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예술의 쓸모

2026-03-20     김진혁
김진혁

“우리는 오로지 예술을 통해서만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이 우주에서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있다. 예술이 없다면 그 다른 세계는 달 속의 풍경만큼이나 미지의 세계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예술은 ‘쓸모없어 보이기 때문에’ 가장 쓸모가 있다. 한때 예술은 ‘사치’로 취급되곤 했었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음악, 그림, 무용, 문학은 늘 뒤로 밀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간은 어려울수록 노래를 만들고, 전쟁 중에도 시를 쓰며, 폐허 위에서도 벽화를 그린다. 예술은 삶의 장식품이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기업도 그 사실을 다시 배우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더 빠르게 지치고 더 쉽게 흔들린다. 기업의 승부는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경험에서 갈린다. 이때 예술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조직을 살리는 경영 도구가 된다.

예술의 쓸모는 ‘정답이 없는 세계를 견디는 훈련’이다. 기업은 늘 정답을 찾는다. 매출, 효율, 성과지표, 시장점유율… 모든 것이 숫자로 설명되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숫자보다 복잡하다. 고객은 합리적으로만 구매하지 않고, 직원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시장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낸다. 예술은 ‘정답’을 주지 않는 대신‘관점’을 준다. 예술은 ‘빠른 결론’이 아니라 ‘깊은 이해’를 요구하며 ‘효율’보다 ‘의미’를 묻는다. 예술을 접한 사람은 같은 상황을 보고도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해야 하지?”, “다른 방식은 없을까?”, “사람들은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에 감동할까?” 이 질문들이 바로 혁신의 시작이다.

예술의 중요성은 조직의 ‘감정’을 다루는 힘이다.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종종 전략이 아니라 분위기이다. 현장은 지쳐 있고, 리더는 숫자만 말하고, 직원은 마음이 떠난다. 사람의 마음이 떠난 조직은 결국 성과도 떠난다. 예술은 조직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술은 마음의 속도를 늦춘다. 빠른 업무, 빠른 피드백, 빠른 결정 속에서 사람은 점점 ‘기계처럼’ 되지만 예술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느끼게 한다. 느끼는 능력은 곧 공감 능력이고, 공감은 곧 소통 능력이다. 예술은 ‘언어로 표현 못하는 것’을 표현한다. 조직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많다. 억울함, 불안, 소외감, 무력감, 서운함… 예술은 이런 감정을 간접적으로 꺼내어 상처를 싸우지 않고도 다루게 한다. 그 자체가 치유이자 회복이다.

예술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만든다. 기업이 강해지는 순간은 “우리는 누구인가?”가 명확해질 때이다. 예술은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그 상징은 내부 구성원에게는 자부심이 되고, 외부 고객에게는 신뢰가 된다.

기업 경영에서 예술을 활용한 대표 사례들이 적지 않다. 예술은 실제로 경영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감성 마케팅’ 정도로만 이해하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예술은 브랜드, 조직문화, 공간, 교육, 혁신까지 깊게 들어간다.

예술적 감수성이 기업 경쟁력을 바꾼 대표적 사례로 애플(Apple)을 든다. 기술을 ‘예술의 경험’으로 바꾼 애플이 강한 이유는 성능만이 아니다. 애플은 제품을 만들 때 ‘기능’보다 ‘사용 경험’을 예술처럼 다룬다. “단순한 디자인, 감각적인 패키징, 매장(애플스토어)의 공간 경험, 제품 발표(키노트) 자체가 하나의 무대로 연출의 기술을 팔지 않는다. 감각과 철학을 판매한다.

나이키(Nike) 브랜드는 ‘서사(스토리)’로 설계하다. 나이키는 운동화를 팔지만, 사실은 ‘운동화’가 아니라 용기와 도전의 이야기를 판다. 광고 한 편을 보면 제품보다 한 사람의 삶이 먼저 등장한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다시 일어서는 장면, 땀과 눈물의 리듬, 음악과 편집이 주는 감정의 파도’ 이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예술적 연출이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구매한다.

디즈니(Disney)는 감동을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감동을 우연에 맡기지 않고 예술적 감동을 경영 시스템으로 만들어 낸 기업이다. 예술은 마음의 해상도를 높여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며 삶의 의미를 다시 붙잡게 한다. 스타벅스(Starbucks)의 예술 경영은 한 마디로 커피가 아니라 ‘공간의 감성’을 판다. 스타벅스는 커피 맛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그들이 만든 것은 커피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분위기이다.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은 예술적 감각이 없으면 설계할 수 없다. 고객은 커피 한 잔을 사면서 쉼과 정서적 안정을 함께 산다.

기업 경영에서 예술은 선택이 아니라 방향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더 빠른 회사가 아니라, 더 깊은 회사가 이긴다. 그리고 깊이는 언제나 예술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