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욱의 철강, 오늘과 내일] 2026년 국내외 철강산업 전망에 대하여
세계철강협회(WSA)와 주요 경제연구소의 최신 자료(2025년 하반기~2026년 초 발표)를 종합해보면 2026년은 '글로벌 시장의 완만한 회복세 속에서 국가별 양극화 심화'와 '국내 시장의 장기 침체 속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 글로벌 철강산업 전망 : 제한적 회복과 공급망 재편
세계철강협회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수요는 2025년도의 정체기를 지나 2026년에는 전년 대비 약 1.3% 증가한 17억 7,300만 톤으로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국가가 아닌, 인도를 비롯하여 신흥국가들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6년도 글로벌 철강산업은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및 아세안은 연 8~9%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수요 증가를 견인할 핵심 시장으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현재 인프라 투자와 POSCO, 일본제철 등 글로벌 철강기업의 진출이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반면에 중국은 계속되는 부동산 침체와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로 인해 수요 감소세(-1% 내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2026년도 중국 철강 시장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EU는 금리 인하 효과와 인프라 투자 재개로 2025년 바닥을 찍고 2026년에는 회복세(미국 1.8%, EU 3.2% 성장 예상)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금리 인하와 인프라 투자로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수요 견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2. 국내 철강산업 전망 : L자형 침체와 전환점
한국 철강산업은 2026년을 기점으로 반등을 노리지만, V자 반등보다는 바닥을 다지는 'L자형' 흐름이나 매우 미미한 회복(0.6%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철강 수요의 버팀목인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철근과 형강 등 봉형강류의 수요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은 현대차의 미국 공장건설 등으로 국내 생산은 정체 상태이며, 조선업은 수주 물량 덕분에 후판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이나 이것만으로 전체 산업의 활력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2026년도는 수출환경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약세는 수출에 유리할 수 있으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관세 장벽)로 인해 미국의 트럼프 관세 정책과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 세이프가드 연장 등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사에겐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본다. 2026년도부터는 탄소규제가 현실화되면서 탄소배출 관련 규제가 본격적인 비용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해이기도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출 확대에는 제약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내수 부진과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 철강사들이 저가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중국으로부터 국내로 저가 철강재 유입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철강산업은 2026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양적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질적 생존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첫째, 수출 지역 다변화가 시급하다. 성장이 멈춘 중국 의존도를 과감히 줄이고,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둘째,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이제는 범용 제품으로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전기차용 고강도 강판, 친환경 선박용 특수 후판 등 기술 격차를 낼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녹색철강(Green Steel) 전환'이다. 탄소감축은 이제 환경 보호의 영역을 넘어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생산 공정으로의 전환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2026년 이후의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철강산업의 설 자리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2026년은 국내 철강산업이 깊은 터널을 지나 빛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도태될 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위기 속에서도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지금은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