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나이 든 직원은 왜 무능하다고 할까?

2025-11-25     남영준
남영준

오피스 거리의 한 카페. 젊은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투덜댄다. “우리 팀장님은 너무 답답해. 내가 방법을 알려드렸는데도 예전 방식만 고집하잖아.” 다른 이가 맞장구친다. “나이 들면 다 그렇게 되는가 봐.”

그들의 말 속에는 한 세대의 감정이 담겨 있다. 답답함, 조바심, 그리고 약간의 비난. 하지만 그 말의 이면에는 또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 “왜 나이 든 사람은 변하지 않는 걸까?”라는 질문이다.

CEO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나이 든 직원이 많다 보니 조직에 활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게 안 보여.” 그래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사실상 “나이 든 사람들은 나가 달라”는 말이다. 도대체 왜 나이 든 직원들이 ‘무능하다’라는 꼬리표를 달까.

물론 이유가 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 반응속도, 새로운 기술 습득 속도가 떨어진다. 몸의 에너지도 예전만 못하다. 변화가 빠른 업종일수록 이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익숙한 방식으로 버티게 된다. 위험을 피하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부른다. 학습된 무기력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부정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그 생각은 경험에 따라 증폭된다. 실패를 낭비로 여기는 오늘날 사회에서는 이런 상황이 쉽게 일어난다.

처음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사람도 반복된 부정적 피드백 앞에서는 의욕을 잃는다. “왜 이렇게밖에 못해”라는 상사의 말 몇 마디가 움츠러들게 만든다. 새로운 시도를 멈추고, 실수하지 않는 안전한 길을 걷는다. 그러다 보면 조직은 점점 조용해진다. 아이디어가 사라지고, 웃음이 줄어든다.

문제는 이 무기력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팀장이 시도를 거부하면, 팀원도 제안하지 않는다. 팀 전체가 움츠러들고 조직은 변화를 싫어하는 집단으로 굳어진다. 나이 든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직원도, 조직문화도 이 무기력을 키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 든 직원이 정말 무능한 걸까? 그렇지 않다. 그들이 가진 경험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자산이다. 위기를 넘기며 쌓은 직관, 사람을 다뤄본 감각, 책임감과 직업윤리. 그건 시간이 만들어준 힘이다.

한 조직의 깊이는 경력자의 두께에서 나온다. 이제 조직은 나이 든 직원을 부담이 아니라 자산으로 봐야 한다. 단, 그 강점을 살릴 설계가 필요하다.

우선, 신체적 부담이 적고 전문성이 발휘되는 자리로 옮겨야 한다. 예컨대 전략자문, 내부 컨설팅, 멘토링 역할이다.

둘째, 새로운 기술이나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꾸준히 배움의 기회를 줘야 한다. 나이 든 사람도 배우고 싶다. 다만, 배우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유연근무나 재택근무처럼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연공서열보다는 성과와 기여를 함께 보는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 동기와 자존감이 함께 살아난다.

나이 든 직원이란 오래된 나무 같다. 겉으론 거칠고 느리지만, 땅속의 뿌리는 깊게 뻗어 있다. 그 뿌리를 자르면 나무는 쓰러진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나이 든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그 조직의 연륜과 품격을 말해준다.

나이 든 직장인도 시대의 흐름을 타려면 배움을 생활 습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의 경험과 감은 여전히 강점이지만, 디지털 전환과 산업의 변화 앞에서는 업데이트되지 않은 경력은 순식간에 구식이 된다. 배우는 어른만이 변화를 위기가 아니라, 두 번째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