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인터뷰] 산업부 “구조전환 갈림길‥고부가․저탄소로 재도약해야”

공급과잉·내수둔화·탄소중립·보호무역 ‘4중 도전’ 직면 범용재 중심 구조 넘어 경쟁력 중심 고부가 전환 시급 통상환경 다층·복합화…미국 관세·EU TRQ·CBAM 대응 K-스틸법, 제도 토대 넘어 현장 체감 성과과 더 중요 철강 고도화, 공급구조 합리화·저탄소 전환·통상 대응 구조개편은 축소 아닌 체질 개선…기업 자율 혁신 핵심 조선 자동차 에너지 방산 연계‥고성능 철강 수요 창출 수소환원·전기로 효율화·철스크랩 고도화, 경쟁력 확보

2026-04-24     정하영
문신학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한국 철강산업이 산업의 근간을 다시 짜야 하는 구조적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과잉, 내수 둔화, 탄소중립 부담, 보호무역 강화가 동시에 겹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위기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지금의 핵심 과제로 범용재 중심의 공급과잉 구조를 고부가가치 중심 경쟁 체제로 바꾸는 일을 꼽았다. 탄소 규제와 통상 환경 변화 역시 더 이상 외부 변수가 아니라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 조건이 됐다고 봤다. 결국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통상 대응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 산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다.

최근 1년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는 통상환경의 다층화·복합화를 들었다. 미국 고율 관세에 더해 EU와 캐나다, 영국의 TRQ, EU CBAM, 각국의 반덤핑·세이프가드 강화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우리 철강 수출을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상대국 협상, 정책금융, 관세 대응 컨설팅, 불공정 수입재 단속, MTC 제출 의무화 등 수입 방어 기반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 차관은 K-스틸법에 대해서는 철강산업의 저탄소·고부가 전환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법 제정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저탄소 철강 기준과 인증체계를 정립하고, 기업이 실제 투자와 혁신으로 응답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의 방향도 제시했다. 공급과잉 품목의 합리화, 특수탄소강 등 고부가 제품 개발, 수소환원제철 실증, AI 기반 제조혁신, 전략적 통상 대응이 핵심 축이라는 설명이다. 구조개편 역시 산업 축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체질 개선으로 봐야 하며, 정부 주도 인위적 구조조정보다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과 혁신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조선, 자동차, 에너지, 방산, 인프라 등 수요산업의 고성능화가 철강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는 단순 공급을 넘어 설계, 기술개발, 성능검증까지 수요기업과 함께하는 협력 구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 고로 연·원료 대체, 전기로 효율화, 철스크랩 품질 개선과 수급 안정화, 저탄소 인증체계, 수요 창출 기반 마련 등을 중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철강산업이 불모지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일군 저력이 있는 만큼, 이제는 양적 성장의 범용재 경쟁을 넘어 고부가·저탄소 산업 구조 전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야 한다며 정부도 K-스틸법과 고도화 방안을 살아 있는 정책으로 만들기 위해 업계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문신학 차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문신학 차관은

철강·에너지·통상 정책을 두루 거친 산업 정책 전문가다. 1967년생으로, 광주 조선대부속고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에너지·통상 분야를 두루 거치며 정책 실무와 조정 능력을 쌓아온 정통 산업정책 관료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신 부처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석유산업과장, 원전산업정책과장, 소재부품정책과장, 원전산업정책관 등을 역임했고, 장관정책보좌관과 대변인도 맡아 정책 기획과 대외 소통 경험도 갖췄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거쳐 2025년 10월부터 산업통상부 차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오랜 기간 제조업, 소재·부품, 에너지, 통상 현안을 폭넓게 다뤄온 만큼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과 경쟁력 강화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관료로 꼽힌다. 특히 정책 전문성과 조직 운영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30여 년 전 철강 구조조정을 경험했던 만큼 이번 차관직에서도 산업계의 구조개편과 미래 전략 마련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된다.

Q1. 현재 철강산업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우리 철강산업은 현재 단순한 경기 순환적 조정을 넘어 산업의 근간을 재편해야 하는 구조적 전환점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제조업의 근간을 지탱해 온 철강산업이 공급 과잉, 내수 둔화, 탄소중립, 보호무역 대응이라는 네 가지 도전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는 국내 시황이 나빠도 수출이 이를 보완해 줬고, 통상 마찰이 발생하면 내수 시장이 버팀목이 돼 줬다. 그러나 지금은 건설 경기 부진 등으로 내수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와 EU의 TRQ 도입 예고 등으로 수출 환경마저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엄중한 상황은 위기인 동시에 우리 철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기회라고 본다. 지금이야말로 철강산업 혁신을 가속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재확립해야 할 시점이다.

