 현장 근로자의 관점 간에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 CEO 관점에서는 포스코야 이미 그런 과정을 겪어서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잡혀있다고 하지만, 중견 중소기업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거나 중요성과 방법론을 알지만 목표는 틀린 기업도 있다.

핵심은 암묵지의 형식지화다. 경쟁력은 설비의 형식지와 사람이 가진 암묵지와 결합하면서 나왔다. 이러한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는 과정은 명장급의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과 현직자, 그 가운데의 현장형 AI 전문가가 3인 1조를 이뤄야 한다. 과연 명장들이, 혹은 현직자가 본인의 잡(Job)이 날라가거나 위축되는 과정이 순탄히 협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홍 상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강산업의 경쟁 잠재력은 아직도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일지 몰라도 AI 관련해서 우리만큼 적응을 빨리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고, 중국은 정상적인 경쟁관계가 힘들고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으니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포스코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추정했을 때 하이렉스 투자가 10조 단위로 늘어날 때마다 BEP 가동률은 5%p 가량 증가하는 구조가 된다. 여기에 수소 가격 변동비를 추가하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나는데 이는 기업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홍 상무는 “결국 이것을 누군가 사줘야 하는데 중국산과 경쟁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러면 국가는 어떠한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지원을 해줄지도 문제이기에, 국가 산업 정책이 어떤 의식을 갖고 이어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미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이 세대교체, 전환의 시기에는 산업간, 기업간 협력관계가 매우 취약하다”며 “포스코가 정점이라면 아래 생태계에도 흩어져서 이어질 수 있는 동맥, 정맥 핏줄들을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이렉스를 포스코의 전유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자산의 개념으로 봐야 하며, 수소값, 전기값 역시 포스코가 아닌 국가가 걱정하고 지원해 할 부분”이라며 “새로운 혁신기술을 하겠다는 마인드라면 모두 힘을 합쳐야하고 국가의 지원은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 중국·벨기에 사례로 본 R&D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성

이준호 교수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철강 R&D 시스템에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기업은 현장 R&D에 집중하고 정부는 미래기술 확보를 위해 각 대학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며 “심지어 수소환원제철용 샤프트 퍼니스(Shaft Furnace)를 대학 안에 깔아뒀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외주 설비가 아니라 자체 엔지니어링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정부 R&D 지원 시 기업은 매칭 펀드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OECD 규정에 따라 설비투자는 제약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중국은 기업에 직접적인 투자가 아니라 대학에게 투자해 WTO제재 및 보조금상계관세(CVD) 등 통상마찰 관련 이슈를 완전히 해소했다.

대학이 철강 전문 연구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R&D를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어 정부와 기업은 리스크에서 벗어나 선행기술을 확보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벨기에는 아르셀로미탈과 타타스틸의 연구소 역할을 하는 CRT라는 연구기관이 있다. 독립법인으로 정부, 기업의 공동지원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기업은 선행연구 종료 후 유휴 인력 처리에 부담을 느껴 정예 인력 채용을 꺼리게 되고 이는 결국 연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해당 연구소는 A기업의 연구과제가 끝나면 B기업의 과제를 이어서 수행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어 일종의 헤지(Hedge)가 된다. 연구센터는 연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기업은 인력 운용 부담을 덜게 된다. 마치 철강협회 회비처럼 회원사들이 비용을 분담해 잠재적인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는 구조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주체가 되어 파일럿 플랜트 건설 등 새로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차세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인력난 해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한국 역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