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드] 김동철 한전 사장, 국가기간 전력망 적기 확충…원전·AI로 승부수
정권 교체 직후 김동철 한전 사장 ‘시험대’ 흑자 전환에도 여전한 재정 불안 및 과제 국가 미래 첨단산업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과제 강조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도입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DX) 노력이 지속되면서 산업 구조 변화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국내 화학‧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행보도 숨가쁘다. 산업 재편 흐름과 더불어 경기 침체 극복까지 맞닥뜨리면서 이들 기업, 특히 수장들의 향후 사업 구상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주목받는 기업 경영진 및 CEO의 행보를 파악하고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주]
정권 교체 직후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김 사장의 접근 방식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존 한전의 운영 방침과 새로운 정책 방향 간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김 사장은 최근 원자력발전과 인공지능(AI) 등 분야를 확대해 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과의 불협화음 우려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전 정부인 2023년 9월 취임한 뒤 줄곧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이는 그가 한전 역사상 최초의 정치인 출신 사장으로,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 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17대부터 20대까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 경력의 중진 인사로 평가된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상임고문으로 활동했으며,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와 국민 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김 사장의 한전은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강조하며 원자력 발전 중심 에너지 전략을 적극 펼친 반면, 이재명 정부는 원전 활용 기조를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정책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한전은 최근 중동지역 원전 수출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며 주목받았다. 지정학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중동 지역에서 한국형 원전 수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팀코리아’ 구성원들과 전략 회의를 가진 것이다.
한전은 최근 ‘중동지역 지정학적 변화와 원전수출의 도전 과제’를 주제로 한 ‘원전수출 컨퍼런스’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급변하는 중동 정세 속 원전 수출의 기회를 넓히고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현재 중동지역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한전을 중심으로 팀코리아 일원들의 지혜를 모아 제2의 중동 원전 신화를 창조하고,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끄는 글로벌 원전시장의 리더로서 대한민국이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전은 앞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사업의 성공적인 경험을 토대로 해외 원전 수주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전은 ‘팀코리아’의 역량을 모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한전은 지난 3월 ‘국내 시공사 경험공유 워크숍’을 열고 새로운 해외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섰다. 해당 워크숍에는 대우건설, DL이앤씨,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이앤씨, 현대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참여해 성공적인 해외 원전 사업 수행을 위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전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비한 전력망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 전략 산업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에 역량은 집중한 것이다.
특히 한전은 지난 2월 전력망 사업의 핵심 단계인 입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전력망입지처’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는 전력망 확충 사업 기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입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새롭게 출범한 전력망입지처는 전력망 입지 선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절차를 더욱 고도화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사업 추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전력망 입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고액 부채 지속…외부 요인에 기댄 흑자 분석
그럼에도 현재 한전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기준 총부채 규모는 207조 원, 부채율은 47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차입금 의존도가 여전히 50%대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기업의 재무 건전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자체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정부의 전기료 인상과 국제 원료비 하락 등 외부 요인에 크게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전의 전기 판매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킬로와트시(kWh)당 2023년 153.71원에서 2024년 168.17원, 2025년 1분기에는 182.8원으로 불과 2년 사이에 약 19% 증가했다.
여기에 주요 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도입단가가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화로 전년 대비 약 23% 하락한 점도 한전의 재무 상황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가 한전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김 사장은 “첨단 전략산업의 활성화에 필수적인 국가기간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해 전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는 한전 본연의 업무인 안정적 전력공급의 핵심이며 AI 등 국가 미래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