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게임이론, 신뢰와 협력으로 승리를 이끌다

2026-01-16     김진혁
김진혁

“직장은 게임판이다.”라는 비유가 있다. 실제로 직장생활은 수많은 선택과 전략이 얽혀 있는 복합적 게임 현장이다. 누구와 협력하고, 언제 양보하며, 어떤 타이밍에 발언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직장은 단독플레이가 아닌 다인 게임이다.

경제학과 심리학이 교차하는 게임이론(Game Theory)은 인간관계의 역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 이론은 단순히 학문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합리적인 개인들에 의한 전략적 선택을 연구한다. 조직원 모두를 성장시키는 ‘현명한 처세의 원리’로도 작동한다.

게임이론의 핵심은 “상대가 나처럼 이익을 추구한다”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대표적인 예가 ‘죄수의 딜레마’다. 두 명의 공범이 잡혀서 따로 심문을 받을 때 서로 협력(침묵)하면 둘 다 가벼운 형을 받지만, 상대가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불신 때문에 둘 다 불이익을 받는다.

직장에서도 동료 간 협력이 가장 큰 시너지를 내지만, “내 공을 빼앗길지도 몰라”라는 불안이 협력을 가로막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착함이 아닌 전략적 신뢰다. 즉, 상대가 나를 신뢰할 이유를 만들라. 조사 결과 구성원들 스스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함께 풀어간 결과 팀의 효율이 40% 가까이 향상되었다.

함정에서 벗어난 Win-Win 전략이 필요하다. 경쟁을 “이기면 상대가 진다”는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오해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선입 관념이다. 예를 들어 영업팀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생산팀과 기획팀 모두 혜택을 본다. 하지만 영업 실적을 두고 “누가 더 팔았느냐”만 따지면 협력이 무너진다. 모 대기업의 두 팀이 신제품 홍보 전략을 두고 경쟁하다가 서로 정보를 숨기고, 상대 팀의 아이디어를 깎아내렸다. 결과적으로 마케팅 일정이 두 달 지연되었다. 회사는 전체 손실을 입었고, 두 팀 모두 평가에서 감점을 받았다.

서로의 이익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경쟁이 협력으로 바뀐다. 진정한 승자는 “내가 이긴다”가 아니라 “우리 모두 이긴다”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게임이론의 대가 존 내쉬(John Nash)는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에서 ‘누구도 먼저 전략을 바꾸려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희토류 관련 글로벌 공급망 이익 때문에 냉전 시대와 같은 완전한 ‘디커플링’은 회피한다. 중국은 대규모 군사훈련 등으로 대만을 압박하지만, 경제적 리스크 때문에 전면 침공은 하지 않는다. 세계 질서는 불안정한 균형상태로 존재하지만 극단적 대립은 회피한다. 직장에서는 이런 균형이 종종 ‘침묵의 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회의에서 모두가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지”라는 침묵의 동의로 나타나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는다. 이때 팀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효율적 균형’에 머문다. 이때 내쉬 균형을 깨뜨리는 용기 있는 사람만이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

직장인의 최적 전략은 경쟁보다 ‘협력적 이타심’이 유리하다. 미국의 로버트 액설로드(R. Axelrod)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상대가 협력하면 협력으로 응답하고, 배신하면 한 번만 보복한 뒤 다시 협력하는 전략(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용서’)”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신뢰의 회복 가능성을 열어두자. 신뢰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기원전 406년 아테네는 숙적인 스파르타와 그리스 패권의 운명을 걸고 전투를 벌인 아르기누사이 해전(Battle of Arginusae)에서 신승했다. 그러나 거센 폭풍으로 인해 물에 빠진 아군을 구하지 못했다는 민중의 비난으로 인해 장군 6명을 사형에 처했다. 다음 해에 아테네는 스파르타군과 전투에서 대패하여 식민 통치를 받는 약소국이 되었다. 6명의 장군 사형을 본 군인들의 사기가 높았을 리 없다.

직장에서 단순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 ‘게임을 올바르게 설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협력이 일어나도록 제도와 문화를 디자인하고, 신뢰를 쌓는 행동을 하는 것이 전략가의 몫이다. 구글은 사내 회의에서 ‘의견 제시를 장려하는 게임화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동료들이 실시간으로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일정 점수를 넘으면 실제 시제품으로 발전시킨다.

직장의 게임은 이기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함께 승리하는 설계도’다. 현명한 직장인은 그 판에서 규칙을 읽고 더 나아가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