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르네상스③] 강원랜드 '관광 제철소' 돼야…콘텐츠와 서비스 융합이 핵심
이준혁 전 LF그룹 대표의 실물경제 해법 제시 제조업의 정밀함, 서비스업에 이식해야 경쟁력 강원랜드 등 공공부문, 수출 산업기지'로 재편
2025년, 대한민국 철강산업은 역사상 유례없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한가운데 서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탄소중립(Net-Zero)이라는 거대한 파고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생존의 청구서가 됐다. 정부는 'K-스틸법' 등으로 지원에 나섰지만, 산업 현장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이제는 산업의 구조조정과 재편, 부가가치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본지는 역사적 기로에 선 2025년 연말을 맞아 ‘철강 르네상스’를 주제로 산업의 현실을 조명한다. 멈춰선 폐광과 식어가는 굴뚝을 '문화의 용광로'로 재탄생시킨 글로벌 현장, 닫힌 공장 문을 열어 시민과 소통하는 기업들의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 이 변화를 진두지휘할 실물경제 전문가의 제언을 통해, 제조업의 하드웨어에 서비스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운용할 인재를 입히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다. [편집자주]
철강과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해 온 기간산업은 한계에 직면했다. 설비 효율화와 원가 절감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다. 산업계에서는 제조업의 탄탄한 시스템 위에 소프트웨어(콘텐츠·서비스)를 융합하는 것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지가 평생을 용광로가 아닌 호텔과 테마파크, 복합쇼핑몰 등 서비스 최전선에서 보낸 이준혁 전 LF그룹 대표이사(62)를 만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는 "서비스업 역시 제조업 못지않은 치열한 공학적 시스템 산업"이라고 정의하는 실물경제 전문가다. 멈춰 선 지역 산업 생태계와 공공부문의 위기를 타개할 해법을 듣기 위해 그와 마주 앉았다.
◇ 편견을 '현장'으로 돌파하다
이 대표의 이력은 학계 출신 집안 내력과는 다른 궤적을 그린다. 부친은 유신 시절 저항시 '유신유감'을 발표했던 고(故) 이충섭 부산교대 국문과 교수이며, 형 역시 언론인 출신의 학자다. 그러나 그는 강단 대신 현장의 역동성을 택했다. 1987년, 대졸자가 드물던 서울하얏트 호텔 웨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당시 주변의 만류와 편견은 적지 않았다.
그는 한국관광공사 임원실을 직접 찾아가 "정부가 4년제 관광학과를 만들어놓고 현장 취업을 막는 것은 모순"이라며 항의해 취업의 문을 열었다. 그의 이름이 업계에 각인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다. 호텔 기물을 파손하고 도주한 외국인 금메달리스트 일행을 이태원까지 추격해 검거한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다.
이 일화는 당시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눈에 띄어 그가 현대그룹 호텔사업부로 발탁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그는 38년간 삼성그룹과 LF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레저, 서비스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현장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호텔 웨이터출신으로 호텔, 테마파크, 골프장, 외식분야 기획과 운영분야의 대기업 CEO와 대학의 관광분야 교수를 역임한 유일한 인물이다.
◇ "서비스는 '감(感)'이 아닌 '과학'이다"
이 대표는 서비스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가 삼성에버랜드 재직 시절 경험한 서비스 과학은 제조업의 품질 관리(QC)와 맥을 같이 한다.
"당시 에버랜드는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의 동선과 체제시간을 연구하여 적합한 식음업종을 오픈시키고 고객의 심리 변화까지 데이터로 분석해 오차를 줄여나가는 치열한 운영전략을 구현하였다. 제철소가 쇳물의 온도를 0.1도 단위로 제어하듯, 서비스업 또한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 개항 당시 2년간 영종도 현장에 상주하며 식음료 사업권을 수주했으며 현대백화점, 신세계 백화점등 대규모 유통 시설 상업공간에 외식브랜드를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성과도 냈다. 하드웨어(시설) 건립에 그치지 않고, 그 공간을 채울 소프트웨어(운영 시스템)를 설계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 "강원랜드, '내수 도박장' 아닌 '관광 제철소' 돼야"
화제는 최근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는 공공부문과 지역 거점 기업으로 이어졌다. 특히 폐광 지역 대체 산업인 강원랜드 등의 운영 방향에 대해 그는 산업적 관점에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철강 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출 역군 역할을 하듯, 복합 리조트 또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기지가 되어야 합니다. 강원랜드를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IR) 등에 대항해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 제철소'로 육성해야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2000년도 개장이래 전체 매출의 12%대에 머물고 있는 비 카지노 매출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획과 시나리오 경영을 할 수 있는 관광 서비스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야지 반복적으로 정치인, 캠프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는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고 예기했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제언을 내놓았다. 물리적 지원보다 자생력을 키워주는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제조업의 위기를 기회로 여는 통찰력을 발휘할 때 정체된 대한민국 산업과 지역 경제에 '산업 르네상스'를 여는 동시에 청년들의 미래로 열 수 있는 길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대표는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처럼, 정부 주도의 창업아카데미를 통해 조리, 서비스, 경영 실무를 갖춘 청년 인재 1만 명을 양성해야 합니다. 이들을 전 세계 K-푸드 및 서비스 현장으로 파견하고 창업까지 지원한다면, 청년 실업 해소와 한류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