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코리아①] 세계화 균열과 산업정책의 귀환…新성장 전략 찾아야
AI·온쇼어링 등 세계화 흐름 둔화…선진국 산업정책 강화 행보 트럼프 행정부, 해외투자 촉진…日사례 따라 구조변화 가능성 제조업 강국의 그늘…글로벌 경쟁력 약화·기업 역동성 저하 新산업정책, 주력산업 확장·내수확대·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
[스틸코리아 2025-최유미 기자] 글로벌 경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 산업이 시장에 맡기는 시대를 넘어 산업정책 중심의 전략적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4일 열린 ‘스틸코리아 2025’ 기조강연에서 “글로벌 경제 변화 속에서 산업정책적 접근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정책, 보조금·지정학이 세계화 흔들어”
권 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AI, 온쇼어링(자국 생산 회귀) 등으로 세계화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며 “정책적·지정학적 요인들이 세계화를 둔화시키는 가운데, 산업정책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다수의 산업정책은 미국, EU,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국내 보조금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보조금, 수입장벽 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중국의 책임이 크다. 특히 코로나 이전까지 적극적인 보조금, 금융 지원 정책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질서의 변화에 맞춰 한국도 적극적으로 산업정책적 접근을 검토해야할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전방위적·정치적 관세 선포 등을 통해 1기 정부 대비 한국·일본·EU 등 동맹국과도 공개 충돌을 하고 있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국내 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경제 구조 변화, 해외 투자 흐름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단지 우리가 200억 달러씩 매년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를 이용해 더 큰 투자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해외투자로 산업 공동화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지만 반드시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라며 “앞서 일본 사례를 보면 플라자 합의 후 엔화가 대폭 절상되면서 해외 직접 투자가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 매출·영업익 증가 등 경제구조가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 제조업 강국이지만 종합경쟁력은 약화
권 원장은 한국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세계 5위권 이내의 제조업 강국에도 불구하고 종합경쟁력 차원에서는 상당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 원장은 “조선, 디스플레이, 가전은 글로벌 선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선업은 물량·가격에서 중국에서 압도되고 있고, 디스플레이 및 가전은 성장 잠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는 향후 통상 산업 정책 환경 변화를 지켜봐야할 것이며 철강, 화학, 통신장비는 구조조정이나 고도화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3년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양국 산업관계는 경쟁구도로 변화했다”며 “아울러 대세계 수출비중과 수출고도화지수가 최근 동반 하락하며 한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입율과 퇴출율도 점점 낮아져 기업의 역동성이 하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5년에 1%p씩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 노동투입, 자본투입 어디서도 반전이 될 수 있는 여지가 관찰되지 않는다며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 산업정책의 재정의 필요…효율·집중이 핵심
국내 산업의 위기 국면에서 권남훈 원장은 향후 산업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부터 적극적 산업정책의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구조조정, 규제개혁 등의 정책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며 “규모의 경제 성향이 높은 부문, 중간재 부문, 국제 경쟁력이 높은 부문에 집중하는 것이 산업정책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또 “성공적인 산업정책은 정책 당국의 정보 수집 역량에 달려있고, 사익추구 세력이나 정치적 포획에 노출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며 “낮은 진입장벽 또는 좋은 거버넌스, 발달된 신용시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수출 인센티브·대외 지향 전략 등이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과 고용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사실 소수의 선도기업이기에 평등주의적 산업정책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권남훈 원장은 우리가 개방화된 무역 중심 제조업 국가라는 것이 정체성이자 경쟁력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주력산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주력 산업 자체가 업그레이드 되거나 확장되는 신산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내수산업 기반을 확대하고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과감하면서도 신중·주도 면밀성을 잃지 않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