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2026년, AI와 혁신 사이에서
2026년 문 앞에 서면 두 단어가 가장 크게 돋보인다. AI(인공지능)과 혁신.
이 두 단어는 마치 거대한 파도 같다. 한편으로는 우리를 새로운 대륙으로 이끌 듯 설레게 하지만, 동시에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두렵다.
요즘 뉴스를 보면 AI 때문에 사라지는 일자리가 하루가 멀게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만 명이 일터를 잃었다고 한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3억 개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30년쯤에는 일부 산업에서 실업률이 40%에 이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쯤 되면 “AI는 우리의 친구인가, 적인가?”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나 유연한가, 얼마나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가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AI를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사람은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 반면,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면 남겨진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이제는 ‘AI를 아는 법’을 배우는 게 새로운 문해력이 되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혁신이란 무엇일까?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기는 일이다. 아프다. 낡은 습관, 익숙한 방식, 안락한 자리를 벗겨야 새로운 살이 돋는다. 그래서 혁신은 구호가 아니라 고통의 다른 이름이다.
많은 조직이 혁신하자고 외친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사람은 그대로다. 리더의 사고와 평가 기준이 그대로인데 실무만 바꾸려 한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금세 눈치챈다. “또 보여주기식이네.” 그렇게 혁신은 캠페인이 되고, 구호는 사무실 벽에 붙어 있다가 먼지를 뒤집어쓴다.
혁신이 어려운 건 결국 사람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해 보는 걸 싫어한다. 변화가 나에게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를 계산한다. 그런데 비전이 불분명하고, 당장 보상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변화를 반기지 않는 이유가 또 있다. 혁신은 기존의 권한과 질서를 흔든다. 누군가의 자리, 누군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혁신하자고 말하는 건, 사실상 “당신의 기득권을 내려 놓으라”는 뜻이다. 그래서 저항이 생긴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혁신은 기술이 바뀌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뀔 때 일어난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리더부터 바뀌어야 한다. ‘바꿔라’가 아니라 “나부터 바뀌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구성원이 아닌 리더가 먼저 불편해져야 조직이 움직인다.
혁신의 가장 큰 벽은 시스템이 아니라 믿음의 부재다. “이번에도 말뿐일 거야.”, “어차피 윗선이 다 정했겠지.” 이런 불신을 넘어서는 순간, 비로소 혁신의 불씨가 붙는다.
19세기 사람들은 기계로 만든 얼음이 몸에 해롭다고 믿었다. 마가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위조 버터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그 두 가지 덕분에 풍요로움을 누린다. 혁신은 늘 의심과 저항의 벽을 뚫고 온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AI는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배우고, 협력해야 하는지 다시 묻고 있다. 혁신은 그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이다. 불안하더라도, 그 질문에서 도망치지 말자. AI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 믿음 하나로, 우리는 다시 배울 수 있다.
2026년, 혁신은 먼 미래의 주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일상의 과제이다.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아픔이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살이 돋는다. 그게 성장이고, 그것이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