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전쟁과 에너지, 그 숨은 비밀

2026-03-26     남영준
남영준

전쟁의 역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이자, 에너지를 소모하며 벌이는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문명은 땔감에서 석탄으로, 석유와 가스로 옮겨 가며 성장했다. 그러나 그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문명을 밝히는 불빛 뒤에는 늘 전쟁의 그을음이 있었다.

2026년 2월 말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군사시설만 아니라 석유 저장소, 천연가스 단지를 때렸다. 이란은 즉시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세계 유가는 폭등했고, 각국 증시는 발작하듯 흔들렸다.

에너지는 늘 전쟁의 이유였다. 진주만 공습의 배경엔 석유가 있었다. 1941년 석유의 80%를 미국에 의존하던 일본은 수출 금수 조치로 숨통이 막히자 동남아 유전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독일 역시 카스피해 바쿠 유전을 탐내다 스탈린그라드에서 발이 묶이며 패배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대 산업의 심장인 석유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전쟁의 향방이 갈렸다.

30여 년 전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삼킨 이유도 같았다. 국경선의 사소한 분쟁이 아니라, 석유였다. 실질적으로는 엄청난 석유 매장량을 흡수해 막대한 채무를 해결하고 석유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걸프전쟁 결과 미국의 영향력이 중동을 덮었다. 에너지의 지도는 언제나 강자의 손끝에서 새로 그려진다.

그 욕망은 지금도 계속된다. 지난 1월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기습해 체포했다. 명분은 마약 테러국이었지만 실상은 석유였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의 밸브를 자국의 통제 하에 두려는 시도였다.

그 여파로 쿠바의 생명줄인 에너지 공급이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공급하던 저가 석유가 끊겼다. 미국은 제3국이 쿠바에 석유를 판매할 경우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쿠바를 고립시켰다. 석유 공급이 막히자 비행기는 멈추고 병원 수술이 연기됐다. 전면적인 국가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

에너지는 단순히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그것은 한 나라에는 무기이고 다른 나라에는 숨 줄이다. 큰 전쟁 없이 살아가는 시대라 말하지만, 에너지를 둘러싼 싸움은 여전히 형상을 바꿨을 뿐 끝나지 않았다.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탄소 중립이 화두가 된 지금, 전쟁의 얼굴이 다시 변하고 있다.

이제 총성이 울리는 곳은 유전만이 아니라 광산이다.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 등 희토류를 차지하기 위한 공급망 전쟁이 시작됐다. 원료와 제련 기술을 독점하기 위한 싸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시킨 프로젝트 볼트는 바로 그 전초전이다. 약 120억 달러(약 17조 4천억 원)로 희토류, 텅스텐 등 핵심 광물 비축에 착수했다. 보조금 조건도 강화되어 핵심 광물의 70%를 미국이나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야만 혜택을 받는다.

광산보다 더 강한 것이 제련 기술이다. 중국은 제련, 가공기술을 무기로 수출 금지가 아니라 승인제를 택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의 숨통을 조절할 수 있는 정밀한 스위치를 쥔 셈이다. 버튼 하나로 상대 산업의 심박 수를 늦출 수 있다.

결국 싸움의 본질은 같다. 누가 에너지 밸브를 쥐느냐, 피를 흘리며 석유를 차지하느냐다. 더 나가 지금은 리튬과 희토류를 다투는 시대로 바뀌었을 뿐이다. 에너지는 언제나 힘의 근원이었다. 그것이 석탄이든, 석유든, 가스든, 아니면 광물이든.

그리고 인류는 그 힘을 얻기 위해, 오늘도 또 다른 불씨를 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