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필요성에 대한 제언

2026-02-25     손영욱
손영욱

현재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 고환율 지속 등에 따른 전기요금 원가 상승 문제와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부채 및 적자 문제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계속적으로 인상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시설투자 확대,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증가, 전기차 보급률 증가 등으로 인해 급증한 전력수요에 긴밀히 대응하고,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현재까지의 전기요금 인상은 산업용 전기요금에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문제점과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에 대한 의견을 정리한다.

최근 포항지역 철강기업들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모든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총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2년~’24년) 산업용 전기요금은 7회, 최대 80.0원/kWh(75.8%)이 올라 주택·일반용(40.4원/kWh) 대비 2배 수준으로 올랐다.

‘22년대비

경총에서 기업대상으로 실시한 전기요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전기요금 납부액은 `22년 약 481억5천만원에서 `24년 약 656억7천만원으로 36.4% 증가했고, 매출액 대비 전기요금 비중은 `22년 7.5%에서 `24년 10.7%로 42.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전기요금 비중이 74.7%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대응방안으로 ‘고효율 설비로 교체 등(44%)’, ‘제품가격 인상(39%)’, ‘설비가동 중단 또는 가동시간 축소(38%)’, ‘요금이 저렴한 야간 또는 주말로 작업시간 변경(27%)’ 순으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산업의 경우는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업종이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관련해서 철강기업들이 배출권거래제(ETS) 유상 할당 확대로 탄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전기요금에도 발전 부문의 탄소 비용이 반영되면서 간접 배출에 대한 ‘이중 부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철강산업에 대해 저탄소·무탄소 공정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수소환원제철(HyREX) 등 탄소중립 공정으로 전환 시 필연적으로 대규모 전력 사용을 전제로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는 일반 산업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어, 전기로 전환을 요구하면서 전기요금 부담은 완화하지 않는 ‘정책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미래 전력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고비용 전기요금 구조가 지속된다면 미래 기술 전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감 또한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LCOE)이 경쟁국 대비 높아, RE100 달성 등을 위한 기업의 비용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철강사들의 영업이익률이 3~4%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독일은 기업 전기세를 97% 인하하고, 전기요금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은 ‘24년도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6% 인하하는 등 자국 제조업 보호정책을 시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경우는 오는 ‘27년부터 전력 다소비 기업의 전기요금을 최대 25% 감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EU·미국 등 주요국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해 산업 전용 전력요금, 장기 고정 전력계약(PPA), 직접 보조금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형평성 논리를 이유로 산업 특화 요금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은 해외 경쟁국 대비 ‘역차별’이 심화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K-스틸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가장 시급히 요구했던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요구에 대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전력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법의 취지인 경쟁력 회복과 탄소중립 전환은 실질적으로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인하문제와 관련해서는 ‘산업의 형평성’ 이슈를 제기한다. 그러면 “특정산업(철강)에 대한 전기요금 인하가 과연 특혜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결론을 먼저 언급하면 철강산업의 경우, 전기요금 인하요구가 특정 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조건부·성과 연계형 제도의 연계 선상에 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기로·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공정은 정부 정책에 따라 강제되는 구조 전환이며, 이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이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전기요금 인하는 그 전환 비용을 일부 완화하는 ‘정책 이행의 수단’이지 ‘선택적 혜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전력 사용량 기준이 아니라 저탄소 공정투자, 에너지 효율 설비투자 등 ‘탄소 감축 성과’ 기준으로 적용하게 되면 ‘단순히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이 아니라,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공정 전환 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기준은 철강 외 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일반 원칙이며, 형평성 문제를 오히려 제도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포항과 같이 ‘위기산업선제대응지역’에 대해서 일정기간 동안 보편적 전기요금 인하가 아닌 ‘한시적·차등 감면 전기요금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탄소중립 공정 전환 실패 시 발생하는 비용(설비 해외 이전, 산업 공백, 고용 붕괴, CBAM 부담) 발생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당장의 전기요금 인하가 재정 지출이 아니라 ‘미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예방 투자’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낮 시간대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리고, 저녁과 심야 시간대의 전기요금을 올리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하였다. 이번 발표의 배경은 최근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해서 전력이 남아도는 현상(덕 커브)이 심화됨에 따라 정부가 산업계의 전력수요를 태양광 발전이 활발한 낮 시간대로 분산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는 심야전력이 35~50% 저렴해서 대규모 공장들이 주로 밤에 전기를 집중적으로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연내 추진예정으로 언급되고 있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또한 발전소와의 송전 거리에 따른 전기요금 격차가 발생하여 이 또한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시간대별,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정책은 산업 현장의 전통적인 조업패턴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력비용의 구조적 변동성이 커진 만큼, 신규 설비투자나 공장이전, 조업시간 변경 등을 검토할 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원가관리 및 비용관리 측면에서 예측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기업에서의 걱정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향후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방안에 대해서는 산업간·지역간 형평성 논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의견과 다양한 대안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산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짧은 지면을 통해 간략하게나마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내용을 우선적으로 정리하였다. 물론 이에 대한 또 다른 많은 아이디어와 의견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정부와 관련 기업(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폭넓게 서로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정부의 고심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좋은 ‘의견수렴 기회의 장’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