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 “철강 석화 전력비 부담, 자구적 노력은 한계”
철강업계, 지역별 차등요금제·연료비 연동제 개선 등 제도 보완 시급
전력산업연구회는 지난 22일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력부문의 대안’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와 수준 분리 설계…한국형 EITE 도입 등
첫 번째 세션을 맡은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과 제조업 기반의 미래: 산업용 요금 개편의 올바른 경로’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정연제 교수는 국내 전력시장이 ▲한전의 재정위기 ▲산업경쟁력 위기 ▲탄소중립 목표라는 세 가지 압력이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 산업용 요금이 집중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 판매단가(약 182원/kWh)는 주택용(약 159원/kWh)을 역전하며 대부분의 OECD 국가 사례와 배치되는 구조가 관측됐다.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 전기화 독려와 급격한 요금 인상이 공존하는 정책적 모순도 지적했다. 기업이 전기화 투자 대신 자가발전이나 해외 이전을 선택하는 이중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요금의 ‘체계’와 ‘수준’을 분리 설계하고,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을 대상으로 망요금 등을 일부 환급하는 ‘한국형 EITE’ 제도 도입과 전기화 설비 전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요금제 마련이 필요하다”며 “전기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다년도 요금 경로의 사전 공시 등을 통해 예측 가능한 요금 결정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력 조달 방식 다변화…“제도 간 정합성 확보 필요”
이어 두 번째 세션을 맡은 허윤지 단국대학교 교수는 ‘산업용 전력 조달 방식 다변화와 비용 최적화의 제도적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허윤지 교수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탄소중립 요구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한 기업들을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전력 조달 방식별 비교를 통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접구매는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에너지 위기에는 시장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PPA는 가격 안정성 확보와 환경 가치 창출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분산특구는 지역 내 수급 최적화 및 망 이용료 절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행 전력체계는 선택권 확대라는 정책 환경 변화에 부합하도록 재정렬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송·배전망 비용은 모든 조달 방식에 공통으로 부과되지만 산정 기준과 부과 방식이 상이하다는 점을 짚으며 제도 간 정합성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기업은 직접구매 방식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이러한 구조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철강·석유화학 “전력비 부담, 자구적 노력으로는 한계”
마지막으로 패널토론에서 좌장에는 김재훈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이, 패널로는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 백철우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 천현민 한국전력공사 처장이 참여했다.
김재훈 본부장은 석유화학산업이 고강도 사업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으로 인해 기업의 자체적인 비용절감 노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한계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조속한 도입, 산업용 전력 사용 특성을 반영한 요금체계 설계, 전력산업기반기금 등 부가비용의 한시적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 철강업계,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연료비 연동제 개선 등 건의
남정임 실장은 철강업계 역시 경부하 중심의 전력 사용 구조와 연속공정으로 요금 인상 영향이 직접 반영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전력자급률이 높은 전력 다소비 산업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등에 대해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 감면 등 한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연료비 연동제(±5원/kWh 제한)의 개선도 건의했다.
마지막으로 봄·가을 주말 낮 시간대 할인 확대 및 현행 15분 최대수요 기반 요금 부과 방식도 더 합리적인 기준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남 실장은 “EU,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은 전기요금 감면 및 세제 지원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산업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윤 실장은 건설 수요 둔화와 중국의 공급과잉 등으로 생산이 정체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으로 생산비 내 전력비 비중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비 부담이 수익성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가동중단과 설비 축소 등 산업 위기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K-GX 및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과 연계한 에너지 집약산업의 부담 완화 정책을 제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산업계, 전력 조달 방식 多…“원가부담 소비자에 전가”
백철우 교수는 전기요금의 기능별 분리(Unbundling)와 구조화 필요성을 제시하며, 전기위원회 내 보조금 TF와 요금 TF 신설을 통한 체계적 검토를 강조했다. 다만 한국형 EITE와 관련해 정책비용 면제는 수용할 수 있으나 요금 왜곡 보정을 위한 특정 산업 지원은 산업보조금 논란 소지가 있어 거버넌스 개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감축 목표 및 CBAM 대응 체계 연계 등을 제도 설계 요건으로 제시했다. 전기화 촉진은 설비 투자 지원을 통해 초기 부담을 완화하되 전환 이후에는 시장가격을 적용해 효율 유인을 유지하고 ‘전환 행위’ 중심의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현민 처장은 전력 다소비 업종은 가동률을 조정하며, 산업용 전력소비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용량 기업을 중심으로 전력조달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한전 공급 이탈이 확대되고, 원가 부담이 기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문제도 제기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낮 시간대 공급과잉과 출력제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시간대별 요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며, 이번 개편은 수요 분산을 유도하고 대다수의 산업계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전기요금은 원가주의 기반 합리적 결정 체계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연료비 연동제 개선과 함께 대용량 산업고객의 장기 전력 조달을 지원하는 개별 계약 요금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