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고철價 인하는 대세? 제강사 ‘악수’ 두지 말아야
철스크랩(고철) 가격 향방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이다. 철강재는 약세로 방점이 찍혀 있다. 코로나19로 수요산업이 정체돼 있어서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원료인 고철 가격이 ‘나홀로’ 강세를 지속할 수 없는 이유다.
전기로 제강업계는 10일 이후로 특별구매를 종료하고, 구매 가격을 낮춘다. 추가 인하 가능성은 비교적 높게 평가된다.
그렇다고 고철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우선 현대제철 등 전기로 제강사들이 진행하는 감산은 공급과잉의 벽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대폭적인 감산이 없는 한 원료인 고철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구조다.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했다는 점, 불투명한 시황 속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 등은 증산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요인이다. 적어도 현재 철근 가격을 유지한다면 손실까지 볼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 가동률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동력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주 글로벌 지표인 터키 시장을 주목할 만하다.
터키의 수입 가격은 지난주 1개월여 만에 하락으로 전환됐다. 하락폭은 소폭에 그쳤다. 철강 전문지인 플래츠(Platts)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형모선 HMS No.1&2(8:2) 기준 수입 가격은 CFR 톤당 274달러였다. 이번주 추가 하락은 대세로 여겨졌다.
결과는 반대였다. 주요 봉형강 밀(mill)인 이즈미르(Izmir)는 지난주 평균가보다 높은 276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의 철근 및 고철 가격 하락이 대세인 상황에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무역업계에서는 고철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고철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충격은 고철 시장에서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충격을 받은 중국에서는 사강강철 등이 전기로 가동을 중단했다. 고철 부족이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 고철 시장도 비슷한 사례가 연출됐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지난주부터 이번주 중반까지 특별구매를 통한 가격 인상을 실시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극에 달했고, 철근 유통 가격은 60만 원 선 아래로 떨어진 시점이었다.
배경은 고철 물동량 감소 및 공급부족에 있었다. 터키와 맥락이 같다. 대한제강 한국철강 YK스틸 등은 보유재고도 많지 않은 데다 고철 입고량이 줄어들면서 인상 대열에 나섰다.
판재 특수강 업계의 인상은 더 상징적이다. 한국특수형강은 가장 먼저 인상에 나섰고, 세아베스틸, 포스코가 뒤를 이었다. 주 원료로 쓰는 생철이 부족한 탓이었다.
생철은 대표적으로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 가공센터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발생량이 줄었고, 자연히 이와 연결된 부품공장 및 가공센터에서 조달할 수 있는 양도 현격히 감소했다.
현대제철이 지난주 실시한 일본 고철 입찰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신다찌(생철) 성약 가격은 FOB 톤당 2만5500엔이었다. 이 역시 생철 부족을 해소하기 차원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입찰도 몇 몇 공급사로 제한, 개별 협상으로 진행됐다. 당시 H2를 2만3000엔에 계약했는데 당시 업황 전망으로는 높은 가격에 속했다. 실제 불과 2,3일이 지난 이번주 동국제강은 현대제철보다 낮은 2만2000엔대에 성약했다.
앞으로 발생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는 철강재 시장 침체의 원인인 동시에 고철 원료 측면에서는 공급부족을 야기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제강사들이 적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철근 가격을 지켜야 하는데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고철 가격 인하는 불가피하고, 전망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입장만 관철하는 것은 협력사인 고철 기업에 온갖 부담을 떠넘기는 셈인 동시에 철근 가격마저 떨어뜨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강 및 원료 업계 간 상생의 묘미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