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K-스틸법’에 바란다

2025-09-25     정하영

우리 철강산업이 말 그대로 위기 상황이다. 제조업체들은 물론 유통가공 부문까지 매출과 수익 저하가 뚜렷하다. 더욱이 과거 위기 극복 때와는 달리 미래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산업 성숙화와 더불어 인구 감소, 이로 인한 철강 수요 감소 추세가 쉽사리 변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입재의 시장 잠식, 인도 동남아 등 신흥국들의 생산능력 확장도 두려운 일들이다. 특히 미국이 촉발시키고 있는 수입 규제와 자국 시장 보호 조치들은 탄소 규제까지 겹치면서 수출 환경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경쟁력 강화와 지원을 얘기하지만 실제 상황은 소위 ‘노란봉투법’ 등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철강 제조업체들은 물론 유통가공업체들까지 현실 타개와 미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 용이치 않다. 제조업체들은 탄력적인 가동 등 가동률을 줄이면서 적정 가격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익 확보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대안이 많지 않은 유통가공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저가 수입재와의 직접적인 경쟁 속에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고 최근에는 품질 면에서도 수입재가 ‘괜찮다’에서 이제는 오히려 국산 품질을 능가한다는 애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초 구성, 운영해 왔던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의 논의를 토대로 10월 중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실 과거에도 정부는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수립, 시행해 왔지만 구두선(口頭禪)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철강업계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다보니 세부 정책 수립과 실행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내 수요가 지난해부터 5천만톤이 무너지면서 업계는 물론 정부, 국회 등의 인식이 보다 전향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회는 ‘K-스틸법’을 발의해 철강산업 지원을 법제화하려 하고 있다. 정부 역시 과거와 같이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고도화’를 기치로 내결고 있다. 단순한 구조조정과 재편이 아니라, 품목별 대응 방향과 정부 지원 방안을 수립할 전망이다. 또 반덤핑과 인증제도 등 수입규제의 강도도 높일 것으로 보이며 저탄소 철강재 수요 창출 등과 같은 지원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30년 기준 주요 품목별 수급 전망이 완성된 가운데 막바지 산업 고도화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도화의 핵심은 철강산업을 부가가치를 높여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대해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향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철스크랩 산업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육성, 지원 방안이 요구된다. 아직도 ‘폐기물’로 분류되는 철스크랩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고 제조업체에 준하는 각종 지원과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철강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유통가공 분야에 대한 보다 치밀하고 종합적인 육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말로만 그쳐왔던 유통가공 분야의 진정한 대형화, 전문화와 함께 단순 가공 유통 기능에서 수주부터 물류, 금융에 이르는 보다 포괄적인 철강 유통가공 기능의 고도화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반덤핑 조치 등 수입규제가 단순히 국산 제품 가격 회복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US스틸 사례에서 보듯이 그동안 정부의 수입규제로 회생을 추진해 왔지만 결국 일본제철에 피인수되고 만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수입규제는 일시적으로 수요를 확보하고 그 기간 동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철강산업이 ‘K-스틸법’과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통해, 그리고 철강업계의 과거와 다른 각오와 노력이 부가된다면 진정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