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간담회①] 韓 철강산업 전환 기로…“정해진 미래, 바꿀 의지가 중요”
"산업정책 부재, 컨트롤타워 필요하다"…정부·지자체 파트너십 단절 "중국 약탈적 덤핑, 철강 무너지면 자동차·조선·건설 등 연쇄 붕괴"
철강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 탄소중립(GX), 인구감소에 따른 인력 위기 등이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산업 경쟁력 유지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특히 제조 현장의 ‘암묵지’ 데이터화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포항과 광양은 10년 안에 생산직 채용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탄소중립 역시 속도 조절 논의와 별개로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철강 안보 전략은 한국에도 국가 차원의 접근 필요성을 시사한다. 본지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철강산업의 대응 방향과 제도적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지난 4일 ‘기술진화와 철강산업의 대응’을 주제로 조찬간담회를 개최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이준호 고려대 교수, 정은미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조영태 서울대 교수,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상무가 참석해 기술 변화가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편집자주]
페로타임즈는 지난 4일 삼정호텔에서 ‘기술진화와 철강산업의 대응’을 주제로 창간7주년 조찬간담회를 개최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이준호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정은미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조영태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교수,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상무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기술변화가 철강산업의 생산방식, 투자전략, 경쟁질서, 탄소중립 경로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복합적인 위기를 돌파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손영욱 대표는 “철강이 자꾸만 정체되고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앞으로 철강산업이 가져가야 할 경쟁력의 원천, 사고·인식의 변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시대변화에 빨리 순응하고 선점하지 못하면 뒤처질 것이라는 시급성이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 문제도 함께 짚었다. “철강은 엔지니어 중심으로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되다 보니 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또는 전략적인 처방보다 기술을 중점에 두고 있어 액션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극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지원, 지자체와의 협력 관계 등 일종의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많이 단절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정책이 없어진 듯한 느낌인데 산업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한 것 같다”며 “중요한 뿌리산업으로서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이제는 한물 간 산업으로 취급해버리니 이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호 교수는 단기 성과주의에 따른 문제점을 언급하며 정책적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의 산업섹터는 단기성과를 중요시하다 보니 저렴한 중국 철강 사서 쓰면 된다는 논리를 계속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붕괴되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철강 가격이 싸게 유지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철강산업특별법 안에 관련 조항이 있는 만큼 오늘 논의된 방안들을 적극 활용해 철강업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정의 상무 역시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위협을 약탈적 덤핑으로 규정하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는 "철강산업을 약탈당하면 철강을 소재로 쓰는 전 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에 싸게 소재를 공급해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에 결국 다 무너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K-스틸법에 대한 섣부른 비관론에도 일침을 가했다. 홍 상무는 ”법은 큰 틀의 프레임을 정하는 것이고, 그 이후를 채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기대만큼 안 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고,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미 연구위원은 “철강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에 의문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패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정해진 미래라고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바꿀 수 있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산업발전사를 보면 초창기 아무런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선도자적일 수 있었던 것은 바꾸고자 하는 의지였고 이에 따라서 길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한국 철강산업이 당면한 복합 위기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정부와 지자체, 산업 전체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AX·GX 등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