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드] 한화오션 김희철, 美 협상·캐나다 잠수함까지 ‘투트랙 수주전’
美 필리조선소에 7000억 원 투자, 한미 동맹 상징으로 HD현대와 ‘원팀’ 캐나다 잠수함 사업 최종 후보 진입 글로벌 방산, 해양시장 동시 공략, 회사 체질 개선 가속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도입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DX) 노력이 지속되면서 산업 구조 변화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국내 화학‧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행보도 숨가쁘다. 산업 재편 흐름과 더불어 경기 침체 극복까지 맞닥뜨리면서 이들 기업, 특히 수장들의 향후 사업 구상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주목받는 기업 경영진 및 CEO의 행보를 파악하고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주]
한화오션은 최근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에 7조 원 규모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캐나다 잠수함 수주 최종 후보까지 선정되며 공격적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희철 대표는 지난 5월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의 협상을 이어가며 이번 정상회담 성과의 한 축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 필리조선소, ‘마스가 프로젝트’ 거점 조성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에 7000만 달러(약 945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핵심 거점을 강화한다는 게 목표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필리조선소의 생산 역량과 기술 인프라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양국 간 조선업 기술 협력과 생산 시너지 창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한화시스템과 필리조선소 인수에 성공했다.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현지 조선업 진출이란 성과를 달성했다. 당시 두 회사는 인수를 위해 총 1억 달러(한화 약 1400억 원)를 공동 투자했다.
마스가는 한국과 미국의 조선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중요한 협력 모델 중 하나다. 필리조선소는 이 협력의 중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연간 1~1.5척 수준이던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2030년까지 10척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필리조선소는 미 해군의 함정 건조 및 정비를 담당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미국 동부 지역에서 유일하게 대형 선박 건조가 가능한 핵심 시설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현재 한화오션이 직면한 조선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이번 필리조선소 투자를 통해 북미 해양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고, 나아가 매출 다각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수행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순방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방문해 필리조선소를 직접 시찰했다. 이곳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도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미국 조선업과 대한민국 조선업이 상호 발전하는 윈윈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조선업이 이제 미국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조선업 부흥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걷게 된다”면서 “세계를 무대로 펼쳐질 마스가 프로젝트는 대한민국과 미국이 함께 항해할 새로운 기회로 가득한 해양 협력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필리조선소는 세계 제1의 저력과 역량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결국 최첨단 선박기술을 갖춘 미국 최고의 조선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지난 5월 미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를 직접 만나 한미 양국의 조선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 확대 및 기술 이전 방향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 등 전략에 대해 미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의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미국 필리조선소에 적용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현지에서도 높은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또한 다양한 수요와 장기적인 생산 역량 확보를 고려해 미국 내 추가적인 생산 거점 설립도 검토 중이다.
김 대표는 “한화오션은 기술 이전과 생산 기반 구축을 넘어, 미국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면서 “검증된 기술과 스마트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화오션의 한미 조선협력에 대한 사전 행보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 HD현대중공업과 ‘원팀’ 협력
이런 가운데, 한화오션은 최근 HD현대중공업과 ‘원팀’을 꾸려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의 최종 결선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총 12척의 30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는 이번 대규모 프로젝트는 캐나다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의 일환으로, 한화오션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성과로 해석된다.
캐나다 해군은 지난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한 2400톤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잠수함 조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초 HD현대중공업과 공동으로 캐나다 연방정부에 해당 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이번 쇼트리스트 선정으로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원팀 체제 협력은 지난 2월 방위사업청의 중재 하에 양사가 방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한 결과에 따른 결정이다. 당시 합의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수출을 주관하고 한화오션은 수중함(잠수함) 수출을 총괄하되, 각자 주력 분야 외 사업에서는 상대 기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잠수함 수주 사업에서는 한화오션이 주관사로서 전면에 나서고, HD현대중공업은 지원 역할을 맡았다.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전에 현존하는 디젤추진 잠수함 중 최고의 작전 성능을 자랑하는 30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을 제안했다.
이 잠수함은 공기 없이 작동하는 첨단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수중에서 최대 3주 이상 장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또 최대 7000해리(약 1만 2900km)에 달하는 항속거리로 태평양‧대서양은 물론 북극해까지 광범위한 해역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캐나다 해군의 작전 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프랑스 나발 그룹을 비롯해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유럽 방산업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신 가운데,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 등이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된 상태다.
한편, 이런 회사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김희철 대표는 지난해 8월 한화오션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직전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를 이끌어 온 김 대표는 특히 2015년 한화토탈 출범 당시 초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서 회사 안정화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또한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 한화에너지 등 그룹 내 에너지 분야 계열사 대표이사를 두루 거쳤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그룹의 에너지 밸류체인 강화를 위한 글로벌사업 확대,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을 도모하고 있는 한화오션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