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인공지능(AI), 중동 전쟁의 주체가 되다

2026-03-11     남영준
남영준

전쟁은 늘 인간의 몫이었다. 총을 들고, 명령하고, 죽고, 슬퍼하는 존재가 인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질서가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 전쟁의 문법 자체를 새로 쓰고 있다.

중동의 하늘 아래, 인간의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전쟁이 병력과 화력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전투다. 베일에 싸여 있던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비밀 회동 시간, 장소, 참석 인물 등을 AI가 정밀 분석해냈다.

AI는 위성 영상, 도청 파일, 휴민트 조각들 — 그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엮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마치 거대한 퍼즐을 단 몇 초 만에 완성하듯, “누가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짚어낸다.

한때는 수천 장의 위성 사진 속에서 적의 흔적을 찾아내느라 분석가들이 눈을 비비며 며칠 밤을 새웠다. 지금은 AI가 그 일을 한다. 사람의 집중력이 닿지 못하는 영역에서 알고리즘은 쉼 없이 패턴을 찾아낸다. 냉정하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그 판단이 곧 공격 명령으로 이어진다.

이란 공습 시작 하루 만에 1,000여 개의 표적이 초토화됐다. AI가 표적을 찍으면 곧바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이른바 ‘자동화된 전쟁’이 된 것이다. 인간이 ‘판단’하기도 전에 기계가 ‘결정’하고 있다.

이제 AI는 전장 곳곳에 들어와 있다. 드론이나 무인 차량은 스스로 지형을 인식하고, GPS가 끊겨도 미리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을 추적한다. 이스라엘의 AI 시스템 ‘라벤더’는 가자지구의 수만 명을 분석해 하마스와 연계 가능성을 계산한다. 통신과 SNS, 이동 패턴이 점수로 환산되고 실행되었다.

전쟁은 더 이상 포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도 전선이 되었다. AI는 적국의 사이버 체계를 교란하고 딥페이크 영상으로 심리를 흔든다. 가짜가 진짜보다 빨리 퍼지고, 전투는 마음속에서 먼저 시작된다.

군수와 병참도 예외가 아니다. 언제 부품이 문제가 생길지, 어떤 경로로 보급해야 효율이 높은지를 AI가 예측한다. 지휘관은 수많은 변수를 종합해 시나리오를 제시받는다. AI가 지휘를 대신하는 시대, 인간은 점점 판단의 마지막 고리로만 남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술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미국 전쟁부는 앤트로픽 사의 인공지능 ‘클로드’를 군사적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회사는 칼날이 사람을 향하는 것을 거부했다. 자율 살상 무기나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쓰이지 않기를 원했다. 기술을 만든 이와 쓰는 이 사이에 괴리가 드러났다.

팔란티어(Palantir) 사의 AI 플랫폼은 CIA나 FBI의 의사결정을 도우며 그동안 성장해 왔다. 이번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의 ‘디지털 뇌’ 역할을 수행하며 실전 지휘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AI가 실전을 지휘하고, 표적을 지정하며, 심리전을 설계하는 시대. 우리는 과연 이 기술을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인간이 만든 지능이 인간의 결정을 넘어설 때, 그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AI가 적을 식별하고, 인간이 그것을 승인하는 현재의 구조도 이미 한 발을 넘어섰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도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술이 빠를수록, 인간의 고뇌는 더디다.

결국 AI의 전쟁은 기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다. 우리는 전쟁의 도구를 진화시켰지만, 그 도구를 다룰 지혜가 여전히 부족하다.

전쟁에서 이기는 기계보다, 전쟁을 멈출 인간이 더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