Q2. 지금 철강산업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현 시점에서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는 범용재 중심의 공급과잉에 고착된 현재의 구조를 어떻게 경쟁력 중심의 고부가가치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이는 단순히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더해 탄소 규제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는 더 이상 외부의 부수적인 변수가 아니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할 핵심 경쟁 조건이 되고 있다. 결국 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그리고 통상 대응이라는 세 가지 축을 각각의 개별 과제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해 대응하면서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3. 최근 1년간 철강산업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의 핵심은 통상 환경이 전례 없이 다층화·복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 시기까지만 해도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조치가 주된 변수였다면, 지금은 여기에 EU와 캐나다, 영국의 TRQ 도입과 더불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 그리고 각국의 반덤핑 및 세이프가드 강화 조치가 우리 철강 수출에 복합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설비의 규모나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 그리고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규제 환경에 대한 대응 역량이 곧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다.

Q4. K-스틸법이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무엇이 중요한가?

K-스틸법은 우리 철강산업의 저탄소·고부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법 제정이라는 토대 위에 실질적인 성과를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기업의 실천력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산업 현장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탄소철강 기준과 인증 체계를 정립해 탄소 감축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시장에서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기업 역시 현장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철강사들이 스스로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수요기업들과 소통하며 산업 생태계 전체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정책이 현장에서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5. 정부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정부는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급구조 합리화, 저탄소·고부가 전환, 전략적 통상 대응 등 3대 핵심 정책을 추진하겠다. 먼저 공급 과잉이 심화된 품목에 대해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선제적인 설비 규모 조정 등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업활력법과 연계한 체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 또한 철강산업의 저탄소·고부가 전환을 위해 특수탄소강 등 고부가 제품 개발, 수소환원제철 실증, AI 기반 제조공정 혁신 등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미국 관세, EU TRQ 등 글로벌 무역장벽과 관련한 전략적 양자 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국내로 유입되는 불공정 수입재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

Q6. 철강산업 구조개편은 어떤 원칙과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나?

구조 개편의 목표는 단순히 산업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범용재 부문은 설비 조정 등을 통해 공급을 합리화하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 품목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변화를 주도할 때 실질적인 혁신이 일어난다. 정부는 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구조 개편의 속도와 방향을 조율하고, 기업활력법과 K-스틸법상 공동행위 특례 등을 통해 지원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지역 경제와 공급망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Q7. 통상환경 악화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각국이 철강산업을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자국 내 생산능력 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조치와 EU 세이프가드의 TRQ 전환, 인도 세이프가드 도입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에서 수출할 수 있도록 상대국에 지속적으로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수출기업이 당면한 애로 해소와 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금융 확대, 관세 대응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공급과잉 국가들의 밀어내기식 수출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공정 수입재에 대해서는 엄정한 무역구제 조치 등을 통해 대응하고, 관세청 등과 협력해 원산지 표시 위반과 반덤핑관세 회피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 철강재 수입 신고 시 품질검사증명서(MTC) 제출 의무화 등 수입 방어조치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보다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Q8. 철강 수요 확대를 위한 연관산업과의 연계 전략은 무엇인가?

조선, 자동차, 에너지, 방산 등 철강 수요산업이 친환경·고성능으로 진화할수록 요구되는 철강 소재의 사양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엄격한 사양을 누가 먼저 충족하느냐가 곧 미래 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저가 범용재 시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했지만, 고도화된 수요 시장에서는 기술력이 곧 강력한 진입장벽이 된다. 앞으로 철강 기업은 단순한 소재 공급에서 나아가 설계부터 기술개발, 성능검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요기업과 함께 협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부는 기업 간 협력을 보다 활성화하고 선순환 체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동 기술개발·성능평가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

Q9. 철강산업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정부는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올해부터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나가는 과정에서 고로 연·원료 대체, 전기로 효율화 등 기존 설비에 대한 탄소 감축 브릿지 기술 개발과 함께 전기로의 핵심 원료인 철스크랩 품질 개선, 수급 안정화 등도 지원하겠다. 나아가 기업의 저탄소 공정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저탄소 철강 기술의 신성장원천기술 지정 확대, 국내 여건에 맞는 저탄소 인증 체계 및 안정적 수요 창출 방안 마련 등 제도적 기반도 강화해 나가겠다.

Q10. 철강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향후 산업의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 철강산업이 걸어온 역사를 되짚어볼 때 현재의 어려움 또한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우리 철강산업은 1968년 포항제철 창립 이후 불모지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만들어 온 위대한 저력과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경쟁 양상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제는 단순한 설비 규모나 생산 능력만으로는 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이제는 양적 성장 위주의 범용재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저탄소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경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 거대한 전환의 과정에서 업계와 함께 나아가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겠다. K-스틸법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이 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뒷받침하는 살아 있는 정책으로 작동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우리 철강업계가 이 전환의 시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재도약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