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귀츨라프와 한글 세계화의 나아갈 길
전 세계는 K-컬처 매력에 빠졌다.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한국 문화의 독특한 감성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되며, 빠른 디지털 플랫폼에 힘입은 덕분이다. 뉴욕타임스는 “한류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화장품부터 음식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유·무형 자산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한류’라는 거대한 문화 파도 위에 한글도 더 이상 한국만의 문자가 아니다. 키보드와 스마트폰 화면을 탄 한글의 매력은 언어적 경계를 넘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한국어 학습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엔 18만 명을 넘어섰다. 한글을 외국인이 배우고 싶고, 새로운 세계언어로 떠오른 이유는?
첫째,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에 기인한다. 24개의 자모로 이루어진 소리글자, 소리만 알면 누구나 배우기 쉽고, 쓸 수 있는 소리가 많다. 둘째, 애민 사상으로 만들어진 특수성으로 193년 전 귀츨라프 선교사로 인해 최초로 서구에 알려졌다. 글을 만든 것은 세종대왕이지만, 사장(死藏)되어 있던 것을 널리 보급하고 사용한 것은 사랑의 정신과 한류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 서구사회에 최초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린 귀츨라프
프로이센 출신 카를 귀츨라프(Karl Friedrick August Gutzlaff, 1803~1851)는 루터교 목사로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선교 활동을 하였다. 1832년 통상을 요구하는 영국 대형 상선 애머스트호(Lord Amherst)의 통역관 및 의사 자격으로 승선한 후 약 1개월 동안 황해도와 충청도를 방문했다. 그는 감자 씨를 가져와 궁핍한 주민들에게 파종하고, 포도주 담그는 법을 알려주었고, 감기로 고통받고 있는 약 60여 명의 주민을 약으로 처방해줬다.
귀츨라프는 6개 국어에 능통했고 한문 성경인 《신천성서(神天聖書)》에 적힌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했다. 귀츨라프 일기 (1832.08.17.)에 ‘30분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문자’라고 술회할 정도로 한글의 우수성을 밝혔다. 이후 중국으로 돌아가 한글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한글을 서양 학계에 처음 소개했다. “한글은 라틴 알파벳보다 우수한 표음 문자 체계다. 이는 세종대왕이 꿈꾼 민중 교육 완성체다.” - 귀츨라프 보고서(네덜란드 선교회 기록, 1832)
◇ 훈민정음, 유일무이한 창제의 기록
문자는 소통의 도구이면서 학문과 기술, 지식과 정보의 기록으로 축적되고 문명을 이끈다. 언어는 문화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문화 유전자’이다. 한때 강성했던 문명국가일지라도 문자가 사라진 경우가 많다. 인류 역사에서 400종을 넘나들었던 문자들이 지금 30여 종밖에 남지 않았다. 인류의 문자 역사로 보면 한국은 신생 국가이자 신생 문명이라고 볼 수도 있음에도 한글의 우수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구상의 문자 가운데 창제자와 글자 만든 원리, 그리고 창제 목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언어는 한글이 유일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당시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세계 10대 문자라고 평가했다. 한글은 표기 문자로 불과 24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1만1,000개 이상의 문자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자음은 발음 기관의 형태를 본떴고, 모음은 하늘·땅·사람의 삼재와 음양오행 철학을 반영했다. ‘쓰기 편한 문자’가 아니라 우주와 철학적 사유가 담긴 설계였다.
1446년 한글이 반포되었으나 당시에는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훈민정음을 언문(諺文), 반절(反切), 암클이라 낮춰 불렀다. 이렇게 홀대를 받다가 1894년 갑오경장 이후 국문(國文)으로 인정을 받았다. 한글이야말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로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문자(표음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하고 예술에 가깝다.
◇ 한글 세계화로 나아가기
첫째,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널리 알려 문화강국임을 알려야 한다. 둘째, “나랏 말씀은 백성에게 달라 글로 표현할 수 없으니…”라는 서문에서 보듯이 백성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도록 만든 소통과 애민 정신으로 민족의 자긍심과 문화성을 깨워야 한다. 셋째, 귀츨라프가 통상의 세계화 및 의술을 펼친 것처럼 문자가 미비한 국가에 한글을 보급시켰으면 한다.
이제 한글이 세계 공영어로 모든 민족의 꿈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절정에 다다른 한류가 한때의 반짝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글문화 세계화로 도약해야 한다. 언어는 문화요, 힘이요, 거대한 산업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