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스코 최대 공급사 '영신스틸' 비결은 신뢰…스크랩 구조적 감소 대응해야
2004년 '포스코 납품' 분기점, 포스코 입고량 1위…‘순환 구조’ 제안 김정열 대표, 자원협회 부산경남지회장…협회 지속 가능성에 '방점' 탄소중립 기조 속 수요 확대 전망…‘스크랩 발생량 감소’ 더 큰 변수 영신스틸 강점 ‘생철 품질’…정확한 정보 공유 신뢰가 경쟁력 핵심 ‘생존’ 최우선 과제…과열 경쟁 지양, 제강사 안정적 구매 패턴 당부
국내 철스크랩 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며 존폐를 거론할 만큼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섰다. 탄소중립 전환 속 철스크랩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음에도, 스크랩 발생량 감소, 가격 변동성 등으로 시장 긴장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에 본지는 한국철강자원협회 경인·충강·호남·대경·부경지역의 각 지회장사를 대상으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지역별 수급 여건과 유통 구조, 거래 환경을 점검하고 업황 진단 및 개선 과제를 짚어나간다. 이번 인터뷰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포스코 입고량 1위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철강자원협회 부산경남지회장사 영신스틸의 김정열 대표이사를 만났다. 스크랩 업계가 직면한 핵심 현안과 향후 전망, 상생 방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영신스틸은 포스코의 주요 철스크랩 공급사로 손꼽힌다. 1970년대 ‘동네 고물상’에서 출발해 포스코 최대 납품 업체로 올라선 성장궤적은 입지전적이다. 김정열 대표는 최근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철스크랩 거래의 본질을 가격보다 신뢰에 두고 이를 기반으로 한 거래 질서를 강조했다.
영신스틸은 3대째 이어져오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철스크랩 업체다. 학장동에서 주물공장 중심의 공급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현재는 월 4만 톤 내외 물량을 포스코에 집중 납품하고 있다. 매입처는 발생 공장, 중상, 포스코 직송 등 약 200곳이 있다. 김정열 대표가 야드 영업을, 이상우 부장이 전국을 대상으로 유통물량을 매입하고 있다.
회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4년 포스코 납품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김 대표는 물량이 점차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잔여 물량을 활용해 포스코를 타깃으로 영업활동에 나섰다. 직접 이메일로 지금의 ‘철스크랩 회수-투입의 순환구조’에 대한 제안을 전달했다. 마침 포스코가 국내 고철로 관심을 넓히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테스트를 거쳐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김 대표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신뢰’다. 포스코를 포함해 어떤 거래처에도 시장 상황을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정확히 공유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거래를 지속할 수 있게하는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원칙은 내부 영업 철학과도 맞물린다. 김정열 대표는 ‘돈을 벌려고 다니지 말고, 있는 그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면 돈은 저절로 모여있다’는 선대의 조언을 바탕으로 성실함과 진정성을 회사의 영업방침으로 강조하고 있다.
