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고사성어와 철강⑦ - 사이비, 중국의 수출허가제
무역 질서 가장한 수출 정책의 변화, 고부가 제품도 대응해야
사이비(似而非)는 “비슷하지만, 그러나 아니다”라는 뜻으로,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 즉 진짜 같은 가짜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전은 맹자(孟子) 진심장구하(盡心章句下) 편에 수록된 공자 왈, 오사이비자(孔子曰, 惡似而非者)에서 유래하였다. 이는 맹자 책 맨 마지막 장 내용이다. 맹자의 제자 만장이 공자의 향원에 대한 생각을 묻자, 맹자가 향원이 사이비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맹자의 제자인 만장이 “어느 집단에서 제일 훌륭하다고 칭해지는 자(향원)는 다른 집단에 가서도 훌륭하다고 인정될 텐데, 공자님은 생전에 왜 그들을 가르치고 싶지도 않다고 하셨을까요?”라고 묻자, 맹자는 “그들은 겉치레를 완전히 꾸며 고결하고 충직하여 믿을 만해 보이게 살아가나, 실제로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말을 돌아보는 선비의 덕을 지킬 마음이 없는 자들이다”라면서 “그런 자들이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즉 가짜 선, 가짜 도덕을 자기의 이익을 위해 실천하는 자라는 뜻이다.
어감 탓인지 한자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외래어(영어)로 알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래서 외래어처럼 ‘싸이비’라고 읽기도 한다. 앞서 보다시피 영어가 아니다. 사이코(Psycho)와 뜻이 혼동되거나, 사이버(Cyber)와 헷갈리면 더더욱 그렇다. 은유적으로 ‘42B’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원래의 뜻 “비슷하지만, 그러나 아니다”라는 의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대에 와서 익숙한 단어는 ‘사이비 종교’이다.
사이비에 쉽게 현혹된다. 그래서 패가망신하기 일쑤다. 앞에서 언급한 사이비 종교가 대표적인 예이다. 멀쩡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가정까지 파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사람들은 이것에 혀를 차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비난한다. 하지만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상황을 잘 모른다. 사이비는 눈으로 확연히 나타나지 않는 교묘한 것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도 빠져드는 그 무엇이 문제이다.
사이비라는 유래를 탄생시킨 중국에서 철강 수출허가제를 부활시켰다.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 적용을 천명했다. 올해 중국은 1억 톤 이상이나 되는 물량을 세계 시장으로 쏟아냈다. 그야말로 봇물이 넘치듯 글로벌 시장에는 중국산 철강재가 철철 넘쳤다. 대부분 저가 제품이기에 제일 큰 피해를 본 것은 우리나라였다.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되지 않으니 수출이 급감하며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세계 시장도 중국산이 흐려 놓은 혼탁한 물을 정화하고자 반덤핑 제소와 세이프가드로 장벽을 쌓으며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중국산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 지금 글로벌 철강시장 풍향계다. 이것을 목도(目睹)한 중국이 전략적 관리를 선택한 것이 수출허가제이다. 이 조치의 핵심은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수출계약서와 생산자의 품질검사 합격증명이라는 두 가지 관리시스템을 장착했다. 이는 저가 덤핑 제품과 품질이 보증되지 않은 회색지대 물량을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더 크다.
중국의 이 제도는 철강 수출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사이비 전술에 현혹되기 쉬운 제도이다. 이 제도로 당장 중국의 철강 수출이 급감하지는 않는다. 허가 요건 자체가 기술적으로 까다롭지 않고 허가제 자체가 수출 금지령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새롭게 장착한 것이 있다. 이 통제는 ‘저가’를 밀어내고 ‘고부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싸구려 제품이 아닌 고부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 전환이 보인다. 이제는 고부가 제품에도 자신이 있다는 기술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 조치를 통해 “우리는 무역 질서를 존중한다.”라고 했다. 대외적 명분을 챙기겠다는 목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는 내부적으로 저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억제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전략이 숨겨 있다.
이에 우리는 또다시 중국의 고부가 철강재와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과거에는 양에 치이고 이제는 질과 싸워야 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무역 질서를 존중한다.”라는 저들의 목소리는 사이비를 가장한 또 다른 수출정책이라는 것을 안 후 가슴이 더욱 답답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