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고사성어와 철강⑪ 음마투전(飮馬投錢) - ‘퇴근 후 카톡 금지법’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 근로자의 ‘응답하지 않을 권리’ 법제화

2026-03-06     정하영

음마투전(飮馬投錢)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돈을 던지다”라는 말로 옛날 선비들이 말에게 강물을 마시도록 한 후에 강물이라도 거저 먹이는 것이 싫어서 그 값으로 강물에 동전을 던졌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얘기다.

중국 한나라 응소(應劭)의 풍속통의(風俗通義), 당나라 서견(徐堅)의 초학기(初學記) 6권 삼보결록(三輔決錄) 등에 실려있다. 옛날 안릉에 사는 항중선(項仲仙)이란 청렴한 선비가 있었다. 그는 여행길에 말이 목말라 강물을 마시면 반드시 동전 세 푼을 강물에 던졌다. 이른바 ‘음마투전(飮馬投錢)’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자연일망정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를 고리타분한 선비라고 할는지 모르지만, 그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절에 가면 샘물 앞에 복전함(福田函)이 있다. 한 모금의 물일지라도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면 다만 몇 푼이라도 넣고 가라는 뜻이다. 그것을 모아 주위에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보시(布施)한다. 그리하여 복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가 눈길을 끈다.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최근 1년간 퇴근 이후나 주말, 공휴일, 휴가일에 회사로부터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응답자 중 비율이 무려 66%에 달했다.

업무시간 이후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횟수는 월 1∼3회가 2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 1∼2회(20.6%), 연 1∼10회(18.6%), 주 3회 이상(5.6%) 순이었다. 업무시간 이후 또는 휴일에 업무 연락을 받은 적 있는 응답자 660명을 대상으로 ‘밤 10시 이후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묻자 30.8%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들에게 업무시간 이후 연락을 받은 이유를 묻자 절반에 가까운 46%는 “회사 운영에 시급한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업무시간 이후 또는 휴일에 업무 연락을 받은 응답자의 30.5%는 회사가 아닌 곳에서 업무지시를 이행했다고 답했다. 다음날 출근해 처리했다는 응답은 60.6%였으며, 응대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8.9%에 그쳤다. 이처럼 많은 노동자가 휴식권 침해와 ‘공짜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동안 퇴근 후 업무 연락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초과근로 인정 등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금도 논란은 뜨겁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리는 카톡 소리가 좋은 소식을 알리는 소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것이 회사 상사의 업무지시를 위한 울림이라면 짜증스럽다. 퇴근했어도 퇴근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복적인 업무 연락은 직장 내 괴롭힘과 다르지 않다. 아무런 대가 없이 일을 시키는 것이기에 양심적이지도 않다. 더군다나 이것을 근절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없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근로자들은 법안 마련에 동조했다. 전체 응답자 대다수인 80.5%는 “업무시간 이후 업무 관련 연락을 금지하는 법안에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매우 동의한다’ 또는 ‘동의하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22대 국회에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 안이 계류 중이다. 깊은 잠을 자는 이 법안을 깨워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퇴근 후 근로자들이 온전한 휴식을 보장받는다. 공짜 노동도 근절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동전으로 갚으려 했던 옛 선비의 양심을 배워야 한다. 주 52시간의 근로기준법을 변칙적으로 활용해 퇴근한 근로자의 휴식권까지 빼앗는 직장 상사의 갑질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 야근이 회사 충성의 척도이던 시대는 지났다. 일을 시켰으면 당연히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근로자들의 고충을 인지하고 ‘퇴근 후 카톡 금지법’ 마련에 들어갔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근로자의 ‘응답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업무시간에는 온전히 업무에 집중해야 함을 전제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음마투전(飮馬投錢)의 고사성어가 새삼 교훈으로 살아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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