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미래 철강산업,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이 좌우
현재 글로벌 철강업계는 수요 침체에 따른 불황 지속,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조달 체제의 불안정 및 미국 트럼프 정부가 촉발시킨 무역전쟁의 해결 지연 등 수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단기적인 과제의 해결과 함께 철강업계가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저탄소 생산체제’를 경쟁국 및 경쟁 철강회사 대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 철강산업의 주도권 이동 경로를 보면,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근대 철강산업이 19세기 미국을 거친 후, 20세기 중반에 일본, 후반에는 한국으로 이동했다가 21세기에는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대형 고로법, LD 전로법, 연소주조법 및 각종 표면처리 방법 등 새로운 제철 기술의 등장과 이를 적시에 채용한 국가 및 철강회사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철강산업이 향후 글로벌 주도권을 탈환 내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적용될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 및 철강회사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누구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6년부터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서 글로벌 철강사들은 이미 재무적 부담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하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발표한 금년 1/4분기 CBAM 인증서 가격은 철강제품 톤당 75.36 유로 수준인데 이 가격은 매분기 수정 공시될 예정이다.
다행하게 그동안 글로벌 철강업계 중에서 선두자리를 유지하던 유럽 철강업계의 관련 행보가 ① 철강 경기 부진에 따른 투자비 조달 부담 ②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정 재탈퇴 조치 및 화석연료의 부활 천명에 따른 투자 리스크 우려 ③ 저탄소 철강재 소비 시장의 미성숙 등의 이유로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우리 철강업계에게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철강 전문지의 분석에 따르면 탄소집약도, 생산 공정, 저탄소 투자 수준 및 데이터 공시/검증 등 4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글로벌 유수 철강기업들과 비교 평가한 결과 국내 대형 철강사들의 CBAM 대응 수준은 중간 정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새로운 수소환원 제철 프로세스 (HyREX) 실증을 위한 30만톤 규모의 Demo Plant를 건설 중인데 2028년에 가동을 개시해서 2030년까지는 상업화 준비를 마치고 이후에는 본격적인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관련 기업들이 이러한 신제철기술 개발 계획이 한치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지 미래의 생존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철강산업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술개발 과정 및 실제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의 조달과 필수 원료가 될 그린 수소의 안정적/경제적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하고 저탄소 철강재를 최종 소비할 수요업계와의 협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서 향후 철강제조 현장에 도입될 인공지능(AI)과의 연계 방안도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