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인도 철강업계

2025-12-01     나병철

글로벌 철강업계는 지금 철강 수요 둔화와 중국의 공급 과잉에 의한 불황 장기화 및 트럼프 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경영환경 불확실성으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장기 과제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고심하는 등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인도 철강업계는 대규모 고로 설비 신설 프로젝트 추진과 그린 수소를 이용한 직접환원철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하는 ‘두 마리 토끼’ 쫓기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WSA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인도의 조강생산량은 약 1억 5천만톤으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실적을 기록하였다. 전문기관 예측에 따르면 인도 철강수요는 건설 등 인프라 투자 확대 및 자동차 등 제조업 호황에 따른 영향으로 향후 연간 8%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서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조강생산 능력을 현재의 1억 8천만톤에서 3억톤으로, 2047년까지는 5억톤까지 확장한다는 비전을 발표하였으며, 민관 철강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설비 확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에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향후 건설 추진이 예정된 철강 생산 설비는 고로 프로세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건설 중인 고로 설비는 1,430만톤, 건설 예정인 고로는 1억 2,760만톤 규모에 이르고 있으며, 전기로 설비는 현재 570만톤이 건설 중이고 건설 예정 설비도 2,47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환원철 생산 설비의 경우 580만톤 규모가 건설 중이며 2,760만톤 정도가 건설 예정되어 있다.

한편, 최근 뉴스에 따르면 인도의 JSW에너지社는 인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제조 공장을 가동했는데 이 공장은 카르나타카주 비자야나가르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전기분해 과정을 통해서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695MW 풍력 및 270MW 태양광 등 다양한 재생 에너지원을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생산된 그린 수소는 당분간 연간 3,800톤씩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인근에 있는 JSW스틸의 비자야나가르 제철소의 직접환원철(DRI) 공장과 고로에 공급되어 COREX 가스와 혼합하여 사용함으로써 석탄과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를 대체하게 된다. JSW에너지社는 향후 수소 생산 설비 확장을 통해서 2030년 이후에는 연간 9만톤의 그린 수소를 JSW스틸의 비자야나가르 제철소에 공급하기 위한 MOU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 철강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응한 인도 철강업계의 공격적인 설비 확장과 더불어서 유럽의 아르셀로미탈, 일본제철 및 우리나라 유수의 철강회사 등 글로벌 철강 메이저들도 인도 철강 시장으로의 진출 확대를 추진 중에 있다. 문제는 글로벌 철강회사들이 현지에 건설할 생산 프로세스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인도에 신증설되는 철강생산 설비는 80% 이상이 고로 프로세스에 집중되고 있는데 거기에는 일정 부분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인도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철강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2030년까지 20%, 2047년까지 50%이며 이후 207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다른 선진국들의 탄소중립 달성 시기와는 20년 정도 시차가 발생하고 있어 그 기간 동안 새로 건설될 고로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외의 글로벌 변수에 의해서 인도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2070년보다 앞당겨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지 진출을 추진 중인 글로벌 철강업계는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