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성과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직장인의 ‘리추얼’

2026-02-09     김진혁
김진혁

몇 년 전부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리추얼’을 실천하는 콘텐츠가 등장했다. 영상 속 주인공들은 누구와 함께하기보다는 오롯이 홀로 즐기고, SNS에 브이로그를 올려 일상을 기록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정체성 발휘를 한다.

‘리추얼’의 사전적 의미는 의례, 종교상의 의식 절차, 규칙적인 의식 등을 뜻한다. 새벽에 기상해 일과가 시작되기 전 독서, 요가, 명상 등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미라클 모닝’이 가장 대표적인 리추얼이다. <리추얼>의 저자인 메이슨 커리는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으로 리추얼을 정의한다. 리추얼의 대표적인 인물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글을 쓰고, 오후에는 수영이나 마라톤을 한 후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든다. 메이슨 커리는 이러한 삶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행위, 즉 일탈이 아닌 사소한 일상의 행위로 삶을 설계한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데 영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리추얼은 하루를 종교적 의식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이며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행위다. 사소한 행동을 의미 없이 반복하는 습관과는 달리, 리추얼은 작고 사소한 행동일지라도 일상 속에서 나만의 의식처럼 반복하고 실천해 작은 변화를 이룬다.

직장생활의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대단한 전략보다 사소한 태도에서 갈린다. 같은 업무를 하고, 같은 환경에서 일해도 누군가는 꾸준히 성장하고, 누군가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그 차이를 만드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리추얼(Ritual)’이다.

현대 조직행동론에서 말하는 리추얼은 의미를 부여한 반복 행동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고 집중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작은 습관이다.

왜 직장인에게 리추얼이 필요한가?

직장은 늘 불확실성의 공간이다. 성과 압박, 관계 갈등, 예측 불가능한 변화 속에서 사람은 쉽게 지치고 흔들린다. 이때 리추얼은 심리적 닻(Anchor) 역할을 한다. “이 행동을 하면 나는 다시 중심을 잡는다.”라는 신호를 스스로에게 보낸다. 특히 40~50대 직장인에게 더욱 중요한 이유는 젊은 시절처럼 체력과 열정에만 의존할 수 없고, 경험과 균형으로 버텨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리추얼은 에너지를 아끼면서도 성과를 유지하게 만드는 지혜다. 성과형 직장인의 공통된 리추얼의 특징은 출근 후 무작정 메일부터 확인하기 이전에 오늘의 핵심 업무 3가지를 적어보거나, 5분간 호흡을 고르며 마음을 정돈한다. “오늘 하루도 끌려가지 않고 내가 이끈다.”라는 선언의 리추얼이다. 회의 전에 목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회의가 끝나면 바로 실행 항목을 적는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 잘한 한 가지’를 떠올리며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번아웃을 예방한다. 리추얼은 개인 성과뿐 아니라 관계에도 작동시킬 수 있다. 짧은 감사 메시지는 팀 분위기를 바꾸고, 신뢰를 쌓는다.

어떻게 해야 좋은 리추얼을 형성할 수 있는가? 리추얼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거창할 필요가 없고, 작고, 단순하고, 매일 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한 직장인들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는다. 대신 환경과 루틴을 설계한다. 리추얼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성격, 직무, 삶의 리듬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하루 이틀의 변화가 아니라, 1년 뒤의 나를 바꾸는 힘이다.

구글은 구성원 간 서로 존중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기 위해 여러 가지 리추얼을 공유한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온 인턴과 신입사원, 경력사원에게 ‘프로펠러 달린 모자’를 쓰게 하는데 이 프로펠러 모자는 “나는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새 조직원이 많은 질문을 기꺼이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얻는다.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리추얼이 활용되었다. 오레오는 과자를 먹을 때 “반드시 비틀어서, 크림을 핥아 먹고, 우유에 찍어 먹어야 한다.”라는 특별한 의미의 광고를 부여한다. 기네스는 맥주 한잔을 따를 때 일정한 각도로 3/4 지점까지 맥주를 채우고, 2분간 거품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거품을 채우라고 광고한다.

인간이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일상뿐이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노력 대신에 자신의 일상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보냄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주변의 시선이나 환경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슬기로운 직장생활은 더 많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덜 소모되며 오래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오늘부터 자신만의 리추얼을 만들어보자. 그 사소한 반복이 어느새 당신을 흔들리지 않는 직장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