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드] 신학철 부회장 "석화 축소, 신사업 40조’ 체질 개선 드라이브

LG화학, 위기 속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사업 재편 험난한 글로벌 환경…신 부회장 리더십에 쏠리는 시선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역량과 다수 경험 갖춰

2025-09-19     최은경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도입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DX) 노력이 지속되면서 산업 구조 변화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국내 화학‧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행보도 숨가쁘다. 산업 재편 흐름과 더불어 경기 침체 극복까지 맞닥뜨리면서 이들 기업, 특히 수장들의 향후 사업 구상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주목받는 기업 경영진 및 CEO의 행보를 파악하고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주]

 

신학철

 

취임 8년 차를 맞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조기 폐지 등 예측 불가능한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LG화학의 하반기 경영 환경에 '빨간불'이 켜졌다. 위기 돌파를 위한 신 부회장의 경영 전략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배터리·친환경·신약 ‘3대 신사업’ 2030년 매출 40조 목표

신학철 부회장은 위기 타개를 위해 회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프타분해시설(NCC) 등 석유화학 업스트림(기초 소재) 비중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 부회장이 직접 선정한 3대 신성장동력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이다.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통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영 방침과도 맞닿아 있으며, 신 부회장 연임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신 부회장은 "올해도 '실행의 해'로 삼아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서두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리더십 아래 LG화학은 3대 신사업의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LG화학은 2030년까지 3대 신사업에서만 총 4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소재는 30조 원(2022년 4.7조 원), 친환경 소재는 8조 원(2022년 1.9조 원), 혁신 신약은 2조 원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 비중은 2022년 21%에서 2030년 5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토요타그룹과 손잡고 북미 양극재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화학 구미공장에서 생산된 양극재를 토요타통상이 북미 배터리 고객사에 공급하는 형태다.

연산 6만 6000톤 규모의 핵심 생산기지인 구미공장은 최근 '전구체 신공정' 기술 도입으로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이는 기존 전구체 공정을 생략하고, 맞춤 설계된 금속을 직접 소성해 양극재를 만드는 혁신 기술로, 배터리 성능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구미, 청주, 중국 우시, 그리고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테네시 공장을 거점으로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이를 발판 삼아 급변하는 시장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LG화학

◇ 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석유화학 침체…‘이중고’ 직면

하지만 LG화학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액 공제 조기 폐지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며 하반기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세액 공제 조기 폐지안에 서명하면서, 8월 30일부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이 전면 중단됐다. 소비자의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 이는 배터리 셀을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공급하는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석유화학 사업 역시 경기 침체 속에서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는 석유화학본부가 올해 약 3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하반기에도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구조를 성공적으로 개편할 '체력과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LG화학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외부 출신 첫 CEO'인 신학철 부회장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한편, 신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2018년 직접 영입을 제안해 이듬해 취임했으며, 이는 1947년 창립 이후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 선임 사례다. 당시 LG화학은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역량과 경험이 LG화학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