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간담회④] 포항·광양 ‘인구절벽’ 파고…10년 채 남지 않은 자동화 데드라인
포항·광양, 10년 안에 생산직 채용 사실상 불가…DX 완성 시한 포스코만 문제 아니다…벤더사 흔들리면 철강 생태계 전체 위험 포항·광양 ‘터미널’ 지역이라는 점도 위기…해상운송 기능 극대화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는 단순히 글로벌 경기 침체나 저가 수입재 공세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안으로는 숙련공들의 퇴직과 청년 인력 이탈, 지방소멸이라는 ‘인구 쇼크’가, 대외적으로 GX·DX 전환 압박이 동시에 밀려온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철강산업의 DX 완성시한을 10년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교수는 AX·DX에 대한 니즈는 국내 철강업계를 넘어 글로벌 산업 모두가 안고 있지만, 이 가운데 우리나라만이 지닌 특수성은 바로 ‘인구’라고 짚었다.
그는 “2021년 최정우 당시 포스코 회장의 궁금증은 ‘지방소멸이라면 언제까지 생산인력을 뽑을 수 있을까?’였다”라며 “DX를 추진하기 위해 목표 시기가 도출돼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2036년 포항·2038년 광양…인구 쇼크가 예고한 ‘생산인력 절벽’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의 생산직은 주로 경상북도 출신 고졸·초대졸자 인력이, 광양은 보다 넓은 지역에서 충원돼왔다. 그러나 향후 해당 지역에서 유입되는 고졸·초대졸자 인력은 점차 감소해 포항은 2036년부터, 광양은 2038년부터 신규 생산인력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태에 진입할 전망이다. 자동화 시스템 구축의 데드라인이 도출된 셈이다.
문제는 자동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 철강업계의 AX·DX의 가장 높은 장벽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현장 장인들의 암묵지다. 아침에 일어나 몸으로 느끼는 노(爐)의 상태, 게이지를 돌리는 미세한 손맛은 데이터로 쉽게 치환되지 않는다. 심지어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제철소의 꺼진 불을 다시 살린 주역은 퇴직한 숙련공이었다는 이야기는 이를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지방소멸의 중심에는 대졸자 혹은 고학력자들이 있다. 과거에는 “포스코 같은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냐”는 말이 통했다면 현재 젊은 엔지니어에게는 청년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지방 근무가 기회비용으로 작용한다. 조 교수는 “입사를 하면 잠시 포항으로 또는 광양으로 가있으라고 한다”며 “근데 ‘나의 삶은 서울인데 왜 나를 자꾸 포항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친구들은 ‘부캐’라는 것도 있고 주변에 음악이든 언어든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포항과 광양에서는 주중에 아무것도 할수 없다”며 “심지어 금요일 6시 퇴근 후 서울로 올라오면 친구들이 이미 자리를 파한 뒤”라고 덧붙였다.
인구지표도 심상치 않다. 20대 여성 100명 당 20대 남자 수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포항은 138명, 광양은 150여 명 수준으로 불균형이 뚜렷하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포스코는 머지않아 포항과 광양에서 생산직은 물론 엔지니어와 관리직 채용도 어려워진다.
◇ 인구 쇼크에 응답한 ‘격주 4일제’…인력난에 흔들리는 벤더사
결론은 포스코가 나쁜 회사여서가 아니라 청년인구가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금요일 저녁 6시 강남역과 홍대 앞, 성수동에서 포스코 사람이 아닌 청년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조 교수는 “이는 포스코 업무행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인구관점에서 밝혀진 것”이라며 “그렇지만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좋은 인재를 뽑더라도 자꾸 떠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내부적인 고민을 거쳐 도입된 것이 격주 4일제”라며 “AX, DX 모두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걸 완성해야하는 시간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포스코라는 대기업의 이야기이지 그 아래 1·2·3·4차 벤더사들의 사정은 훨씬 더 녹록지 않다. 벤더사들이 인력난에 흔들리면 포스코도, 철강 생태계 전체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R&D센터 수도권 거점으로…철강도시 '글로벌 해상 요충지' 전환
이준호 교수는 이와 관련해 R&D 거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1990년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삼성이 지금의 삼성을 일으킨 가장 큰 원동력은 전국에 흩어져있던 R&D 센터를 삼성역 인근으로 모았다는 것”이라며 “철강업계 역시 R&D센터가 생산기지 바로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또한 포항, 광양, 당진이 철도와 도로가 끝나는 ‘터미널’ 지역이라는 점도 위기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판교가 서울이 아니더라도 인재들을 많이 뽑을 수 있었던 것은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이라며 “철강 도시들은 해상 운송 기능을 극대화해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요충지가 되어 경쟁력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은미 연구위원은 “연령구조가 바뀌는 것을 보면 10~20년 내 분명히 축적된 숙련 인력들은 모두 퇴직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자연 퇴직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고, 고령화가 될수록 인력은 내보내고 신규인력은 안 뽑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기업의 영리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