업계가 직면한 최대 현안으로는 지속적인 감소추세 있는 스크랩 발생량을 지목했다. 전방산업의 활력저하가 누적되며 발생량이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간에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스크랩 자급률이 약 90% 수준으로 높아진 배경 역시 발생 스크랩 확대라기보다 제강사의 수요 둔화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제조업 기반 약화와 인구감소도 공급망 부담요인으로 거론됐다. 자동차 생산 등 제조업의 국내 기반이 약해지는 동시에 인구가 줄면서 재개발·신축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에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 수집량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스크랩 발생량 축소는 제강사와 공급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물량이 타이트하고 구매협상력이 제강사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공급사 간 경쟁과 제강사 간 구매경쟁이 과열되면 시장의 변동성을 키워 악순환을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공급사와 제강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제강사는 국내 공급망의 변동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매패턴을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꾸준한 공급에 의한 수익 확보가 어렵다보니 ‘매점매석’ 형태의 시장이 반복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과열된 구매 경쟁은 결국 제강사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핵심 화두는 ‘생존’을 강조했다. 지난 3년 간 이어진 수익성 악화는 결국 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생존을 해야 구조조정을 넘어 안정화된 시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기에 영신스틸의 전략은 ‘단기시장을 읽되 장기흐름을 함께 보는 것’이다. 예컨대 회사 차원에서는 포스코 거래 비중이 큰 만큼 향후 전기로 가동 확대 등에 대응해 전기로 투입 품목 개발, 야드 확보 등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특성상 신규 설비 투자가 업계 전반의 과잉 설비로 이어져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Q> 영신스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영신스틸은 1977년 대일상회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부산 전포동의 작은 동네 고물상에서 시작해 학장동으로 이전했습니다. 200평 남짓되는 규모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함께 사업을 이어오셨는데, 학장동 이전 후 지금도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한 주물공장의 권유를 계기로 주물공장을 중심으로 공급을 본격화 했습니다. 이 시기가 현재의 영신스틸로 이어지는 사실상 출발점이 됐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건강 문제로 1999년 입사해 경리 업무부터 맡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을 경험하던 중 다양한 이슈를 겪으며 세무 관련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다시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아버지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캐나다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귀국 후 2002년 재입사해 본격적으로 영신스틸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Q> 영신스틸은 포스코 주요 스크랩 공급사 중 하나로 꼽힙니다. 포스코 납품 시작 계기와 포스코 최대 납품처로 성장해온 과정은 어떠했는지?
영신스틸은 2004년 포스코 납품을 시작하면서 분기점을 맞이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주물공장 중심으로 거래를 이어갔지만 물량이 점차 확대되면서 남는 물량을 활용해 포스코를 중점적으로 영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강판, 생철 B등급은 포스코에서부터 생산되는 만큼 이 소재가 다시 포스코로 회수되면 포스코 입장에서도 원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이에 직접 이메일로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마침 당시 포스코가 수입 고철 위주 조달에서 국내 고철에도 관심을 확대하던 시기였습니다. 광양 중심으로 구매를 하다가 공급처 확대를 검토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당사는 테스트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이후 납품업체로 선정돼 납품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했습니다. 초기에는 월 2000톤 수준에서 시작했으나 현재는 월 평균 4만 톤 가량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작은 고물상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큰 발판은 포스코가 기회를 열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포스코 납품 초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입고량 기준 4, 5, 6위 등 순차적으로 성장해 현재는 최대 납품업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출 비율로도 포스코가 90% 가량 차지해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아울러 포스코의 향후 방향성과 국내 고철시장의 전망을 미리 읽고, 야드를 구매하는 등 다음 시장을 준비해왔습니다.
<Q> 한국철강자원협회 부산경남지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협회에 합류하게 된 배경과 지회장을 맡게된 계기는 무엇인지?
한국철강자원협회는 2년 전 가입해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지역모임에서 활동하다가 2세 모임의 권유로 가입하게 됐습니다. 이후 청장년위원회에서 협회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공유했고, 그 흐름 속에서 청장년위원회 및 부산경남지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현재도 협회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K-스틸법이 스크랩 업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 규모에 비해 협회 회원사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협회비를 납부하고 가입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체감되는 이점이 크지 않다고 느끼면서 가입 부담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철스크랩 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업계 최대 현안은 무엇인지?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 스크랩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국은 자국 내 발생하는 스크랩을 우선적으로 국내에서 소화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또 고급 스크랩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저급 스크랩을 고급화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발생량이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저급 스크랩은 공사 현장 등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전방산업이 부진한 만큼 발생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노폐 스크랩도 수년간 지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업계가 점차 어려워지는 가운데 다음을 준비할 여력도 충분치 않습니다.
