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특별기고] 철스크랩, 전략 자원으로 공급망 개선..공정거래 안보 핵심

전기로 원가 좌우 철스크랩, 공급망 안정이 산업 경쟁력 불황형 자급률 넘어 고급 철스크랩 확보 전략 시급 철스크랩은 폐기물 아닌 순환자원…제도 인식 전환 필요 제조업 배제된 산업 분류, 입지·세제·금융 지원 한계 초래 K-스틸법 계기 공정 거래와 상생 기반 공급망 재편해야

2026-05-04     박봉규 총장/정리=정하영

페로타임즈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를 짚는 특별기고를 연속 게재하고 있다. 이번 글은 철강산업의 근간인 원료 문제, 그 가운데서도 전기로 제강의 핵심 원자재인 철스크랩의 수급 구조와 제도 환경, 산업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했다. 탄소중립 전환과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철스크랩은 단순한 재활용 자원을 넘어 국가 철강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폐기물 규제와 산업 분류의 한계, 유통 구조의 비효율, 수요·공급 업계 간 불균형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철강자원협회 박봉규 사무총장은 철스크랩 산업을 하나의 독립된 산업 생태계로 바라보고, 공정한 거래 질서와 정책 지원, 산업화 기반 조성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원료 확보 문제를 단순한 구매 차원이 아니라 철강산업의 체질과 국가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구조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 주]


" 공정한 원자재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


오랫동안 우리나라 산업계의 많은 기업들은 일본의 ‘토요타 생산 방식’, 즉 적기 생산을 통한 재고 제로화(JIT System)와 극한의 비용 절감을 경영의 제1원칙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 정세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생산과 공급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과 주요 해상 운송로 리스크는 원유는 물론 각종 원자재 확보 애로와 가격 상승을 유발하며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물류망 차질로 재고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곧 생산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불가피하다. 즉 원활한 생산설비 운용을 위해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원자재와 에너지의 적정 재고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본고에서는 전기로 제강 원가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원자재인 철스크랩의 수급 구조와 특성,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 및 법령, 그리고 수요·공급자의 역할과 자세를 살펴보고자 한다.
 

[ 철스크랩의 수급 구조 ]

제강사가 국내에서 철스크랩을 조달하는 유통구조를 발생 원천 관점에서 보면, 철강재를 활용해 자동차·선박·전자제품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가공 스크랩(생철, 선반설 등)과 이들 제품 및 건축물이 수명을 다한 뒤 회수되는 재활용 가능한 폐자원인 노폐 스크랩(중량, 경량, S/D, G/T, 압축품 등)을 공급사로부터 구입하는 것과 제강사 공장 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가발생 스크랩으로 이뤄진다. 또한 국내 철스크랩 수급 상황이나 품질 요구에 따라 적정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조달하기도 한다.

                                       <그림1> 국내 제강사의 철스크랩 조달 유형

철스크랩은 발생물의 특성상 생긴 모양과 크기, 함유 성분이 제각각이어서 품질 편차가 크고 공급 증가에도 물리적 제약이 있다. 발생원이 다양하고 전후방 산업 경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공급이 불안정하며, 단기간의 소규모 수급 불균형에도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 특히 구매 희망자나 구매 물량이 많아지면 한정된 물량을 놓고 확보 경쟁이 심화돼 가격이 오르는 특성이 있다.

                            <표1> 국내 철스크랩 수급 추이 (단위 : 천톤)

최근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이 90%를 웃돌고 있지만, 이는 건설업 장기 불황에 따른 건설 강재 수요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최근의 자급률 향상은 철스크랩 공급 확대의 결과라기보다 수요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난 ‘불황형 자급률’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탄소중립 정책 확산에 따라 고급 철스크랩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철강재 가공 과정에서 회수되는 공장 스크랩 발생이 줄어들면서 생철·중량 등 고급 철스크랩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노폐 스크랩을 정제·가공해 고품질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이 진화해야 한다.

