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고사성어와 철강③ - 공자의 가르침
공자(孔子)는 노나라 사람이다. 그의 중심 사상은 그가 제자들과 나눈 문답 형식의 언행 집인 ‘논어’에 잘 나온다. 이를 요약하면 인간이 해야 할 모든 행동의 궁극적 지향점은 인(仁)에 두었다. 그는 지덕(至德), 지선(至善)의 뜻인 인도주의(人道主義)로서, 정치적으로는 명분을 바르게 하고(必也正名乎),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君君臣臣),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父父子子) 각자가 본분을 지킴으로써 국가와 가정 질서를 유지한다고 했다.
사회적으로는 자기의 도리를 다하고(盡己), 남을 부축하며(推己), 자기가 싫은 것은 남에게 강악(強惡) 하지 않는 것(己所不欲勿施於人)을 비롯한 제덕(諸德)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이 하기 싫은 것,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을 강악(強惡)이라고 했다. 인(仁)을 지향하고 예(禮)에 정진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군자요, 그렇지 못한 사람이 소인이자 악인으로 간주했다. 이에 군자가 덕을 생각할 때 소인은 이익만을 생각하며, 악인은 타인에게 해를 끼쳐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고 했다.
공자의 가르침은 수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다. 금이나 옥처럼 귀중히 여겨 아끼고 받들어야 할 규범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삶 중에는 ‘답게’ 살아가는 것이 항상 부족해서 문제다. 그래서 불협화음이 끝없이 발생한다. 공자의 가르침처럼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다운 삶을 산다면 세상은 평화롭고 인상 쓸 일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등한시해 국가와 가정의 질서가 무너져 온갖 문제를 야기한다.
공자가 가르침 속 소인과 악인의 행태는 닮았다. 끝없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그렇다. 군자가 추구하는 인(仁)과 예(禮)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군자는 끼리끼리 소통하지만, 소인은 소통하지 않는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라고 설파했다. 소인은 이익을 위해 나쁜 짓을 거리낌 없이 한다. 이 행동에 소통이 있을 리 만무하다. 오로지 남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몰지각한 행태를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한다. 그래서 때로는 배신감에 가슴을 치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통탄한다.
논리 비약일지 모르지만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 행태를 많이 닮았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철강 전문매체로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한다면 업체 편을 드는 것을 도리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팔은 안으로 굽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남 고성군에서 벌어지는 일을 접하며 이 생각을 잠시 접는다. 농업과 수산업이 생업인 이 지역에 조선 플랜트 업체가 들어오며 희망이 부풀었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군은 쌍수를 들어 그 업체를 반겼다.
2023년 SK오션플랜트가 해상풍력 산업을 기반으로 고성에서 새롭게 출발했다. 당시 지자체는 지역 경제 도약을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이후 기회발전특구 지정, 진입도로 개설, 송전선로 설치 등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양촌·용정산업단지 매립공사도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가 들인 공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이것만이 아니다. 군은 회사의 안정적인 정착과 상생을 위해 산업단지 중심 복합도시 조성사업, 일자리 연계형 지원주택 건립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물거품이 될 위기를 맞았다. 모기업 SK에코플랜트가 SK오션플랜트의 매각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SK오션플랜트가 고성 양촌·용정지구에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자 지역사회의 기대는 컸다. 그래서 군민들은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소음, 먼지, 교통 문제 등 불편을 감내했다. 군민들에게는 지역 발전이 우선이었기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그 희생을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이라는 결과로 답한 모회사 SK에코플랜트의 처사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지역과 약속을 저버린 배신행위라 규정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미 산업단지 매립공사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상황에서 인수 3년 만에 지분을 매각하려는 것은 “단기적 이익에만 몰두한 행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역 범대위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SK오션플랜트 매각은 지역과의 신뢰를 저버린 배신행위”라며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파장을 외면한 결정으로, 매각을 전면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공자는 죽기 직전까지도 배움과 성찰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쳤다. 부나 권력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품격 있게 사는 법을 말한 것이다.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지역민과의 약속을 헌 신처럼 버리는 기업은 품격과는 거리가 있다. 공자의 말처럼 남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의 결말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지금 가진 것을 감사할 줄 아는 태도가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공자의 말을 가르쳐주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