현재 국내 스크랩 자급률은 약 90% 수준입니다. 이는 발생 스크랩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제강사의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더 크다고 봅니다. 국내 산업 구조가 과거와 달리 해외로 생산거점이 이동하고 국내 재투자가 줄어들면서 탄소중립으로 수요가 늘더라도 스크랩은 구조적으로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조업이 활력을 되찾아야 철강 사용량도 늘고 발생 스크랩도 확대됩니다. 자동차 생산 등 제조업 기반이 약해짐과 동시에 인구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재개발·신축 수요도 점차 줄어드는 만큼 일본처럼 오래된 주택을 철거하기 보다 빈집이 증가해 수집량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경제 전반의 활력이 약화되면서 뚜렷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컨대 포스코가 향후 전기로를 가동하기 시작하면 어떤 원료를 구매할지 예측해 준비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뾰족하게 단정하기란 힘듭니다.
<Q> 어려운 업황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영신스틸의 경영전략은 무엇인지? 향후 설비투자 계획이 있다면?
영신스틸의 장점은 생철의 품질입니다. 특히 주물공장에 납품하는 데 품질을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문제가 됩니다. 스크랩 시장에서 이익을 위해 다른 물질을 혼합해 신뢰가 무너지는 모습이 종종 관측되기도 합니다. 당사는 생철 위주로 취급하다보니 품질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고있습니다.
따라서 거래에서는 정확한 시장 상황,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업을 이어가며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장 상황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 수익성의 관점에서 왜곡 전달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는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거래처든 가감없이 시장 상황에 대해 정확히 전달합니다. 이는 영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뚜렷한 해법을 찾기가 힘든 현재의 상황에서는 단기 시장을 읽어가며 장기 흐름을 함께 들여다보고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사는 포스코 거래 비중이 큰 만큼 전기로 투입 품목 개발, 야드 확보 등으로 신속히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중장기 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뚜렷한 계획이 없습니다. 업계 특성상 신규 설비 투자가 업계 전체의 과잉 설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서로 간의 상생보다 공멸을 촉발할 위험이 있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Q>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양측이 상생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협력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제강사와 스크랩 업체 간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한국은 일본처럼 절대적인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자급도가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내에서 스크랩이 남아돌아 한국에서 다 쓰지 못하고 수출하는 상황이 된다면 양측 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수 있겠지만, 현실은 물량 부족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러한 관계에서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소재를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공급사 간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차별적 대우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강사가 공급사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공급사가 제강사에게 얼마나 신뢰성을 주는지도 중요합니다. 양측 관계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제강사가 공급사를 새롭게 물색하거나 평등하지 못한 가격 책정이 생겨나다 보니 서로 간의 신뢰가 뭉개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제강사 간의 구매 경쟁 과열도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강사도 업황에 따라 수익성이 나빠질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기존 국내 공급사를 믿고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입을 병행하되 국내 공급망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안정적 구매 패턴을 고민해주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최근 3년간 이어진 수익성 악화는 스크랩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고정비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버티지 못해 문을 닫는 중소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영세업체 역시 ‘언젠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꾸준한 공급에 의한 수익 확보가 어렵다보니 ‘매점매석’ 형태의 시장이 반복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물량이 풍부해 일정하게 공급을 하더라도 인건비 수준은 맞출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동일한 방식으로는 손익분기점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수익이 나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현재 업계의 핵심 화두는 ‘생존’입니다. 지금 살아남아야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과열된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 시점까지 생존을 이어가고, 산업 전반이 회복될 때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크랩은 제조하듯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산업군에서 부산물로 발생한 것을 수거·가공해 납품하는 구조인 만큼 스크랩 업체와 제강사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신뢰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강사들이 부족한 스크랩을 원가가 낮은 국내 고철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수입도 일정 비율로 유지해 국내 공급사들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국내 구매 전략을 면밀히 고민하고, 과열 경쟁만이 구매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주길 바랍니다. 단기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과열시장을 조성하는 것은 결국 제강사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