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신학 차관 "위기징후, 기회로 바꿔야"…10월 고도화 방안 발표
글로벌 공급과잉 심화…그린경쟁력아 향후 경쟁력 결정 보호무역 확대 무역통상 전략 재검토, 불공정 수입재 방어 위기 징후 대두 선제적 대응 중요 공급구조 개선 방안 고민 품목별 지원·불공정 수입 대응·저탄소 철강재 수요 창출 등 품목별 공급과잉 대책 논의 대응 방향 ‘고도화 방안’ 반영 저탄소 전환 2100억원 지원, 수소환원제철 실증 내년 추진 기업 해외 진출 산업정책 측면 고민…국내 마더팩토리 역할 전기로 전환 필수, 철스크랩 안정 공급 위해 전문기업 지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연초 출범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의 논의를 토대로 10월 중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공급과잉 속 주요 품목별 대응 및 정부 지원 방안 ▲반덤핑과 인증제도 등을 활용한 불공정 수입재 대응 ▲저탄소·고부가 전환을 위한 저탄소 철강재 수요 창출 등이 핵심 과제로 담길 전망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30여 년 전 외환위기 속에서 한보철강, 기아특수강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30년이 흘러 또다시 우리 철강산업에는 위기 징후가 농후하다. 위기 발생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공급과잉이 다시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린경쟁력은 향후 종합적인 국제경쟁력을 좌우할 중요 요소"라며 "선제적 설비 규모 감축, 업역 전문화 등 우리 철강산업의 공급구조 개선과 함께 저탄소 전환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과잉은 2015~2017년 정점을 찍은 뒤 다시 심화되고 있다. 문 차관은 신흥국들이 자국 생산을 확대하는 흐름까지 맞물리며 향후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 강화, 신흥국의 비관세 장벽 확산 등을 짚으며 “범용재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특수강 등 고부가 전략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내수는 5000만 톤대가 무너졌고, 수입재 점유율은 30%를 넘어섰다"면서 “내수, 수출, 수입 모두 3중고에 직면한 상황에서 오히려 근본적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전환 지원도 본격화된다. 2023년부터 추진 중인 ‘탄소중립산업핵심기술개발 사업’에서 철강 분야에는 2100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 8100억 원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도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그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전에도 저탄소 철강재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와 수요 창출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철스크랩 산업에 대해서는 “전기로 전환의 핵심 자원인 만큼 안정적 수급이 관건”이라며 “제강사와 철스크랩사 간 건전한 관계 조성, 전문기업화 지원, AI 기반 검수 시스템 확산 등 체계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 차관은 끝으로 “철강은 우리 경제의 근간 산업”이라며 “50년간 산업 발전을 일궈온 저력을 믿는다.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문신학 차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문신학 차관은,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철강·에너지·통상 정책을 두루 거친 산업 정책 전문가다. 1967년생으로 조선대 부속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30여 년 전 상공자원부 철강화학과에서 근무하며 한보철강 사태 등 위기에 놓인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산업자원부와 지식경제부,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치며 석유·가스·반도체·소재부품 등 주요 산업정책과를 두루 경험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기업협력과장, 석유산업과장 등을 거쳐 산업기반총괄과장, 소재부품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며 제조업의 근간을 담당했다. 원전산업정책관과 에너지전환 국민소통 TF 단장을 맡아 원전 정책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도하기도 했다. 산업부 내에서는 산업·에너지 정책을 두루 이해하는 보기 드문 기획형 관료로 꼽힌다. 정책 전문성과 조직 운영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30여 년 전 철강 구조조정을 경험했던 만큼 이번 차관직에서도 산업계의 구조개편과 미래 전략 마련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된다.
Q. 1996~98년 철강과 근무 이후 30여년이 되었습니다.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일과 함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A. 외환위기 전후 철강산업의 격변기에 당시 철강금속과에서 근무한지 30여 년이 지났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철강산업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당시 경험을 현재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근무한 1997~98년은 한보철강, 기아특수강, 삼미특수강 등 11개 철강기업의 부도, 조강 생산능력 500만톤 감소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던 시기였습니다. 어려움을 겪던 기업이 법정관리‧인수합병을 거쳐 오늘날 철강산업 생태계의 한 부분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우선, 제가 직접 구조조정을 담당했었던 한보철강의 경우 당진제철소는 현대제철에, 부산제강소는 YK스틸에 인수되는 등 사실상 해체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YK스틸은 대한제강에 인수되어 3대 철근회사로 발돋움하였습니다. 또한 1997년 부도에 이르렀던 기아특수강은 법정관리를 거쳐 2002년 세아제강그룹에 인수되었고, 기아특수강을 품은 세아베스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특수강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철강산업이 생존을 걸고 사투를 벌이던 시기에 철강금속과에서 근무하다 보니 위기가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등 위기 징후가 다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선제적 설비 규모 감축, 업역 전문화 등 공급구조 개선 방안을 근본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Q. 철강산업이 현재 당면한 글로벌, 외부 환경 변화를 정리해주신다면?
A. 전 세계적 공급과잉 심화가 가장 핵심적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글로벌 공급과잉은 2015~17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주요국들이 일부 설비를 감축하며 완화되어 왔으나, 이후 설비 감축 둔화 등으로 재차 심화 중입니다. 앞으로도 신흥국들이 자국 내 생산을 늘려감에 따라 글로벌 공급과잉은 심화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또한, 대표적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산업의 그린경쟁력은 앞으로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EU도 탄소 배출을 무역장벽화하며 역내 그린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Q. 특히 미국의 관세 조치 등 무역통상 측면에서의 변화와 문제점들을 꼽는다면?
