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가동률 저하에도 살아남는 방법을 찾자
미국은 2025년 하반기부터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로 올렸고, EU도 수입 쿼터는 절반으로 줄이고 초과분에 50% 관세를 적용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미, 대EU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업계는 구조조정, 가동률 저하, 실적 악화라는 3중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2025년 7~8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작년 대비 28% 감소했다. 관세가 50%로 오른 7월부터 수출이 급감했다. 관세 인상 직격탄이 바로 반영되고 있다.
EU 시장도 심각하다. EU는 2025년 수입 쿼터를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분에는 50% 관세를 적용할 방침이어서 수출량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다.
주요 철강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량 감소, 판로 상실이 현실적 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철강 설비의 평균 가동률은 80% 내외였으나, 관세 인상으로 가동률이 60% 아래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지는 모습은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다. 공장이 멈춘다는 건 단순히 기계가 쉬는 게 아니다. 그 속에서 일하던 사람의 마음도, 도시의 생기도 멎는다.
철강은 대표적인 고정비 산업이다. 가동률 하락은 곧 손익의 붕괴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돌리기만 하면 된다’는 시대가 아니다. 설비를 언제 어떻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릴 것인가가 생존의 질문이 되었다. 과잉 설비는 통합해야 하고, 중복 공정은 멈춰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예측이다. 설비의 고장을 미리 감지하고, 수요를 정확히 판단해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낭비되는 시간, 과잉 재고, 예기치 못한 정지를 줄이는 것으로도 효과가 크다.
설비종합효율(OEE)은 단순한 지표가 아니라 위기관리의 나침반이다. 시간 가동률, 성능가동률, 양품률 —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공장은 숨을 쉰다. 우리는 이 숫자를 넘어 영혼의 효율을 관리해야 한다.
선제적 품질관리(PQM)도 마찬가지다. ‘고장 나면 고쳐라’가 아니라 ‘고장이 나지 않게 하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제적 품질관리는 조직 전체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시장도 다시 그려야 한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철강 지도가 이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눈을 동남아, 중동, 인도 같은 신흥시장으로 돌려야 한다. 인프라를 세우는 나라에는 언제나 철강이 필요하다. 강판을 팔던 상인에서 벗어나, 그들의 성장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또한, 양보다 질이다. 고부가가치 철강, 초고장력강, 특수탄소강, 친환경 제품 같은 차별화된 영역으로 옮겨가야 한다. 세계는 이제 탄소를 따져보고, 친환경 인증을 기준 삼는다. 철강의 무게보다 그 안의 가치가 중요한 시대다. ‘덩어리의 경쟁’에서 ‘가치의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크다. 통상협상에서 얻어야 할 건 시간이고, 그 시간 동안 기업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수출보증, 금융지원, R&D 투자, 신시장 개척을 위한 네트워크 — 이것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이 서로를 믿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
철강은 한때 한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불꽃 속에서 나라가 일어섰고, 그 쇳소리가 경제의 심장이었다. 이제 그 소리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변화를 요구하는 다른 이름이다. 가동률이 떨어져도, 그 안에서 새로운 효율을 찾고, 다른 시장을 향해 나아가며, 가치 중심의 철강으로 재탄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