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말의 인격! 혐오에서 공감의 언어로
“신이 인간에게 한 개의 혀와 두 개의 귀를 준 것은, 말하는 것보다 타인의 말을 두 배 더 많이 들으라는 이유에서이다.”― 에픽테토스 (스토아학파 철학자)
우리는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뉴스, 유튜브, SNS, 메신저 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말과 글 속에서 살지만, 정작 마음을 울리는 말, 삶을 바꾸는 대화는 드물다. 마치 홍수 속에서 마실 물이 부족한 것처럼, 넘쳐나는 언어 속에서 진짜 소통은 점점 메말라간다.
디지털 시대는 말보다 빠른 손가락, 영상과 자극적인 메시지를 우선시한다. 깊이 있는 사고는 줄어 들고, ‘빠른 반응’이 중요해진 세상에서는 신중한 말 한마디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종종 말을 무기처럼 사용하는 우를 범한다. 누군가의 마음에 칼을 꽂는 말, 혐오와 조롱이 섞인 말이 일상 속에서 쉽게 튀어나온다. 그렇기에 오늘날,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서, 인간의 인격과 품격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말을 쓰는지는 곧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말은 곧 그 사람의 가치관이며,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무너뜨리는 힘을 가진다.
한자의 ‘말씀 언(言)’은 ‘입구(口)’와 ‘말씀언’ 부호가 결합된 글자다. 이를 풀이하면 “입으로 말하기 전 두 번 생각하라.”는 뜻으로 한 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말을 쓰는지, 어떤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우리의 인식과 행동도 달라진다. 상처 주는 말에 익숙한 사람은 세상도 날카롭고 거칠게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감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따뜻함과 품격을 전한다.
정치적 양극화, 혐오 표현, ‘악플’ 문화는 오늘날 언어가 얼마나 거칠어졌는지를 보여준다. SNS 댓글 창은 마치 전쟁터 같고,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리는 말들이 넘쳐난다. 혐오의 언어에서 공감의 언어로 바꿔야 한다.
고대 중국 철학자 장자의 말을 되새겨본다. 그는 “큰 변론은 말이 없다(大辯不言)”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힘 있는 말은 소란스럽지 않고, 그저 묵묵히 상대의 마음에 닿는다. 말은 부드러울수록 강하다(柔能制剛)라는 말처럼, 진심이 담긴 말은 마음을 움직이고, 공동체를 회복시킨다. 공감은 말을 통해 전달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다리 역할이다.
수사학(rhetoric)은 문장과 언어를 사용한 설득의 기술과 연구를 다루는 학문 분야로, 설득의 세 가지 수단으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를 제시했다. 1. 에토스(Ethos): 발화자의 신뢰성이나 권위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청중이 발화자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요소를 포함한다. 2. 파토스(Pathos): 감정적 공감, 청중의 감정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어야 말이 힘을 갖는다. 3. 로고스(Logos): 논리와 이성을 기반으로 한 설득으로 합리적인 논증과 증거를 통해 청중을 설득하려는 접근 방식이다.
말은 행동이고, 행동은 역사다
말의 무게는 때로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면, 1958년, 중국의 마오쩌둥은 농민들에게 “들판에 곡식을 먹는 참새는 해롭다”라는 말을 했다. 참새를 박멸하라는 이 말 한마디에 수천만 마리의 참새를 죽였다. 그러나 참새가 줄어들자 해충이 급증해 오히려 곡식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수천만 명이 굶어 죽는 참극이 벌어졌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듯, 우리 각자의 말도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힘을 지닌다. 작은 말 한 줄이 누군가에겐 위로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상처일 수 있다.
말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회의 기초가 된다. 언어에 품격이 깃들면, 그 사회는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상사의 한마디가 부하 직원의 자신감을 키울 수도 있고, 반대로 무너뜨릴 수도 있다. 칭찬은 일의 능률을 올리며, 꾸짖음도 존중이 담겨야 효과가 발휘된다.
말이 곧 사람이며 당신을 만든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수준이 곧 우리 삶의 수준이기에 더 신중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렇다고 말을 적게 하라는 뜻이 아니다. 말의 무게와 품격을 인식하고, 공감의 언어를 실천하라는 뜻이다. 혐오의 언어를 멈추고, 경청과 존중, 품격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언어로 바꿀 때 더 나은 사회가 된다.
말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삶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당신의 말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 말에 공감과 품격을 담아보는 하루,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