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파스칼,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2026-01-05     김진혁
김진혁

“나무는 자신의 비참함을 알지 못한다.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비참한 일이지만, 인간이 비참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위대하다.”-파스칼(철학자)

존경하는 독자 여러분! 2026년 병오년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항상 고맙고 사랑합니다. 멋진 일 년 동안의 계획을 짠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후회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붙잡아 맬 수 없는 시간이 야속할 뿐입니다. 독일의 문호 프레드리히 실러의 말로 위로를 삼고 싶습니다.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철학과 인간 본성의 깊은 성찰을 가져온 파스칼은 대중에게 철학자, 수학의 신동으로 유로화 이전 프랑스 500프랑 지폐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젊은 시절 이미 기하학과 확률론, 유체역학 등에서 혁혁한 업적을 남겼으며, ‘파스칼의 원리’와 같은 과학적 발견으로 근대 수학과 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파스칼의 《팡세》는 신학적 성찰과 철학적 탐구가 어우러진 산문 걸작이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가장 약한 존재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피레네산맥의 이쪽에서는 정의라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산 하나 넘어선 저쪽에서는 악이 된다.” 등 명언이 있다.

《팡세》(Pensées, ‘생각’이라는 뜻)는 사상, 생각, 회상, 금언, 사색이란 의미이다. 1662년 39세로 요절한 후 가족이 그가 남긴 메모를 발견해 1670년 출간한 짧은 글 924편이다. 파스칼의 재미있는 명언 중 하나인 “클레오파트라, 그녀의 코가 3mm만 짧았다면 지상의 모습은 죄다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2천년 가깝게 서구형 최고 미인으로 추앙받은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미인으로 불릴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로마 장군들이 서로 싸우지 않아 지금과는 다른 역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파스칼은 자신의 신학적 논리와 열정, 웅변을 거침없이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철학과 신학을 탐구하며 문학적 자질을 아낌없이 표출했다. 종교적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도 깊은 울림과 질문을 남겼다.

신(神)의 존재란? “신이 있는지 없는지 우린 알 수 없다. 신의 존재를 놓고 내기를 걸 수밖에 없다. 그 도박에선 신을 인정하고 믿는 것이 안전하다. 만일 신이 있다면 당신은 모든 걸 따게 된다. 지더라도 잃을 건 별로 없다. 손해라면 교회 예배 보는 데 들인 시간 정도일 것이다. 신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실제는 신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자. 당신은 생의 마지막에 커다란 낭패를 겪게 된다.”

정의란?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정의와 힘은 동시에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의가 강해지거나 강한 것이 정의가 되어야 한다. 정의는 시비의 대상이 되기 쉬우나, 힘은 시비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정의는 강해지기 힘들다. 결국 강한 것이 정의라고 했다. “내가 강 이편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너는 강 저편이어서 죽이면 애국자가 되는 모순에 이른다. 또한 사람들은 남의 죄악이나 잘못에는 매우 분개하면서도 자신의 죄악이나 잘못에는 분개하지도 싸우려 하지도 않는다.”

인간이란? 인간은 위대함과 비참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다. 천사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다. 불행하게도 천사가 되려는 자는 누구든지 짐승이 된다.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인’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은 실존적 고뇌로 우주적 침묵 속에서 근원적 두려움에 직면하면서 고백한다. “영원한 침묵은 나를 두렵게 한다.” 이 문장은 오늘날 과학과 기술이 발전했지만, 인간은 여전히 의미와 구원에 대한 질문 앞에서 떨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밖에 그의 경고는 “바꿀 수 없는 행복에 인생을 소모하지 마라.”, “행복의 최고 목표는 내면의 평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인간의 불행은 방에 꼼짝 않고 있을 수 없으므로 생겨난다. 그저 방에서 가만히 있지 못해 불행을 초래한다.”

우리 모두 종교적 신념과 이성으로 기쁨이 넘치는 한해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