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금(金)과 집, 그리고 사람의 마음

2025-10-30     남영준
남영준

며칠 전 지인이 말했다. “요즘 금값이 미쳤어. 사놓은 사람은 웃고, 못 산 사람은 잠이 안 와.”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었지만 웃음 끝에 약간의 씁쓸함이 남았다.

요즘 사람들의 대화는 온통 돈 얘기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라 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 시장이 불과 몇 달 만에 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건, 금을 사도 불안하고 못 사도 불안하다.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은 다른 곳이 더 오를까 불안하고, 없는 사람은 영영 못 살까 봐 초조하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니 달러가 약해지고, 금값이 오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안 보이고, 유럽은 정정불안으로 휘청거린다. 세상일이 불확실할수록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안전자산을 찾는다. 그게 금이다. 이제는 개인 투자자도 금을 산다. “세상은 흔들리지만, 금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다시 유행이다.

이런 흐름의 바닥에는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 인간 심리가 있다. 그것이 바로 포모(FOMO)이다.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이다. 친구가 금ETF로 벌었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나만 손해 본 것 같다. SNS엔 누군가의 성공담이 넘쳐난다. 코인으로, 주식으로, 부동산으로 다들 뭔가 한 건 해낸 사람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이 불안감을 ‘탐욕’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것을 ‘결핍의 증명’이라 본다. 우리는 단지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불안하지 않은 삶,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원한다. 그러나 세상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뉴스를 보면 집값이 또 올랐다고 하고, 휴대폰을 열면 카톡방에 이런 글이 있다.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사.” 이런 말이 마음을 찔러온다. 그 한 문장에 수많은 사람의 조급함과 자기비하가 숨어 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10월 셋째 주 기준으로 0.5% 상승,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이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규제가 시행되기 전 단 며칠 동안 매수세가 폭발했다. 그 짧은 시간, 사람들의 마음속 불안이 실수요보다 더 큰 가격을 만들어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묻는다. “이건 탐욕인가요, 아니면 생존 본능인가요?”

나는 탐욕이라 말하지 않는다. 인간은 불안을 피하려는 존재다. 그리고 불안은 늘 비교에서 비롯된다. 누군가 앞서가면 나는 뒤처진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반복되면 자기 존중감이 흔들린다. 못 산 집보다 더 괴로운 것은, 못 사서 초라해진 나 자신이다.

SNS 시대의 정보 과잉은 이 불안을 키우는 기름이다. 수십 개의 투자 채널과 단톡방, 짧은 영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욕망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더 열심히 정보를 모으지만, 정보가 늘수록 마음은 더 피곤해진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이 잠잠해지지 않는 이유는, 그 대책이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숫자와 규제만으로는 불안을 멈출 수 없다. 오히려 국민은 정치인들이 이미 자산을 늘린 모습을 보며 불신을 키운다. “결국, 가진 자의 게임 아닌가.” 믿음이 무너진 자리에는 광기가 자란다.

결국, 시장은 마음의 거울이다. 금값과 집값의 그래프에는 통계보다 더 많은 인간의 감정이 얽혀 있다. 불안, 기대, 질투, 체념, 그리고 다시 희망. 그 복잡한 감정의 온도가 자산 가격을 움직인다.

언젠가 금도, 부동산도 식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불안의 파도는 또 다른 이름으로 찾아오리라. 그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을 살까”보다 “어떻게 살아갈까”를 묻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