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불황,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5-07-08     남영준
남영준

시퍼런 불경기의 칼날이 기업의 목덜미를 겨누는 이때, 많은 기업은 생존의 위기에 섰다며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이다. 수요는 뚝 떨어지고, 가격은 바닥을 치며, 원가 부담은 어깨를 짓누르고, 급기야 현금흐름마저 꽉 막히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든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불황의 대응은 감축이다. 일본항공(JAL)이 그랬고, 도요타가 그랬다. 일본항공은 파산 직전의 위기에서 예산제도를 과감히 폐지하고 ‘JAL 필로소피’라는 이름으로 낭비 요소를 뼛속까지 파고들어 개혁했다. 그 결과, 불과 2년 만에 기적처럼 재상장에 성공했다.

도요타 역시 2009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했을 때, 고정비 축소와 원가 절감, 생산 효율화에 집중하며 빠르게 흑자로 전환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사례는 분명 위기 속에서 비용 절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용 절감만은 자칫 기업의 핵심 경쟁력마저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 덩치만 줄이다가는 미래를 향한 근육마저 사라져 버릴 위험이 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긴축이 아니라, 불필요한 군살만 도려내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체질 개선이다. 마치 혹독한 훈련으로 쓸모없는 지방을 빼고 단단한 근육을 만드는 것과 같다.

불황기에는 매출 감소와 더불어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져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진다. 기업의 목줄을 죄는 가장 치명적인 위기 중 하나가 바로 이 현금의 고갈이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전사적 관점에서 현금흐름을 통제하는 비상 경영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GE 경영진이 “회계상의 이익보다는 현금흐름의 개선에 더 주목한다”고 밝힌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에게 현금흐름 지표는 경영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GE는 평소에도 현금흐름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으며, 위기 시에는 태스크포스(TFT)를 꾸려 자금 집행 우선순위와 개선 방안을 신속히 결정한다.

불황이라고 무작정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은 또 다른 함정이다. 가격을 5% 내리면 매출이 19% 늘어나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데, 불경기에는 이런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섣부른 가격 인하는 결국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뿐이다. 오히려 서비스를 강화하고 품질 보증을 확대하는 등 고객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중요한 점은 불황은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불황 이후의 경쟁력은 위기 속에서 얼마나 미래에 투자했는지에 달려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업체 타깃(Target)은 단순히 비용 절감에만 매달리지 않고, 고객 중심의 옴니채널 전략과 차별화된 상품 구성,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통해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모색해왔다.

위기일수록, 아니 위기이기 때문에, 더욱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과 내부 소통이 중요하다. 일본항공이 ‘JAL 필로소피’를 통해 경영자 의식을 임직원에게 깊이 심어주고, 업적 보고회를 통해 비용 구조와 성과를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조직 결속을 다졌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더의 솔직함과 명확한 비전 공유는 불안한 조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불황기에는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만으로 한계가 있다. 현금흐름 중심의 통합 경영, 핵심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가격 방어를 통한 고객 가치 제고, 끊임없는 체질 개선, 그리고 진정성 있는 내부 소통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이면서도 전략적인 경영만이 기업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