A. 전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에 대한 보호무역 확산이 무역통상 측면에서의 변화의 핵심입니다. 각국은 안정적 철강 생산 기반이 자국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고 보고, 시장 보호에 앞다퉈 나서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EU 등 주요 전통시장의 철강산업 경쟁력은 그동안 계속 약화되어 왔습니다. 높은 임금, 새로운 기술로의 전환 지연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미국, EU 등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ASEAN, 인도 등 신흥시장도 자국 내 생산을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관세뿐만 아니라 인증제도 등 비관세 장벽도 늘려나가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각국의 보호무역 확대를 상수로 두고 우리도 무역통상 전략을 재검토할 시점입니다. 범용재 중심의 수출 구조를 특수강 등 고부가 중심 전략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한편, 산업 전환 과정에서 우리도 불공정 수입재에 대한 충분한 방어조치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철강산업의 국내 환경과 문제점들은?
A. 국내 철강산업은 내수, 수출, 수입에서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내수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고 15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5천만톤 대가 작년에 붕괴되었습니다. 각국의 통상 장벽 심화로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으며, 불공정 수입 증가로 수입재 침투율이 30%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철강 전방산업의 수요부진,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철강 가격문제 등 여러 요인이 산재하지만 오히려 지금 시기에 근본적 경쟁력을 모색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Q. 현재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의 활동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 방향은?
A.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는 올해 초부터 산업부와 연세대 민동준 교수 공동 주재로 진행하여 경쟁력 강화, 통상리스크 대응, 저탄소 등을 주제로 정책 방향을 논의하여 왔습니다.
T/F에서 논의된 핵심 과제 중심으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10월 중 발표할 계획입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한 주요 품목별 대응 방향과 정부 지원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며, 반덤핑과 인증제도 등을 활용한 불공정 수입재 대응, 저탄소‧고부가 전환을 위한 저탄소 철강재 수요 창출 등 과제 등도 담길 것입니다.
Q. 지난해부터 포스코, 현대제철의 일부 설비 셧다운이 추진되고 있는데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서막으로 보시는지?
A. 주요 기업들이 자발적 설비 감축에 나서고 있는 현 상황은 철강산업의 위기 징후에 대응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임을 방증한다 생각합니다.
품목별로 수급과 경쟁력 상황이 상이한 만큼, 업계와 품목별 공급과잉 대책을 논의해나갈 계획입니다. 대응이 시급한 품목을 중심으로 10월 중 발표 예정인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대응 방향을 반영할 예정입니다.
Q.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이 미래를 가를 것이 확실합니다. 정부의 지원 사업 현황을 정리해주신다면?
A. 철강산업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부터 ‘탄소중립산업핵심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철강 분야에는 2,100억원의 기술개발 과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 8,100억원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 예비타당성조사가 지난 6월 통과한 바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예정입니다.
수소환원제철이 탄소중립 실현의 게임 체인저이기는 하나, 그 상용화 전까지도 탄소감축 노력은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공정 전환 과도기에 저탄소 철강재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를 검토 중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인 저탄소 철강재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범부처적 제도를 활용하여 기준에 부합하는 저탄소 철강재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현재 연구 용역 중에 있습니다. 10월에 발표할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는 그 핵심 방향들이 담길 예정입니다.
Q. 수소환원제철 실현을 위해 수소, 전력 등 청정에너지 확보 방안은?
A. 수소환원제철로의 완전한 전환을 위해서는 경제성 있는 청정수소와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소의 경우 2050년 기준, 300만톤의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 국내 여건에 맞는 청정수소 생산 방식의 기술적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는 단계이며, 전력은 2038년까지 철강분야 전력 수요량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였습니다.
수소환원제철이 철강분야 그린경쟁력의 핵심인만큼 향후 민간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에너지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마련 등 필요한 지원을 검토하겠습니다.
Q. 일본의 US스틸 인수 등 글로벌 시장 재편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철강업계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과 국내 철강사들이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문과 정부 지원방안은?
A. 철강산업의 대형화와 현지화는 글로벌 추세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수요에 적시 대응하며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자사 제품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우리 철강기업들도 비슷한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이는 기업의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정부는 산업정책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업이 경영전략의 일환에서 해외투자를 결정했을 때, 연구개발, 필수 소재 생산 등 핵심 기능은 국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내 철강산업 생산기지가 마더팩토리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Q. 철스크랩 자급률이 크게 개선되고 수출이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만,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수요 증가, 고급 스크랩 부족 등의 여러 변수가 겹쳐 있습니다. 철스크랩 산업에 대한 인식과 비전, 지원 방안은?
A. 우리는 고로 중심의 조강 생산구조를 갖고 있으나 고로는 전기로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4배 가량 높아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전기로로의 순차적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철스크랩은 전기로의 핵심 원료이나 우리나라는 일정 비율 이상 수입이 불가피한 철스크랩 수급이 부족한 국가에 해당합니다. 최근의 자급률 개선은 근본적 수급 여건 개선 보다는 전기로 업계 불황에 따른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양질의 철스크랩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제강사와 철스크랩사 간 건전한 관계를 조성하는 한편, 영세성이 문제되고 있는 철스크랩사의 전문기업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AI)을 접목하여 철스크랩 검수 시스템의 확산 등 효율성을 높일 필요도 있습니다.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과 특히 철강업계에 주시고 싶은 말씀은?
A. 철강산업은 제조업을 근간으로 한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입니다.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발전과 양질의 철강재 공급에 힘써 주시는 철강업계 및 각계의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탄소중립, 무역장벽 등 여러 난관이 있지만 우리 철강업계는 지난 50여년 간 기적에 가까운 산업발전을 일궈낸 저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 철강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이며, 철강업계도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줄 것을 당부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