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드]' 주우정 사장 '재무통' 명성 무색…재무·안전 리스크 "시험대"
3분기 1700억 손실·미청구공사 2.2조…재무 불확실성 해소 못 해 가동률 급락→1천 명 순환휴직·노조 반발…사실상 구조조정 비판 중대재해 반복에 수주 36.9% 급감…기업 신뢰 추락 '교체론' 부상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예년보다 앞당겨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기아 재경본부장 출신으로 '재무통'이라는 기대를 안고 부임했지만, 주 사장의 재임 기간 오히려 재무 위기가 심화됐고 잇따른 안전사고까지 겹치며 기업 신뢰도마저 크게 떨어졌다. 주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경영 악화, 인력 갈등과 안전 문제
주 사장은 지난해 부임 직후 해외 프로젝트 손실을 한 번에 반영하는 ‘빅배스(Big Bath)’ 결단을 내려 잠재 부실을 털어냈다. 그럼에도 재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폴란드 플랜트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 손실 약 1700억 원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말레이시아 복합화력발전소 본드콜 이슈 역시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어 4분기 실적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23년 9월 말 기준 미청구공사채권은 2조 2307억 원, 공사미수금(매출채권)은 1조 6235억 원에 달하는 점도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경영 악화는 조직 운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규 수주 급감으로 가동률이 떨어지자, 플랜트 사업본부 인력 2000명 중 절반인 1000명에게 한 달간 유급 순환 휴직을 시행 중이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현대엔지니어링지부는 "사실상 구조조정의 전 단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회사 측은 “순환형 유급 휴직일 뿐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경영 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안전 문제도 수주에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2월 안성시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 등 중대재해가 잇따르면서 주택·인프라 부문 수주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이 여파로 올해 3분기 누적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9% 감소한 5조 3346억 원에 그쳐 미래 먹거리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5년간 국내 20대 건설사 중 현대엔지니어링의 사망 사고는 15명에 달했고, 올해만 7명이 숨졌다. 추락, 낙하물, 붕괴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 미준수에 따른 사고가 반복되자 ‘후진국형 사고’라는 비판과 함께 경영진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 ‘재무통’ 리더십, 체질 개선 필요
주 사장은 기아 창립 이래 최고 실적을 이끈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제철, 기아 등에서 경영관리와 재경을 총괄한 이력을 갖췄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실적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재무 불확실성, 안전 문제, 인력 관리까지 복합적인 난제가 겹치면서 리더십 위기론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인사 기조가 큰 폭의 교체보다 보완적 조정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주 사장은 임기와 상관없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될 만큼 입지가 불안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단순한 재무적 안정성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근본적인 사업 구조 변화와 안전 문화 정착이 동반돼야 한다. 새 리더십은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