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철강재 글로벌 교역 여건 변화 가능성 증대

2025-08-01     나병철
나병철

세계철강협회(WSA) 통계에 따르면 ’24년의 전 세계 철강재 소비량은 17억4,200만톤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징적인 것은 철강재의 소비 과정에서 상당량을 국제 교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24년 글로벌 철강재 무역량은 4억4,900만톤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전체 철강재 소비량의 약 1/4 정도가 교역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4년 철강재 국제 교역 현황을 간단히 살펴보면, 10대 수출 국가/지역은 중국, 일본, 한국, EU, 독일, 튀르키예, 벨기에, 이탈리아, 베트남, 러시아 順이었고, 수입 국가/지역은 EU, 미국, 튀르키예, 이탈리아, 독일, 멕시코, 베트남,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順이었다. 이들 국가/지역 중에서 (수출량, 수입량이 동시에 많은 곳은 제외) 수출량이 크게 초과하는 국가로는 중국, 일본, 한국을 들 수 있고, 대량 수입 의존 국가로는 미국, 멕시코, 태국 등을 꼽을 수 있다.

문제는 향후 철강재 글로벌 교역 여건에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변수들을 보면, 첫째 세계 최대 철강재 수입 시장인 미국 내에서의 여건 변화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상호 관세 및 철강재를 포함한 품목별 수입 관세의 대폭 인상 협상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글로벌 철강재 무역 구조에는 양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US Steel의 경영권을 확보한 일본제철의 향후 행보는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 수출 시장 여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제철은 US Steel이 가진 생산 설비와 영업망 기반을 활용하고, 향후 11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서 전기강판 및 자동차용 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입재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 이외에 미국 내에 이미 교두보를 확보한 ArcelorMittal의 현지화 전략도 수입재 시장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동사는 540만톤 규모에 달하는 캘버트(Calvert) 제철소의 지분 50%를 일본제철로부터 인수해 경영권 100%를 확보하고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강화하고 있으며, 15만톤 규모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 설비를 ‘27년부터 가동하기 위한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고부가가치강의 미국 내 판매 경쟁은 더욱 심화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세계 최대 철강생산 및 최대 수출 국가인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고급화 정책 강화에 따른 여건 변화 가능성이다. 이미 중국 철강업계는 정부 주도하에 제품 고부가가치화로의 전환, 저탄소 철강재 생산 강화 및 스마트 팩토리 확대 등에 주력하여 상당 부분 성과를 달성하였다. 그런 가운데 ’26년부터 ‘30년까지 추진될 ’제15차 경제개발 계획‘ 기간 중에는 ’철강산업의 발전 방향을 양적 성장에서 전기강판, 자동차용 강판 같은 고부가가치강 생산 확대와 같은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그린스틸 생산 체제 구축, 산업 집중도 강화 및 생산 공정의 스마트화 추진 등을 통해서 경쟁력을 한층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미국 등 주력 수입 시장에서의 여건 변화 가능성 및 중국 등 대량 수출 국가의 경쟁력 향상 등에 대비한 대체 시장 확보 차원에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인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 및 인도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한 각국 철강업체들 간에 신규 생산 설비 투자 및 고객 확보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고 이에 따른 교역환경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일반 강종에 대한 경쟁력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제품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여 내수 시장 방어 및 수출 시장 확보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두어 왔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향후 주력 수출 대상 국가에서의 교역 여건 변화 예상, 중국의 맹추격에 따른 고부가가치강 수출 경쟁 심화 및 대체 시장 확보의 어려움 등 앞으로 철강재 수출 시장 환경의 악화는 불가피 할 전망이다.

세계 3대 철강재 수출 초과 국가인 우리나라 철강업계로서는 그러한 변수들이 미칠 파급 영향을 잘 분석하고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