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코리아④] 자동차, 관세보다 환율…현대차그룹, 전략적 유연성 두각
환율 효과로 완성차 실적 방어…관세 리스크는 여전 미국 판매 호조, 역설적으로 관세 역풍 가능성 시사 유럽시장, HEV 전환 가속…韓日 완성차사 기술적 우위 현대차, 메타플랜트+재무안정성…선순환 사이클 조성 EV 전환 속 철강수요 감소 불가피…”신사업 발굴 필요“
[스틸코리아 2025=최유미 기자]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은 관세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산업으로 지목되지만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열린 ‘스틸코리아 2025’ 에서 “환율 효과와 제품 믹스,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유연성이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하이브리드 시장 선점 및 메타플랜트·재무안정성 등의 전략적 유연성, 로보틱스 등을 바탕으로 관세·환율 변수에도 안정적인 실적과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책사 마이란(Miran) 박사는 환율을 통해 대미 수출국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자동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수혜를 보는 섹터이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좋은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포문을 열었다.
◇ 관세 변수, 생각보다 충격 작을 수도…내년 환율 1400원대 유지
그는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구적인 노력 외에도 환율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2019년 대비 40~50% 가격을 인상했고, 이는 원화나 엔화로 환산하면 효과는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15%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수출할 때 가격을 15% 올리면 환율효과는 거의 없어지고, 미국 입장에서는 관세정책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플라자 합의 같은 강력한 환율정책이 재현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 만으로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내년도 업황을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
내년 환율에 대해서는 1400원 초 중반대를 전망했고, 쉽게 1300원대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환율 수혜 업종으로, 원화 약세가 유지되면 실적 안정성이 높다.
◇ 판매 호조, 역설적 관세 리스크로…유럽 CBAM 변수
발표에 따르면 최근 9월까지 자동차 시장 경기는 호조를 보였지만, 이러한 미국의 판매 호황이 역설적으로 관세정책의 역풍을 만들수도 있다. 이는 철강 산업에도 역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관세가 본격화되면 소비자가 가격이 비싸지기 전에 선행 수요가 발생하고, 실제로 6월에는 판매량이 잠깐 감소했다”며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전에 전기차를 미리 구매하게 되면서, 지난 10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완성차 판매는 3~4% 감소하거나, 운이 좋아야 플랫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를 주저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시장은 이미 2019년을 정점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세에 들어섰다.
박 연구원은 “유럽의 남은 수요마저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부터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 본격 시행되면 유럽 완성차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며 “이 비용 통제 여부가 업황의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또 “세계 판매 순위는 도요타·폭스바겐·현대차그룹 순인데, 폭스바겐이 비용 부담을 크게 받으면 현대차그룹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현대차그룹, 유럽 공략 강화…하이브리드 우위 확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유럽지역을 공략하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시장 내 세그먼트 변화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만큼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좋은 현대차그룹이 기술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하이브리드(HEV) 시장의 경우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가진 도요타와 현대차그룹이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파워트레인이고, 하이브리드는 일반 휘발유 차와 제작비용은 비슷하지만 판매가격은 더 높아 수익성이 훨씬 좋다”며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되면 하이브리드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어 고수익 믹스 개선효과로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급변하는 정책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유연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메타플랜트는 전략적인 유연성을 바탕으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가동률이 오를수록 고정비가 절감돼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을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경쟁력의 하나는 압도적인 재무 상태다. 다른 완성차 기업보다 안정적이다. 신규 자금 조달 시에도 낮은 금리로 조달하는 등 선순환 사이클이 작용하고 있다.
◇ 부품사와 로보틱스도 주목…HL만도·보스턴다이내믹스 후광효과
박 연구원은 완성차 외 부품·로봇 산업의 성장세도 주목했다.
“HL만도의 경우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북미 리딩 EV 업체 수주가 늘었다고 언급해 높은 기술력을 재차 입증했다”며 “현재 낮은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후방효과로 현대차그룹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업체는 비상장업체이고 시장가치는 2조 원대 안팎으로 평가받는 중”이라며 “그들의 기술력은 대동소이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밸류에이션을 갖고있는 이유는 오픈AI, MS, 엔비디아 등 쟁쟁한 협업자가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으로는 전기차의 판매량이 저조할지 몰라도 결국 호흡은 전기차로 흐를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으로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철강에 대한 수요는 자동차에서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새로운 산업적 아이디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비철강 분야로 신규 사업을 진출하는 등의 전략적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