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드] 유상철 HJ중공업 대표, 美 해군 MRO·특수선 업고 '비상'

재무·기획 전문가 출신 CEO, 선택과 집중 전략 속도 미 해군 MSRA 계약 체결…글로벌 함정 MRO 시장 진출 발판 특수선·친환경 선박·에너지 인프라까지 성장 동력 다변화

2026-01-27     최은경

외형 성장에 집중하던 건설업계가 이제는 ‘품질·안전·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경영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 그리고 ESG 규제 강화 등 다양한 리스크가 겹치면서 주요 CEO들은 체질 개선과 혁신 전략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페로타임즈는 건설업계 주요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의 현장을 짚어보고, 한국 건설산업의 미래 방향을 함께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유상철

재무, 기획 전문가로 통하는 유상철 HJ중공업 대표가 취임 후 추진해 온 선택과 집중 전략이 조선업계의 불황 파고를 넘어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 유 대표는 외형 확장에서 벗어나 특수선, 글로벌 MRO(유지 보수·정비),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했다. 중형 조선소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숙원이었던 미국 해군과의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20조 원 규모의 글로벌 MRO 시장에 진입한 것은 물론, 해경 특수선 수주와 친환경 기술 확보를 통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 미 해군 MSRA 계약…글로벌 MRO 시장 도전

1964년생인 유 대표는 대우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장, 리딩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동부건설 미래전략실장, 에코프라임PE 대표이사를 거친 재무·기획 전문가다. 2021년 9월부터 HJ중공업 부사장 겸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고, 2022년 말 건설·조선 부문 각자대표 체제 전환과 함께 조선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다. 경영 효율성 높이기와 책임경영 강화, 조선사업 정상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짊어지게 됐다.

유 대표는 취임 직후 상선 재개, 거제 위성공장 매입, 노사관계 개선, 생산성 회복 등으로 기본 체력을 다지는 한편, 방산·특수선과 친환경 선박, MRO를 중심으로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해 왔다. 단기에 수주만 늘리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고부가 선종으로 구조를 혁신하는 데 방점을 둔 셈이다.

HJ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MSRA는 미 해군이 자국 함정의 유지, 보수, 정비 역량을 공인하는 제도로, 이 협약 없이는 미 해군 전투함과 호위함 등 주요 함정에 대한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HJ중공업은 지난해 3월 MSRA를 신청한 뒤 재무평가, 현장 실사, 항만보안평가 등 여러 엄격한 심사를 차례로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품질, 생산시설, 공급망, 보안, 안전관리 등 모든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증받았다.

특히 MSRA 체결 전 지난해 12월, 미 해군이 발주한 4만 톤급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먼저 수주하며 기술과 수행 능력을 증명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 5년간 미 해군 지원함과 전투함 등 함정 MRO 입찰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고, 이를 발판 삼아 연 20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도 후속 함정 MRO 수주를 이어가고, 글로벌 방산·특수선 영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유 대표가 강조해 온 ‘중형 조선소형 MRO 모델’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HJ중공업)

◇ 특수선·친환경·에너지 통해 성장 동력 확보

특수선 분야에서도 HJ중공업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해양경찰청이 발주한 국내 최초 1,900톤급 다목적 화학방제함 건조 사업도 688억 원에 따냈다. 이 선박은 화학물질 분석, 유회수기, 사고 선박 예인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해 설계됐으며, 위험물 처리와 구조·진압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70미터 길이에 14.6미터 폭, 6.5미터 깊이로 최대 속도 15.5노트, 항속 거리 1,600킬로미터를 자랑한다. 3만 톤급 조난선박도 예인할 수 있고, 파고 2.5~4미터 높은 파도에서도 화재 진압과 수색·구난이 가능하다. 시간당 9,600㎥의 해상화재 소화 능력도 차별화 포인트다.

HJ중공업은 앞서 5,500톤급 대형 방제선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이 있으며, 이번 수주로 특수선 분야에서 실적을 한층 더 쌓게 됐다.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메탄올 추진선, 이중연료선, LNG 추진 벙커링선, 무평형수 선박, 탄소포집‧저장(CCS) 선박 등 다양한 친환경 선종을 직접 건조하면서 기술력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수소 선박과 탄소제로 선박 연구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프라막스급 탱커선 시장 진출도 중장기 목표로 검토 중이다.

HJ중공업은 조선업 외에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 한국서부발전에서 발주한 약 1,853억 원 규모의 여수 천연가스발전소 건설공사도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남 여수시 묘도동 항만재개발 사업구역 내에 500MW급 천연가스발전소를 짓는 것으로, 기계·배관·전기·계측·토목 공정 전반이 포함됐다.

이처럼 전략적인 재편에 힘입어 조선 부문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22년 3,202억 원에서 2023년 7,248억 원, 올해는 8,245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 전환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 대표가 취임한 뒤 HJ중공업은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특수선, MRO, 친환경 선박 등 자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분명하게 세우고 있다”며 “미국 해군 MSRA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MRO 시장에서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앞으로는 방산과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의 성과도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