이처럼 공급 여건 변화와 맞물려 최근 국내 주요 제강사의 구매정책에도 두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품질 측면에서는 최고급 생철 구매정책을 강화하고 슈레더 가공을 권장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물량 측면에서는 대량 공급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공급사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공급사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 철스크랩 및 산업의 특성 ]

사람의 일상생활과 기업 활동은 다양한 법령과 제도의 영향을 받는다. 철스크랩 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랫동안 철스크랩은 ‘폐기물’이라는 멍에 아래 놓여 있었고, 수집·운반·적치·재활용의 전 과정에서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받아왔다. 이 같은 규제는 철스크랩 업계 종사자들의 사업 활동에 적지 않은 제약으로 작용해 왔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정의)에서 “폐기물이란 쓰레기, 연소재, 오니, 폐유, 폐산, 폐알칼리 및 동물의 사체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철스크랩은 국내 전기로 제강업에서 필수불가결한 원재료다.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는 물질이라는 일반적 의미의 폐기물과는 다르게, 산업적으로는 다시 원재료로 투입되는 자원이다. 2018년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으로 철스크랩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아 폐기물 규제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고, 2024년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서는 순환자원 인정제에 더해 지정·고시제도 도입됐다.

순환자원 인정제는 사업자가 요건을 갖추어 신청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에서 심사하여 인정서를 발급하는 것인데 비해, 순환자원 고시제는 기후부가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와 협의하여 순환자원 인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사전에’ 순환자원으로 지정·고시하고, 당해 사업자가 취급하는 철스크랩을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줄 것을 등록하면 기후부가 등록 사항을 심사하여 지정등록서를 발급하는 제도이다.

                            <그림2> 폐기물과 순환자원

또한 철스크랩 산업은 폐자원을 가공·정제해 철강산업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주요 산업이다. 수집·유통·가공 과정에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환경오염 방지와 부족 자원의 수입 대체 측면에서도 기여도가 크다. 한국 철강산업이 세계 5~6위권으로 성장 발전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약 6조원에 달할 정도의 거대한 시장성을 가진 재활용 자원이다. 그럼에도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서는 제조업에서 이탈된 상태다.

철스크랩 산업은 2007년까지 적용되던 제8차 개정에서는 대분류 D군(37 재생용 금속가공원료 생산업) 세세분류 37100(재생용 금속가공원료 생산업)으로 ‘제조업’에 속해 있었으나, 제9차 개정(통계청 고시 제 2007-53호, 2007.12.28)에서는 환경관련 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틀을 제공하기 위하여 각 산업에 산재해 있던 하수처리, 폐기물 처리, 재생원료 생산업을 묶어서 대분류 E군(하수·폐기물 처리 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을 신설하면서 철스크랩 산업은 세세분류 38301(금속 원료 재생업)으로 분류하여 제조업 군에서 빠지게 되었으며, 현재는 E군(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재생업), 38311(금속류 해체 및 선별업)과 38312(금속류 원료재생업)으로 개편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분류 체계는 현실 산업 활동과 괴리가 있다. 철스크랩 산업은 공장과 적치장, 길로틴 시어와 슈레딩 플랜트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폐자원을 가공·정제하고 이를 유가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산업으로 ‘제조업’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에서 제외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과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지 문제에서 산업단지 입주에 실질적인 제한을 받고 있으며, 「조세특례제한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제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폐기물 부담금 면제 대상, 정책자금 및 금융 지원 등에서도 제외될 뿐만 아니라, 공장 등록 불가로 기계장치에 대한 담보 가치 저하 및 화재보험 가입 거절 또는 과도한 보험료 부담 등으로 사업 활동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표2> 철스크랩 산업의 한국표준산업 분류의 변천

 

[ 철스크랩 공급망 강화 지원 정책 ]

철스크랩의 수요산업인 철강산업, 특히 전기로 제강업은 국제 경쟁력을 갖췄지만, 철스크랩 산업은 그 낙수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수익성 악화와 자생력 약화라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강건화를 위해서는 원재료 관련 밸류체인 차원의 상생 협력과 동반 성장이 필수적이며, 여기에 정부의 정책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전기로 원료 확보와 고급 철스크랩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유통·가공 체계 개선과 대체 원료 개발 지원 등을 언급해 왔지만, 철스크랩 산업 자체를 독립된 산업 생태계로 인식하고 추진한 지원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최근 들어서야 공급망 안정과 산업화 기반 조성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철강산업 밸류체인의 강건화를 위해 철스크랩 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실행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표3> 철스크랩 관련 정책 발표 사례

