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레드오션화’ 우려되는 최고급 철강재 시장

2025-10-31     나병철
나병철

전기강판 하면 철강재 중에서 최고급 제품에 속하며 생산이 가능한 철강회사도 제한적이어서 그동안 이 제품은 ‘블루오션’ 철강시장의 대표 주자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러한 전기강판 시장이 ‘레드오션化’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티센크루프의 자회사인 ‘티센크루프 전기강판’은 저가 중국산 전기강판 제품이 덤핑 수준으로 과도하게 수입되어 자사 주문량이 크게 감소하자 ’겔젠키르헨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은 지난 몇 년간 중국 철강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확장해 왔기 때문이다. 상해보강은 2023년 연산 50만톤 규모의 전기자동차용 전기강판 공장을 신규 가동하여, 100만톤 규모의 고급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전체 전기강판 생산능력은 400만톤에 이르게 되었다. 안산강철도 2025년부터 No.2 방향성 전기강판 공장을 본격 가동함으로써 전체 생산능력이 연간 110만톤에서 140만톤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후난흥왕이라는 회사도 연산 96만톤 규모의 신규 설비를 2023년부터 가동하였다. 문제는 기존 전기강판 Maker들의 지속적인 전기강판 생산 설비 확장 추진과 신규 업체들의 시장 진입 활동이 지금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최대 민영 철강업체 중 하나인 ‘샤강’이 고성능 전기모터용 고품질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을 위한 냉간압연기 (연산 8만톤)를 프랑스 Fives 사에 발주하여 2026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ArcelorMittal도 중국 동방그룹과 합작공장을 설립하여 신흥 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열간압연 전기강판 생산 라인을 건설하는 것이 포함되며 18개월 후에 가동을 시작하여 1단계 용량을 연간 250만톤, 2단계에 350만톤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전문 기관에 따르면 중국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요는 전기자동차용이 130만톤, 고효율 변압기용이 850만톤으로 연간 약 1,000만톤 수준이지만 중국 관련 철강업체들 간의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도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변압기 효율 향상 및 데이터센터 증가 등으로 급증하고 있는 방향성 전기강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 철강업체들도 전기강판 생산설비 확장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본 JFE Steel과 인도의 JSW Steel은 합작회사인 ‘JSW JFE 전기강판’의 생산능력을 대폭 확장하기 위한 증설 공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30년까지 Vijayanagar 및 Nashik 등 2개 공장의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 능력을 현재 11만톤에서 35만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인도 국영 철강업체인 SAIL과 하이테크 기업인 JCIL(John Cockerill India)도 약 6억 9,200만 달러를 투자하여 방향성 전기강판 및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였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2029년에 완공할 예정인데, 연간 생산 규모는 150만톤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전기강판 냉간압연용 열연강판 소재는 SAIL에서 공급할 예정으로 있다.

향후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설비 신증설 추진, 전기 자동차 생산 증가 및 AI 산업 발전에 대응한 발전 설비 확장 등으로 글로벌 전기강판 수요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전기강판 생산설비 신증설 및 덤핑 수준의 저가 수출 확대에 따라서 글로벌 판매 여건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유수 철강업체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전기강판 시장의 ‘레드 오션化’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철손, 투자율, 자속밀도 등과 같은 관련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좋은 신제품 개발 강화 및 특정 산업용 전기강판의 전문 생산체제 구축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