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대제철 910億 과징금 취소…철스크랩 담합은 인정

2026-01-06     김도형

철스크랩(고철)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91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현대제철이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담합 여부는 맞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 산정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대제철과 공정위가 모두 이번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는 현대제철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결정했다. 현대제철에 부과한 909억5800만 원의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판결이다.

앞서 공정위는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국제강,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한국제강, 한국철강, 한국특강(前 한국특수형강) 등 7개 제강사가 철스크랩 구매 기준 가격의 변동폭과 시기를 8년 간(2010~2018년) 사전에 협의했다고 보고 총 3000억8300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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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과징금을 보면 현대제철 909억5800만 원, 동국제강 499억2100만 원, 한국철강 496억1600만 원, 와이케이스틸 429억4800만 원, 대한제강 346억5500만 원, 한국제강 313억4700만 원, 한국특강 6억3800만 원 등이다.

해당 담합은 현대제철 주도로 공장 소재지에 따라 영남권과 경인권에서 이뤄졌다. 7개사가 모두 참여한 영남권과 달리 고철 초과 수요가 적은 경인권에서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만 참여했다.

공정위는 7개 제강사가 영남권에서 2010년 6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철스크랩 구매팀장 모임을 총 120회(월 평균 1.7회) 가지면서 구매 기준가격을 kg당 5원씩 내리자고 합의했다고 고발했다.

또 공정위 부산사무소가 2016년 4월 현장조사를 시작하자 이들은 구매팀장 모임을 자제하고 공정위 본부가 현장조사를 한 2018년 2월까지 실무자들이 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이어갔다고 봤다.

경인권에서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2010년 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구매팀장 모임을 총 35회(월 평균 1회) 가지면서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들 7개 제강사가 철스크랩 담합 행위를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영남권과 경인권 사업자들은 월 1회 정도의 간격으로 정례적인 구매팀장 모임을 개최해 왔고, 여기서 철스크랩 관련 중요 정보를 논의하고 기준가격 인상·인하 여부와 그 시기·폭에 관한 합의도 지속해 왔다"며 "2010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구매팀 실무자 간에 빈번하게 유선·문자 등으로 접촉·교류하며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합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관련 형사사건에서 제강사들이 일부 공동행위 부분과 관련해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에 관해서는 "이는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것으로서 검사가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가리킬 뿐 공소사실 부존재가 적극적으로 증명됐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0~2012년 공동행위의 경우 5년의 처분 시효를 넘겼다는 현대제철 측 주장에 관해서도 "공동행위는 단일한 의사에 의해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단절 없이 계속 실행된 1개의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단 법원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관련 매출액, 위반행위 횟수를 잘못 산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법원으로서는 재량권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면서 "피고로 하여금 다시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과징금을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결했다.

현대제철과 공정위 측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공정위 처분애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는 2심제로 심리한다. 이에 따라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