2021년 10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 제강사, 산업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한국철강자원협회 등이 함께 철스크랩 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철자원 산업 경쟁력 강화 포럼」을 운영하며 철스크랩 가공 산업화를 목표로 설비투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 가공전문업체 지정 및 육성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이후 2023년 8월에는 <철자원 상생포럼>으로 개편돼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철강자원협회가 공동사무국 역할을 하며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2023년 이후에는 철강산업 생태계 강건화를 위한 주요 원자재 공급자로서 철스크랩 산업 관련 정책이 다수 발표됐다. 2023년 2월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 전략’에서는 철스크랩 산업화와 공급 안정 기반 구축 필요성이 제시됐고, 같은 해 ‘산업별 순환경제 선도 프로젝트 추진 전략’에서는 철강 분야 순환경제 과제로 철스크랩 활용 극대화와 AI 검수 시스템 도입 등이 제시됐다. 또 산업연구원의 연구용역에서는 가공 거점 구축, 장비 고도화 R&D, 거래 인증 시스템, 통계 DB 구축 등이 제안됐다.

특히 2025년 제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은 철스크랩 업계와 관련해 의미가 크다. 이 법은 ‘철스크랩’ 명칭을 법률 체계 안에 반영하고, 공급망 강화 지원 사업과 민관 협의체 운영, 가공전문기업 지정 및 우선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다. 법 제26조는 고품질 재생철자원의 회수·선별·가공·유통 기반 고도화, 품질 등급 표준화, AI 기반 자동 검수 시스템 확산, 수입 다변화 및 전략 비축, 공정 거래 환경 조성, 인력 양성, 입지·행정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제27조의 가공전문기업 지정 역시 중요하다. 다만 이 제도가 산업의 건전하고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지정 요건과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 특정 주체에 편중되지 않는 불편부당한 기준 아래 지정과 지원이 이뤄질 때 비로소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 맺음말 ]

정부의 철스크랩 산업 정책은 과거 오랫동안 철스크랩 산업을 하나의 독립된 산업이라기보다 전기로 제강사의 원자재 공급자로만 인식해온 한계를 보여왔다. 그 결과 철스크랩 산업만을 위한 별도의 지원정책은 부족했고, 산업 현장의 제도 개선 요구도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현재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철강자원협회가 공동 운영 중인 <철자원 상생포럼>을 통해 수요사와 공급사 간 가격·물량 등 공급망 안정화 및 상생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철스크랩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K-스틸법에 명시된 지원 사업을 산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적극 실행해야 한다.

과거에 철스크랩 공급사는 ‘구좌’ 제도에 묶여서 특정 제강사 의존도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다소 유연해지고 있는 이러한 때에 철스크랩 공급 역량 강화 등 철스크랩 산업화 기반 조성, 철스크랩 공급 및 수요업계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부와 업계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소통과 상생의 질서다. 수요 제강사는 공급사와의 거래 조건과 가격 체계에서 상생 협력 방안을 보다 전향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공급사는 철스크랩의 재활용률 제고를 위해 선별과 분류를 정교화하고 이물질 제거와 저급품 정제·가공을 통해 품질 고급화에 힘써야 한다. 양 업계가 동반성장과 신뢰를 바탕으로 철스크랩의 적정 가치를 평가할 때, 그것이 곧 각자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의 국제 정세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원자재의 적정 재고 확보와 상생 협력에 기반한 강건한 공급망 생태계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 원자재 확보는 단순한 구매의 문제가 아니라 곧 산업 경쟁력의 문제이며, 그 경쟁력은 결국 공정한 거래와 안정된 공급망 위에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필자 소개]

 

박봉규 한국철강자원협회 사무총장은 철스크랩 산업의 제도 개선과 순환자원 정책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업계 실무 책임자다. 1985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강원산업에 입사해 기획·관리 업무를 맡았고, 이후 철스크랩 산업 현안과 정책 개선 작업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협회에서는 순환자원 인정, 철스크랩의 독립 산업 지위 확보, K-스틸법 및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에도 철스크랩 산업의 공급망 안정, 공정 거래 환경 조성, 가공전문기업 제도 정착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